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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의 다짐

한국문인협회 로고 엄영란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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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르 녹는
솔잎 위 눈처럼
봄꽃을 부르는 이슬로
그렇게 살겠어요

 

메마른 둔덕에
혈맥으로 흐르는 봄비 되어
잎 윤슬에 미끄러져 굴러도
하얗게 부서져 웃겠어요

 

우리는 서로
낮은 자리에서 피는 꽃

 

숯검정 된 가슴 안고 
늦은 귀갓길
목 빼고 서서 
화사히 웃는 인등 
인생 꽃
한여름 진흙밭에 피는 연꽃

 

어둠을 밝히는 연등처럼 
설익은 열매
반사된 빛까지 모아 
남은 열정으로
단맛 호호 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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