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6.6 688호 같은 성(姓)을 받아 쓴다는 것

삼신할미가 점지해준 숨 8할을 소진했다2할 남았다 나로부터 이어진 피의 끈이제 막 제 어미 얼굴을 가리는 한살배기 피붙이 낯가림 없는 제 어미 품에 안기듯팔십 년을 뛰어넘어 내 품에 안겨왔다 세상을 채우러 온 새 생명홀로 호젓한 내일의 몸짓이다내 성(姓)을 받아 쓰는 여린 살붙이의 뜨거움피는 진하다는 것을 알았다 성(姓)

  • 박철수
북마크
28
2026.6 688호 믿음의 발원지

긴 가지 끝에 붉은 리본 달고화물차 위에 누워서 이사 가는 나무가쥐고 살던 흙덩이도 데리고 간다 먼 길 갈 때는 그만큼 필요 없다고뿌리 끝을 잘라도 말 없고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는다 중환자같이 누운 채 가지만새 터에 가면 아픔은 다 잊고남은 뿌리만으로도 다시 직립할 것이다 붙박이로만 살았으나그 흙이나 이 흙이나 낯설지 않아솔솔

  • 조승래
북마크
33
2026.6 688호 무게를 달다

한 끼 밥을 벌기 위해머리를 조아리고허리를 굽혀야 한다면 누군가의 밥이 되기 위해고개를 숙여야비로소 완성되는 삶이 있다 어느 쪽이 거룩하고어떤 삶이 사악한가를 가려내기에눈앞이 아른거렸다 아스트라이아*의 천칭에 놓인진실의 깃털이 안개에 묻히고 있었다*아스트라이아: 정의의 여신, 인간이 타락하자 저울을 들고 하늘로 올라가서 별자리가

  • 정진윤
북마크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