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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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태운 촛불 줄곧 숨죽여 일렁이고
촛농 내린 눈동자에 흔들리는 한 생애
국화가 놓여 있는 곳 어둠이 짙어진다
축축한 울림들이 단상 위에 어룽지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깃털 무게 나이테 속
엊그제 불러보았던 이름 하나 매만질 때
산 자는 살아가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시곗바늘 절뚝대는 허울뿐인 모습 뒤로
햇살이 무너진 둥지 찬바람만 불어온다
눈발이 흩날리면 겨울은 더 깊어질 터
빛이 바랜 사진 앞에 한숨만 쌓여가고
짓눌린 가슴팍 사이 이별 그리 다가온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