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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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엔 도둑이 많았어
도둑만큼 쥐도 많았어
담벼락이든 천장이든 쥐구멍이 많아
집집마다 천장에는 쥐오줌으로 얼룩이 졌지
구르르르 쥐들의 달음박질 소릴 들으며
잠이 들거나
잠을 설치기도 해
잠 설친 새벽이면 아랫도리에 주먹을 밀어 넣고
익지도 않은 잠지를 조물거리다가
오글오글 모여 있던 눈도 안 뜬 생쥐들을 생각했지
숙제가 뭔지 알아?
쥐꼬리를 가져오라는 거야
나눠 준 쥐약을 잘게 쓴 감자와 섞어
쥐구멍 앞에 흩어놓지
자고나면 댕글댕글한 쥐가 한 바케쓰는 죽어 나뒹굴어
그즈음 양은 바케쓰가 처음 나올 때였어
쥐를 담아 담장 밖에 내놨더니
어떤 도둑놈이 쥐는 쏟아놓고
양은 바케쓰만 가져갔더군
에라 이놈! 하고
담장 밑에 구덩이를 파 죄다 묻었지
물론 쥐꼬리 하나는 남기고
근데 말이야,
그 담장에 넝쿨 장미가 있었는데
그해 여름 장미꽃이
유난히 붉고 꽃송이가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