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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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내리던 밤
바람도 하얗게 질렸으리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선비의 벗이 되기도 했으나
폭설 앞에서는 아프다
하얀 눈송이 솔잎에 소복소복
솜뭉치처럼 쌓여
천근만근의 무게
끝내 감당 못하고 부러졌으리라
우지직 단말마
산짐승도 울음을 보태고
산골짜기의 적막은 깨졌으리라
줄초상이 난 듯
꺾이고 부러진 솔가지
통째로 부러진 것도 여럿
지금도 신음 소리 들리는 듯
폭설은 뺑소니처럼 사라지고
허연 상처만 남아 있다
상처에 매달린 솔잎들
파르르 떨고
아버지 지게 위로도
자식 팔 남매의 폭설이 내려
어깨 하나는 설해목처럼 부러졌으리라
잠결에 내시던 신음은
그 소리였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