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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습관들

한국문인협회 로고 이유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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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된 표정은 인상을 남기고, 자세는 체형으로 굳어진다. 성격에 따른 반복된 행동도 일상생활에 그대로 드러난다. 20년 이상 습관으로 굳어진 나의 행동 양상 몇 가지를 공개해 보려 한다.
얼마 전, 예전에 살았던 동네 미장원에 다녀왔다. 원장님 혼자서 운영하는 소규모 미장원이다. 이사 온 지 어언 7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차를 두 번이나 갈아타면서 그곳에 간다. 교통편이 번거로워도 변함없이 그곳을 찾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매우 가는 머리카락에 숱이 적은 곱슬머리다. 이런 내 머리를 다루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머리카락이 상하지 않게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주는 원장님의 기술과 정성이 마음에 들어서다.
다른 한 가지는 원장님의 인품에 반해서 그곳에 간다. 삼십여 년을 드나들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단 한 번도 과장되거나 미화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가치관이 뚜렷하고 말과 행동이 한결같아 우러나는 진심이 향기롭다. 힘없고 병든 노인들을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는 원장님과의 만남은 언제나 행복하다.
치실을 사용한 지가 사십여 년이다. 치과 선생님이 권유한 이후로 지금껏 치실을 사용하고 있다. 음식을 먹고 나면 곧바로 치간을 청소하는데, 그동안 사용한 치실의 길이만 해도 엄청날 것 같다. 음식을 먹고 나서 매번 치실을 사용하는 일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번거로웠다. 양쪽 손가락에 실을 고정해서 이빨 사이사이를 청소하는 손놀림이 무척 어설펐다.
이제는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니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을 손쉽게 제거한다. 긴 세월 치실을 사용한 덕분에 치료받을 일이 없어서 일 년에 한 번 치과에 간다. 방문 날짜를 잊지 않으려고 내 생일 즈음에 내원한다. 원장님한테 직접 스케일링도 받고 미리 점검도 한다.
운동 종목으로 선택한 국선도에 입문한 지도 오래다. 국선도 수련을 40대 후반에 시작했으니 만 20년이 훌쩍 넘었다. 국선도를 선택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의 운동과 취미를 즐겼다.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서 운동 종목을 바꾸려 했다. 노인이 되어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어느 날 동네 길가에 플래카드가 걸렸다. 내가 구하는 해답을 그곳에서 찾았다. 집에서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국선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긴 고민 없이 손쉽게 찾은 국선도를 2002년 초에 입문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오랜 세월 체력을 단련해서인지 아픈 곳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가족에게 의존할 일이 없다.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거동에 무리가 없다면 국선도 수련은 계속될 것이다.
아침에 기상하여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한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 4년을 합하면 16년이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도 아침밥을 굶고 가는 일이 없었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는 습관이 70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식습관을 아는 지인들은 나에게 ‘군대밥’, ‘절밥’이라는 별명을 달아 주었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지만 아주 매운 음식은 피한다. 매운 음식을 섭취하면 혀에 불이 난 것같이 고통스럽다.
나는 옷 입는 스타일에 그다지 변화가 없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가 들어서는 스타일 바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단골 매장의 직원이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마다 찾아갔다. 매니저가 된 직원은 내가 사들인 옷의 종류, 디자인과 색상에 대한 기호도 등을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 매장에 들렀더니 반갑게 맞이한 매니저는 우리가 만난 세월이 삼십 년이 넘는다고 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쉽게 바꾸지 않는 내 습성에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다. 때때로 과식하는 습성이다. 신체활동만큼만 음식을 섭취하면 좋으련만 메뉴에 따라서 과식을 한다. 아침에 기상하여 체중을 재면 전날에 먹었던 결과가 무서우리만큼 정확하게 드러난다. 밤늦은 시간에는 음식을 대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좋은 습관이 숙성되면 좋은 결과를 낳고, 나쁜 습관이 숙성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습관을 고치거나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려운 만큼 그야말로 혁신적인 과업이다.
‘과식 절제’를 올해의 쇄신 목표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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