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나타나면못된 벼슬아치 벌벌 떨었다네.자기 배만 채우는 양반들 살살 기었다네.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다녀가면심술쟁이 동네 꼬마 마음 졸였다네.욕심쟁이 누렁이도 숨죽였다네.
- 박희정(강북)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나타나면못된 벼슬아치 벌벌 떨었다네.자기 배만 채우는 양반들 살살 기었다네.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다녀가면심술쟁이 동네 꼬마 마음 졸였다네.욕심쟁이 누렁이도 숨죽였다네.
나는 북극에 사는 어린 곰이에요 배가 고파 빙하와 빙하 사이를부지런히 다녔어요그러다 멀리멀리 떠밀려 오게 되었죠 할머니 댁이 가까이 있는지 몰랐어요그저 커다란 통에 먹이가 있는지킁킁 냄새를 맡았을 뿐이에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거대한 빙하는 너무 멀리 있어요나를 태워 줄 빙하를 잡아줄 수 있나요?예전처럼 차갑고 빛나던 빙하 위를친
햇살 보드라운 날노란 나비 한 마리 날아옵니다 꽃을 찾아 팔랑팔랑 날아옵니다꽃바람 일으키며 날아옵니다 햇살 같은 금빛 날개로 날아옵니다날개에 꽃향기 묻혀 봄을 나릅니다
온갖 새들 모여깃털을 고르면서재잘재잘 지지배배 모든 풀과 나무도파릇파릇 초록으로새롭게 단장하는 따사로움과반가움으로기쁨이 넘치는 봄
차디찬 겨울바람이 세게 불던 모습은이제 입춘이 지나고 난 후로하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들판을 뿌옇게 내리고 있다 햇볕이 내린 못둑 풀밭에서쑥, 달래 새싹들 움트는 소리파랗게 파랗게 들려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목마른 새싹들이 봄비 마시는 소리소록소록 파랗게 들려오는 아침에 새싹들이 목마르던 꽃밭에서파릇파릇 봄비 마시는
살얼음 녹아내린 냇가바위틈 사이로돌 돌 돌흐르는 물소리에 웅크렸던 몸기지개 켜며버들강아지 눈을 뜨고 돌담 밑 양지녘엔햇살이 내려앉아겨우내 꽁꽁 언 땅따뜻하게 안아주니 기다린 듯고개 내민 새싹들이방긋방긋 웃고 섰다.
수능날, 학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시계를 볼 여유조차 없이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밖이 어둑해졌다. 이제는 저 멀리 있는 사람 모습을 분간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 운전석에 앉아서 눈동자를 와이퍼처럼 왼쪽 사
지난 연말연시에 우리 부부는 베트남에서 36박 37일을 보내고 왔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셈인데, 그 시작은 2024년 초 다시 들른 홍콩에서 비롯되었다. 화려한 옛 명성에 기대어 늙어가는 홍콩은 마치 노년에 접어든 내 삶과 비슷했다. 일본이나 유럽을 다니면 편안하고 익숙했지만, 신이 나지 않던 이유도 비로소 알았다. 활기였다. 사회 전체의
새해 아침 세배 한 번, 둥그런 나이테 하나. 부모, 어른에게 바치는 세배는, 세뱃테를 그린다. 나무줄기에 생기는 나이테처럼 세뱃테는 사람의 가슴에 생기는 동심원이다. 주고받는 세배와 딸려 오는 세뱃돈은 머리부터 가슴에 이르러서는 선을 둥그렇게 그리고 멈춘다. 세뱃테라 이름짓는다. 거기엔 사랑과 애정, 꿈, 세 가지가 담긴다. 그 셋의 크기와 무게는 세월이
반세기의 세월이다. 지금의 기장군 장안읍 장안중학교에서 어렵사리 부산으로 유학하러 갔다. 시골에서 조금의 논마지기와 전답으로 여덟 식구가 아옹다옹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아버지께서는 배움이 딸려 답답함을 많이 가지고 살아오셨다. 딸들이 글을 깨치고 세상 물정을 알기 시작하면서 볼일을 보실 때는 도움으로 데리고 다니셨다.아버지는 사촌들과 화합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