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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여인의 향기

영화의 바다넷플릭스 <여인의 향기>선입견이어서일까 제목부터가너무도 선정적이라 생각해아예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던 영화어쩌다 리모컨을 잘못 눌러,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잔잔한 음악부터가 심상찮다선정적인 여인이 나오면 금방, 딴 데로 돌리려 했건만 여인은 좀체 나오지 않는다여인하고는 아무런 관련 없는 영화중간쯤에 드디어 기

  • 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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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도모지(塗貌紙)

안마당 지엄한 햇살 널려있다앙상한 뼈대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문(門) 인간의 본능은 어디까지 죄일까복어처럼 입에 물을 가득 문 노인얼굴 향해 사정없이 물줄기 뿜어낸다 머슴의 팔뚝만 보아도 뛰는 감정 어쩌랴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대문 옆 강아지 절규하듯 짖어대는 소리하얀 창호지에 젖는다하루해가 짧아 청상(靑孀)이 된무성영화 속 아씨하얀 종이 얼

  • 민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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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정교한 숲

그녀는 숲을 만들지 않았다그저 숲으로 가는 길목에꽃잎 몇 장 뿌려놓았을 뿐 나는 그것이길 잃은 자를 위한 배려인 줄 알고발을 내딛는 순간꽃잎이 움찔했다그때 이미내 발목은 보이지 않는 올무에 감겨 있었다 계획된 우연과치밀하게 배치된 침묵촘촘히 짜인 그물망 안에더 깊고 단단하게 결박되었다 숲은 사방이 문이었지만어디에도 내가 빠져나갈

  • 박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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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겨우살이

아시다시피 겨우, 살아가요참나무, 물오리나무, 벚나무, 팽나무에 빌붙어 주목처럼 주목받지 못해도산 중에서 뭉치고 뭉쳐서 악착같은 더부살이로그나마 푸르르게 겨울을 나지요 곁에 있는 걸 감고 올라간 후가차 없이 제 뿌릴 잘라버리는 새삼가루받이할 때 부들부들 떠는 부들뿌리 없이 공중에서 살아가는 에어플랜트지금이란 게, 이런 고군분투의 결국이잖아

  • 채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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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올이 풀린 그림자가 나를 본다

검은 벽 위의 액자는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지 가까이 가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여기는 침묵이 말을 하는 장소 고요한 냄새가 흐르는핀 조명 아래 관람객은 도슨트를 따라반도네온의 주름처럼 열렸다 닫히곤 했지 벤자민의 시계처럼 거꾸로 가는 생성과 소멸의 시침은 빠르거나 느리거나, 돌아가고 그는 그림을 글로 말하고 있었지

  • 위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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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5 687호 길 속의 길

호수를 보며 공원 둘레길을 걷는다길은 사방으로 열려 있다풍경도 열려 있다 초록머리 청둥오리 떼는 호숫가에 그들의 길을 내고 계절 따라 풍경이 다른 길에벚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가 길을 내고 길가에 의자들이 길을 낸다산책 나온 애완견도 킁킁대며 길을 배운다 바람의 길이 열려사방에서 맑은 바람이 걸어오는호숫가 높은

  • 남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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