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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나는 해를 등지고홀로 앉아 있습니다꽃 시절을 보낸 초록 나무 울타리에 갇혀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다행히 바람과 공기 드나드는 면회 창구로숨통이 트이지요오랜만에 비 오는 소리 들리고굵어진 빗줄기는 밧줄이 되어영혼을 끌어올립니다폭포수 거슬러 구름 타고 오르는 하늘 그 나라에 가고 싶어 별빛 신호 보내도 응답 없이 닫힌 문은 아직 열리지 않

  • 나동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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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뜬구름의 뜻

여름날 뜨는 뜬구름은어느날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으로몰려와 장대 같은 비 쏟아붓고 싶은 음모의 뜻 숨어 있다네눈보라 몰고와 온천지를 백설로 덮어긴긴 밤 불화로에 밤이나 구워먹고 쉬라는 겨울날의 뜬구름의 뜻 봄날엔 살랑이는 봄바람 타고 꽃구경하라는 뜻우리는 사계절 뜬구름의 뜻에 따라 살고 있네뜬구름 흘러가듯 흘러가는 우리들 인생사푸른 가을 하늘에 떠도

  • 박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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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오이도에서

낡은 발동선이 떠난 오후밀물과 썰물 사이를 오가며흔들리는 섬에서 바다에 떠밀린 수초처럼 나는 낮달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불거진 관절을 끌고 나간 아버지에게가끔 오이도는 한 장의 푸른 손바닥새로운 도시 불빛은 밀물 끝에서 밀려오고그 불빛을 등지고 떠난 어족들의 고향 이웃들은 가벼워진 고향을 끌고 어디로 갈까 마지막 남아

  • 정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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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025.7 677호 잔불 ——노년의 시간

늘그막에 이르면 사는 일이 쉽지 않다오늘도 늦잠에서 일어나 억지로 한술 뜨고는마을 앞 공원 길을 하릴없이 떠돈다나이가 차면 한 걸음도 허리가 휜다오가는 길마다 비바람 스치며 위로한다하물며 분별없이 날뛰며 몸을 함부로 부리면필시 재앙을 면치 못한다누가 아는가, 하늘밖에 모르는 태양은해종일 허공만을 떠돌다 물 깊은 바다에 떨어지고, 양지밖에 모르는 사

  • 김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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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봄날은 간다

무대_ 무대 후면에 ‘제8회 전국민 생활수기 공모 시상식’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무대 중앙에 강대와 마이크, 강대에는 생수병과 물컵이 놓여 있고 플래카드 뒤에 배경막(스크린)이 설치됐다. 막이 오르면 주인공 박순녀가 등장하여 강대 앞에 선다. 꾸벅 인사하고 말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대한일보가 주최하는 제8회 전국민 생활수기 공모 당

  • 장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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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7 677호 다빈이네 텃밭에서

마을 곳곳이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에, 풀잎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속삭였지요.다빈이 할머니네 옆집 사과 과수원에도 봄이 왔어요. 잎보다 먼저 핀 사과꽃들이 하얗고 연분홍 빛깔로 가지마다 수줍게 피어났지요. 마치 하늘에서 솜사탕이 내려앉은 것처럼, 과수원 전체가 뽀얀 꽃구름으로 가득했답니다.“아이고

  • 이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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