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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식탁에 앉은 황금열쇠

그가얼차려 속생존의 터를 빠져나왔다불꽃 튄 머리카락한 올 한 올 비바람에 서 있는흔들리는 깃발흔들리지 않겠노라고참아내다가 터져 나온속울음 삼킨전쟁 같은 날들의 입술근원의 힘을 발휘했던 밥그릇 피 끓는 열정 태운지나간 생의달빛을 가슴에 품고가족과 식탁에 앉은퇴역 장수아내가사십여년서로기댄생노을 속꽃을 꺾어어깨에 살포시 꽂는다

  • 김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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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소섬 이야기

대업아! 소섬 가자계순이가 소리쳤다송이한테 연락할까?그래송이 차에 올라 앉아 노래 불렀다바닷가에 모래알처럼 수많은사람 중에 만난 우리들!바다는 잔잔했고 바람은 솔솔이게 뭐야?찰밥!머스마들도 부를까?벌써 흥이 달아올랐다꽝인가 했는데,영조가 온다네?상 차리면서 흥얼흥얼찰밥 잘 하는 계순아 운전 잘 하는 송이야해안가 카페에서해가 떨어질 때까지 조잘거리고

  • 김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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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생강 생각

엄마의 정성으로 굴곡진 삶 같은모난 골목 여기저기 헤집어 거둬 들인다 울퉁불룽 꼬라지 사나운 아이 같은 모양새깨끗이 정리하여 놓는다쌉쌀한 향내 스미면새댁 같은 노란 매무새 환한데울퉁불퉁 생김새 심술 난 것 같다겉모양은 투박하고 향기는 강해도 약성 좋아 긴 겨울에 환영받는 그는 양념도 좋지만 간식이나 차로도효능 좋은 식재료한 봉지

  • 이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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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바쁘다 바빠

바쁘다 바빠귀여운 봄아 뭐가 그리 바쁘다니? 별꽃, 민들레, 수선화, 제비꽃꽃바람 타고 가야 해얼버무리며휘익 지나가 버렸다바쁘다 바빠싱그런 봄아 왜 그리 서두르니?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꽃잎 따라 가야 해종종걸음으로휘익 지나가 버렸다바쁘다 바빠어여쁜 봄아 어찌 그리 빨리 가니? 라일락, 아카시아, 장미, 등꽃꽃향기 좇아 가

  • 서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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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첫눈이 습설

아침부터 찌뿌둥한 날북촌마을 전망 좋은차 전문 카페 자명서실을 찾았다작설차 한 잔 마시려는데첫눈 손님이 내린다보리알만 한 우박과 함께…펑펑 떨어져 가던 모과잎이휘어질 만큼 함박눈이다밤새 내릴 모양이다첫눈 예보가 있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조금 내리다 그치겠지 뭐어느새 하늘에서희끗희끗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와, 첫눈이다!”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반갑

  • 박종규(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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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소리 없는 아우성

언땅속숨소리가들리는가?앙상한 나뭇가지 타고 쭉 내려가땅속 깊게 박힌 뿌리마다의아우성을 들어보렴모진 혹한에도 버티며 웅크린 건언 땅이 녹고 훈풍에 싹을 틔울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이 혹한이 지나면꽁꽁 언 땅은틀림없이 녹는다여기저기 웅크리고 가슴만 태웠던 나목들은 싹을 틔우고 온 대지를 푸르게 더 푸르게 진초록의 세상에 햇빛이 퍼지는그런 날이 오

  • 이현주(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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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 675호 촛불 기도

가로등도 잠든 깊은 밤제 몸 사르는 촛불환하게 비추게 하소서황망한 소식에어둠 박차고 바람 가르며달려왔을 수천수만의 놀란 눈빛밝게 밝게 비추게 하소서자유를 가장한 가면 뒤의 거짓을깨어나지 못하는 덜 깬 민낯을두렵지 않은 횃불 든 마음 되어달려왔을 그 마음 그 마음따숩게 따숩게 비추게 하소서손에 손에 움켜쥔제 몸 사르는 노란 촛불얼은 심지 서로서로 돋워 가며&

  • 윤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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