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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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 무리 비둘기들이
아스팔트에 내려와 먹이사냥하고
맑은 하늘 한 바퀴 휘돈 뒤
주욱 건물 베란다에 올라앉아
사뭇 머리를 조아린다
구구구구 꾸우욱
구구구구 꾸우욱
저들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만물의 영장이라 하면서
사랑하거나 화합하지 못하고
시기하고 미워하고 잘난 체하며
아무렇지 않게 살상을 저지르는
넥타이 메고 가면 쓴 이들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저들은 저들이 한 일을 모릅니다
무지막지하게 주먹 자랑하고
손바닥에 금 그어 땅따먹기 하고
가난한 자에게 베풀지 못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업신여기는
저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먹을 것 없어 배 곯릴지라도
잠자리 없어 누추한 교각 밑이라도
한 몸으로 밀쳐내지 아니하고
빈 하늘 동무삼아 휘돌면서
맑은 눈빛으로 다독이는 전령사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없는
슬픈 자유와 평화가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