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났나 보다. 남편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 코를 훌쩍이다가 이비인후과에 다녀온다고 한다. 매 번 저러면서도 그 고난의 길을 오래도 가고 있다. 글 쓸 때는 쓰느라 수험생처럼 매달려 있고, 응모하고 나면 희망 고문에 시달린다. 그리고 발표가 나면 바닥난 체력을 드러낸다.옆에서 보는 나는 응원하다가 위로하다가 쉬엄쉬엄하라고 하다가 이제는 그
- 정선숙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났나 보다. 남편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 코를 훌쩍이다가 이비인후과에 다녀온다고 한다. 매 번 저러면서도 그 고난의 길을 오래도 가고 있다. 글 쓸 때는 쓰느라 수험생처럼 매달려 있고, 응모하고 나면 희망 고문에 시달린다. 그리고 발표가 나면 바닥난 체력을 드러낸다.옆에서 보는 나는 응원하다가 위로하다가 쉬엄쉬엄하라고 하다가 이제는 그
늦게 본 아들이 마침내 결혼식을 치렀다. 작은딸을 시집보낸 지 십 년이 넘고, 코로나19가 끝나가는 무렵의 일이었다.그런데 일 년이 넘도록 아들네에게서 별다른 소식이 없다. 주변에서 물어오고 나도 아내를 향해 의문을 표했으나 핀잔만 돌아왔다. 부부의 일이란다. 그가 사는 충청도를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으나 체통을 지켰다. 차분히 기다리기엔 별 생각이 다 들었
직장에서 퇴직 후 지금까지, 올해로 거의 십 년째 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말이 논술이지 한글 공부 시간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센터장과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데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앞을 떡 가로막는다.“안녕하세요? ”들릴 듯 말 듯 허스키한 저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유유히 정수기 앞으로 사라지는 중딩 녀석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
여행 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있다. 바로 옹도 여행이다. 옹도는 물살이 세고 해상 유속이 빨라 진도의 울들목 다음으로 꼽힌 유명한 지역이다. 물이 빙글빙글 돌며 흐르기에 하늘이 물길을 허락해야 갈 수 있는 섬으로 섬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은 별표 5개로 난이도 최고점이라 부르고 있다. 섬여행 투어를 진행 중인 나는 옹도 땅을 밟아보려고 유람선을 운항하는 선장님에
지난 5월 20일 국립한국문학관 착공식이 있었다. 은평 뉴타운 북한산 기슭 옛 기자촌 넓은 부지에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아름다운‘문학 빌리지’건물이 공사 중이다. 은평마을에 20여 년을 살면서 뒤늦게 글쓰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필자에게는 성대한 준공식이 기다려진다. 그동안 문학관 유치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제발 우리 지역이 선정되기를 초조하게 기다
아이스스트레이트 포인트밴쿠버에서 아들과 딸, 우리 부부는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은 바로 셀러브리티 인피니 크루즈함에 올라 타는 것이었다. 선상에는 이미 음식 페스티벌이 펼쳐져 있었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환영 파티에서부터 멋진 무대 공연까지, 우리는 크루즈에서의 순간마다 새로운 경험을 즐겼다. 특히
아버지는 너무 젊다. 수십 년 전, 당신이 즐겨 쓰던 중절모와 양복색도, 나를 안고 가던 솔잎보다 짙은 군복색도 바래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다. 나는 아버지도 다른 이의 아버지처럼 얼굴에 목단 꽃술 같은 주름을 남기며 늙어 가는 모습 이 보고 싶었다. 아버지는 육십이 넘은 나보다, 하나뿐인 당신 손주보다 젊은 서른 두살이다.내 회상 전면엔 언덕 해지개에 서
학창 시절, 선생님과「인연」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성심학원, 춘천, 소양강의 가을 풍경, 아사코와의 세 번의 만남, 스위트피, 목련, 연두색 우산이 떠오른다. 동화처럼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이 투명한 수채화처럼 그려진 글이었다.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던 이 글을 읽으며 수필이 이런 글이구나 생각했다. 수필은 그렇게 사람과의 인연을 묘사하고 자신의 느낌을 진솔하
지배자와 피지배자,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 갑과 을, 지 금까지 그들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왔다. 인류뿐만 아니라 군집 생활하는 모든 동물은 그런 서열 관계를 이루며 살아 온 것이다.이긴 자만이 태양같이 유일하게 존재하고 나머지는 그에 굴복하고 복종해야 하는 것이 역사다. 고대와 중세에 이르기까지 주종관계는 그런 인연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명이 극
여름밤에 하늘을 보면 은하수가 훤히 나타나는 청정지역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랐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작은 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었으며 언제부터인가 나는 동네의 스토리텔러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의 친구분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나는 요즘의 아이돌처럼 사랑을 받았고 보답하듯이 도서관의 책들을 부지런히 날라다 읽어드렸으며 도시의 자녀들에게 편지도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