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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황혼에 불러보는 그 이름, 어머니

어머니! 당신이 이 세상에 소풍 왔다가 하늘나라 가신 지 60년여 세월이 흘렀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경칩이 지난 이곳은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곧 봄이 오겠지요. 제 나이 어느덧 칠십을 넘었는데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8년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저에겐 영원처럼 느껴집니다. 오늘은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당신이 남기

  • 김두수(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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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동네에서 경북 문경을 오가는 고속철도가 생겼단다. 내 생활 터전이 대체로 수도권과 충청권이니 그 철도를 이용할 일이야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만,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고속열차란 따로 지은 역과 반듯한 선로로만 다니는 것인 줄 알았더니 의외다. 더욱이 여기는 지하철역이 촘촘히 있고, 전철이 연락 부절하는 곳이니 더욱 그렇다. 언제 한 번 수안보

  • 유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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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두릅과 옻나무 순

봄나물을 먹었다. 지난겨울 몰아치는 칼바람과 혹독한 냉기에도 묵묵히 견디며 연약하게 보이지만 야무지고 단단한 꿈을 품고 나오는 새싹이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내가 어린 시절에 겨울 동안 기다리던 일용할 양식이었다.“나물 먹고 물 마시고 하늘을 이불 삼아 잔디에 누우니 사나이 가는 길이 두려울 것이 없다”고 했다. 지금은 봄나물을 먹을 것이 없어서 먹

  • 한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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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어머니의 발자국 등대

추자도 등대 앞에 선다. 상추자도 집들은 지붕마다 색색의 옷이 입혀졌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풍경이다.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섬에 가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곤 했다. 담 주변으로 멸치를 숙성시키는 커다란 통은 내 키를 넘는다. 집을 지키는 지킴이일까. 뚜껑 위에는 돌멩이를 밧줄로 칭칭 묶어 놓았다. 등대 앞에서 바라보는 섬의 유혹에 나도 묶인다.

  • 김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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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가시이불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가 생겨 미술관에 갔다. 이른 시간이라 전시장의 분위기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조용히 밝혀진 조명 아래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여섯, 그림 속의 영혼들이 소리 없는 울림으로 내게 다가선다.일백 개의 무덤에는 일백 가지의 사연이 있겠지만, 일백의 작품 속에는 수백

  • 이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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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팝 아카이브

『팝 아카이브』는 평소 즐겨 듣는 내 팝송 목록 모음집이다. 3년째 틈만 나면 어지러이 컴퓨터 자판과 씨름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까지 쓴 원고량이 원고지로 약 9,000매, 따져 보니 목표량의 반 정도는 채운 것 같다. 참고문헌 목록 또한 A4 용지 15매를 넘겼다. 하나의 원칙을 고수하며 일을 진행한다.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 부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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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하루살이의 일생

만물이 약동하는 춘 3월에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되니 지구상의 한 구성원으로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가 생각난다.어느 글에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하여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고 외쳤다.지난 무더운 여름날

  • 주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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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말하는 새

우리 집엔 말하는 새가 산다. 옐로우사이드코뉴어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닌 앵무새인데, 우리 집의 옐로우사이드코뉴어 두 마리, 즉 코코와 뿌뿌는 말을 꽤 잘한다. 발음도 정확하다. 아마도 그들을 데려온 딸이 사랑해 주어서 그런 것 같다.“이쁜아, 사랑해. 아이구, 예뻐!”매일 새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며 사는 이들은 지구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두 앵무새

  • 김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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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겨울눈〔冬芽〕

십 년 만이었다. 그 나무를 자세히 바라본 것은.큰딸은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일했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후 경력이 단절되었다. 첫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버텼으나, 둘째가 태어나자 결국 일을 포기했다. 나는 살림만 하는 딸이 안쓰러웠다. 마침 좋은 회사에 취직할 기회가 생겼지만, 육아가 문제였다. 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겠냐고. 나는

  • 권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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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 676호 제가요?

오늘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쉬어야겠다. 요즘 며칠 동안 제대로 쉰 날이 없었다. 이미 피로가 누적될 대로 되어 버린 상황이다. 이틀짜리 야근을 끝내고 가족 행사로 지방을 다녀오고, 준비하던 시험도 하나 치르고, 다시 새벽 근무 이틀을 하고, 오후 근무 이틀을 하고 하루를 쉬는 날이다. 정말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나의 휴식 방법은 간단하다. 텔레비

  • 배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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