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살 것 같이 으스대더니허둥대며 백년도 못 산다네 부귀영화 다 누린 이가난해도 착하게 살은 이떠나는 길엔 다른 게 무엇인고. 태어날 땐 불끈 쥔 주먹이갈 때는 빈 손바닥만 보여주네. 어이하여 허둥대고 으스대며 살았던가. 무엇 하러 부귀영화 탐내고만 살았던가. 어느새 헛된 꿈으로 세월만 삼켜버렸네.
- 이복우
천년을 살 것 같이 으스대더니허둥대며 백년도 못 산다네 부귀영화 다 누린 이가난해도 착하게 살은 이떠나는 길엔 다른 게 무엇인고. 태어날 땐 불끈 쥔 주먹이갈 때는 빈 손바닥만 보여주네. 어이하여 허둥대고 으스대며 살았던가. 무엇 하러 부귀영화 탐내고만 살았던가. 어느새 헛된 꿈으로 세월만 삼켜버렸네.
본능적으로 존재감을 내세우지 않고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으며아무 곳 가장 낮은 데 자리하여모진 풍파에도 휘청이지 않고 극한 고통 잘 넘기며 눈부신 햇살이 강렬하게 비추어도다소곳 상큼한 미소만 넘실거린다이미 때 묻은 세상 근심 걱정 다 사르고가장 정결한 모습으로민들레민들레는 샛노란 빛깔로 채색하고그래도 누군가 보아줄 그를 위해그 작은 꽃망울을 앙증
이른 새벽, 일하러 나서는 길하늘 위별 하나 유독 나를 반기네 어둠 속그 길을 따라 나서는 길 걷다 앞이 수월하여뒤돌아보니별 하나가 아니었어하늘 가득 총총 박힌 별들 보이네어둠 속그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었어
‘파도가 바다의 꽃이면 좋겠다뿌리가 없어도 시들지 않고바람이 전하는 주소 따라 날마다 피어나고’언젠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두 손 꼭 잡고 살포시 건넨 당신의 말시침과 분침이 끊임없이 회전할 때마다때로는 매끄럽게 때로는 까칠하게바람이 시키는 대로 온 마음 토하는 몸짓언어 속엣말과 농담 사이를 오고 가다가파도가 밀쳐놓고 가는 문장들을 읽는다사르르 밀
봄이 눈뜨고 있는 산야에서햇살 한 움큼 쥐어보면손 안에서 허공 한 점 쉬어 간다.바람처럼 바람처럼 흔들리는 날물 따라 길 따라구름으로 떠도는 마음강심에 띄워 본다향기에 취해 있는 치마폭 자락쪽빛 청계(淸溪)로 유유히 굽이친다. 칠십 리 길 벙그는 그리움해종일 노닐다 간 자리별빛으로 총총 속삭여 오면서걱이는 분심(分心) 강물에 띄우고황사로 지워진 창
나도 한때 남부럽지 않은 때가 있었다.한여름 바다로 산으로 돌더니 나를 놔두고 가족들이 떠났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달궈진 아스팔트 국도를 가족의 자동차를 따라 죽어라 뛰었다. “주인님 같이 가요.” 싸늘한 에어컨의 물방울 자국만 남기고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그 먼 곳을 찾아갈 수 없었다. 이
지구는 불을 심장에 품고 바다의물도 안아 실어 온 생물을 살리시며 산을 높여 어머니처럼 보살피신다. 땅속에 무수한 자원을 저장하셔서 꿈의 도전하는 자들에게 나누어주며 발명가를 배출하고 기술자를 키운다. 땅은 모든 생물에 씨를 주어 자라며 꽃 피우게 하셨으며 열매 맺도록 하여 아름답게 번성하고 충
차 안의 음량을 높이고흔들거리는 차량의 속도를 느끼며거리를 질주한다내가 있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되었나 지구가 나의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간얼마나 많은 설움이 있었는지우린 그냥 여기 공간에 익숙해져시계 방향만 무심히 바라보며 오고 간다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나뭇잎 소리밤하늘에 설핏별들이 교차하며 지나가고 있다 모두 할 말을
어매는 열무단 이고아부지는씨암탉 새끼줄에 묶어삽짝을 나가신다 실타래 풀리듯 이 마을저 마을에서 쏟아지는사람들난생 처음 꼬뚜레 하고장터 가는 송아지가 어매를 찾는다 두 발 묶인 장닭이 소리쳐 울고 열무 소쿠리는 시들어 간다 행여돈을 샀을까월사금은 가져갈까 형제는빈집에 남아 구구단을 왼다
호호실실 손을 비벼 가며봄 파는 아낙네가 좌판에 펼친 봄!봄동, 시금치, 달래, 냉이그리고 그녀의 언 손그 옆을 달구는 화톳불이동장군에게 마음이 쓰이는지 넘실넘실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