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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꽁꽁, 지구가 차가워졌으면 좋겠어

나는 북극에 사는 어린 곰이에요 배가 고파 빙하와 빙하 사이를부지런히 다녔어요그러다 멀리멀리 떠밀려 오게 되었죠 할머니 댁이 가까이 있는지 몰랐어요그저 커다란 통에 먹이가 있는지킁킁 냄새를 맡았을 뿐이에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거대한 빙하는 너무 멀리 있어요나를 태워 줄 빙하를 잡아줄 수 있나요?예전처럼 차갑고 빛나던 빙하 위를친

  • 김선영(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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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봄비 오는 아침

차디찬 겨울바람이 세게 불던 모습은이제 입춘이 지나고 난 후로하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들판을 뿌옇게 내리고 있다 햇볕이 내린 못둑 풀밭에서쑥, 달래 새싹들 움트는 소리파랗게 파랗게 들려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목마른 새싹들이 봄비 마시는 소리소록소록 파랗게 들려오는 아침에 새싹들이 목마르던 꽃밭에서파릇파릇 봄비 마시는

  • 최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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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저항값 줄이기

수능날, 학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시계를 볼 여유조차 없이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밖이 어둑해졌다. 이제는 저 멀리 있는 사람 모습을 분간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 운전석에 앉아서 눈동자를 와이퍼처럼 왼쪽 사

  • 김지연(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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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그곳에도 춘향이 있었네

지난 연말연시에 우리 부부는 베트남에서 36박 37일을 보내고 왔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셈인데, 그 시작은 2024년 초 다시 들른 홍콩에서 비롯되었다. 화려한 옛 명성에 기대어 늙어가는 홍콩은 마치 노년에 접어든 내 삶과 비슷했다. 일본이나 유럽을 다니면 편안하고 익숙했지만, 신이 나지 않던 이유도 비로소 알았다. 활기였다. 사회 전체의

  • 허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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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세뱃터에 대해

새해 아침 세배 한 번, 둥그런 나이테 하나. 부모, 어른에게 바치는 세배는, 세뱃테를 그린다. 나무줄기에 생기는 나이테처럼 세뱃테는 사람의 가슴에 생기는 동심원이다. 주고받는 세배와 딸려 오는 세뱃돈은 머리부터 가슴에 이르러서는 선을 둥그렇게 그리고 멈춘다. 세뱃테라 이름짓는다. 거기엔 사랑과 애정, 꿈, 세 가지가 담긴다. 그 셋의 크기와 무게는 세월이

  • 안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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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내 생의 뿌리

반세기의 세월이다. 지금의 기장군 장안읍 장안중학교에서 어렵사리 부산으로 유학하러 갔다. 시골에서 조금의 논마지기와 전답으로 여덟 식구가 아옹다옹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아버지께서는 배움이 딸려 답답함을 많이 가지고 살아오셨다. 딸들이 글을 깨치고 세상 물정을 알기 시작하면서 볼일을 보실 때는 도움으로 데리고 다니셨다.아버지는 사촌들과 화합이 있

  • 송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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