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겨울호 2025년 12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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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따라 여름의 낯익은 얼굴이 흐른다
붉게 물든 낙엽 위에 크고작은
늘씬한 개미 한 마리 가는 팔다리로 노를 젓고
계절의 물결을 천천히 건넌다
가느다란 허리춤에 감은 기타줄
나뭇결 스치는 바람을 따라
가을의 발라드 한 곡이
물가의 비늘처럼 고요히 퍼진다
하늘과 땅에 메아리치던 오래된 파티
풀피리에 취해 우는 귀뚜라미
넓게 엎드려 잠드는 추색들까지
덩치가 크든 작든 모두가 물들어 간다
얇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그 처연함마저 별빛의 뜰로 파고들어
환상의 세계를 천천히 밝히고
마침내 웃음이라는 백신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