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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 차상] 할머니

나에게는 2명의 할머니가 있다. 첫 번째로, 아빠의 엄마인 친할머니,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 내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이후로 나는 두 할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두 할머니는 아주 친하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옛날에 이런 약속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 나이 들면, 사돈하자’라고. 그렇게 몇 년 후, 진짜 사돈이

  • 손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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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 장원] 할머니

잔뜩 더러워진 식탁 위. 바닥에 나뒹구는 깨진 유리그릇과 음식물이 묻어 있는 숟가락. 나는 그런 난장판인 모습을 그저 한숨 쉬며 느린 눈짓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내 시선 끝엔 그릇에 담긴 볶음밥을 손으로 집어먹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나의 할머니는 총명하고 명석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치매에 걸려 어린 아이처럼 변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비교적

  •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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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차하] 편의점

주말에도 새벽을 개봉한 하늘언니는 눈을 비비며 편의점으로 향한다 언니의 출근길을 맞아주는 골목길항상 비가 내려 매일 우산을 챙기는 언니 편의점 사장님은 왜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을 챙기냐고 하신다언니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린다 진열대에 있는 삼각김밥처럼계산대 뒤에 서있는 언니 언니, 왜 편의점 사장님한테 얘기 안 해?언니가

  • 박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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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차상] 오월

툭, 끊어진 필라멘트처럼방금까지 일렁이던 슬픔이 식어간다.새벽은 아무도 살지않는 공터그곳엔 뼈만 남은 침묵이 자란다. 어깨를 부딪쳐도, 발길질을 해도이 문은 꼼작 않는다. 입안에 고인 협박과 회유를 뱉어내봐도도어락의 숫자는 불을 밝히지 않는다. 한 칸씩 정성껏 쌓아 올린 성벽이자건드리면 무너질까 숨죽여 세운 도미노.아주 작은 흠집

  • 이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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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장원] 할머니

할머니는 달력을 만들고 있다몇 년전 손주가 준 새하얀 스케치북에녹인 시스투스 흑장미 물망초를천천히 쌓아간다그녀의 살짝 떨리는 손과그녀의 발을 핥는 개의 축축한 방해가달력을 더럽혔다그녀는 개를 혼내는 것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그녀의 시선을 피해 잠든 시계에게 물었다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계가 그녀의 말을 무시하자 개는시계

  • 박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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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산문 차하] 오월

공기 중을 부유하는 먼지는 초여름의 햇빛에 더욱 선명해진다. 단칸방의 직사각형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나의 남루함을 샅샅이 밝혀낸다. 창밖에선 무성한 녹음이 요동치고 있다. 나는 숨을 수도 없는 나의 처지에 비참해진다. 오랜 시간 방치하여 생긴 옷의 얼룩 같은 곰팡이가 벽을 뒤덮고 있다. 나는 저 곰팡이가 점점 넓어져 언젠가 나를 잡아먹으면 좋겠다는 생각

  • 박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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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산문 차상] 할머니

12월의 마지막 날, 세상은 백지같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눈더미 사이로 치킨집 홍보 전단지를 돌리던 닭 인형탈이 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치킨집 앞을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귀엽다며 사진을 찍어댔다. 하지만 나는 그 인형 앞으로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인형 안에 있을 할머니의 얼굴이 비쳐 보였으니까.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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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산문 장원] 오월

하교 후 돌아온 집엔 아무도 없었다. 거실불을 키자 아빠가 늦은 흔적들이 보였다. 채 닫지 못한 서랍이며 지갑도 두고 나간 듯했다. 식탁 위엔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마치 글씨가 포스트잇에서 떨어질 것 같이 끄트머리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적혀 있었다. 아빠의 필기 습관이었다.어린이날에 같이 저녁 못 먹을 거 같네. 늦게 말해서 미안.그 뒤로도 공휴일이

  • 서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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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운문 차하] 할머니

시대의 열차 위 느린 악곡이 흐른다도레미파솔라시 일곱 가지 음정이기억처럼 쌓여 가는 자리그곳에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자신의 악보를 완성해 간다 어릴 적 지낸 할머니 댁에서는내가 먹다 흘린 아이스크림 자국을 스타카토로 꾸며 내던 당신이 계셨고그게 재미있어 자꾸만 낙서 같은 자국들을 남겼던 거야 두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선로가 멀어지고자국이

  • 최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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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 688호 [제37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운문 차상] 편의점

학원에 가기 전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이미 자리를 잡고 컵라면을 먹고 있는 아이들엄마한테 혼난 이야기를 하며젓가락을 까딱거리고나는 가장 싼 삼각김밥을 찾기 위해계속해서 삼각형의 순서를 바꾼다 고개를 돌리면 소란스럽던 아이들이흘린 라면 국물 대신 입가를 닦아내고편의점 앞 비둘기를 쫓아내지 못하는 스무 살 알바생처럼 가격표 앞에서 연약해

  • 최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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