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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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담은 구름이 지나고
여름은 무성해서
뭉텅뭉텅 소나기가 내린다
바깥에서 들어온 공간을
채우거나
차지하거나
자리 자체를 만들어
수런대는 풀줄기마다 기둥을 세운다
공간을 확보하고
여름비를 차용해 생긴 빗방울은 희고 둥글게 확장하고 있다
여름비는 묽어서
맨얼굴로 바람을 만져보고
댓 걸음 가다 멈춰 돌아보면
얼룩도 남지 않았다
가까운 처마 밑
흙냄새가 난다
여름을 피해 들어온 곳은
마디도 없이 한가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