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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튤립 브라자」

본시 너는 바람의 언덕 웃자란 그리움이다살굿빛 혹은 순백의 잠 못 드는 안나푸르나가릴 것 있었나 보다 손바닥만큼 그만큼안양천 따라온 봄도 발가락이 아픈가 보네이토록 명치끝에 자리를 펴신 그대들세상은 거추장한 낭만 당당하게 벗었다네덜란드 아니라도 동대문시장 속옷 가게유전자까지 오려 만든 색상들의 대반란옥탑방 빨랫줄에서 온 세상을 흔든다서울에 둥지를 튼 지 한

  • 권혁모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하회동 소견」 당선,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13회 본상, 한국꽃문학상 특별상, 월간문학상, 영축문학상 등 수상. 시조집 『오늘은 비요일』 『가을 아침과 나팔꽃』 『첫눈』, 전자출판 및 오디오북 『눈이 내리네』.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회장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오늘> 동인,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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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고양이 예찬

가축이라면 소, 돼지, 말, 닭, 오리 등이 있다. 소도 버펄로 같은 야생 소에서, 돼지도 산돼지(멧돼지)에서, 닭, 오리도 조류에서 길들어졌다. 양식에 성공한 산물이다. 그리고 고양이도 야생고양이에게서 길들어졌다.고양이는 사실상 가축으로서 별 쓸모는 없다. 소나 말은 매우 유용해서 노동력을 제공한다. 또 잡아먹으면 훌륭한 고기와 가죽, 뼈까지 주인에게 헌

  • 차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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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꼬맹이 상일꾼

내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였다. 그해도 천수답에도 모내기하던 늦장마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모내기하던 몸뚱이에서는 나도 모르게 욱신거리는 통증이 날아들었다. 얼마나 아픈지 나도 모르게 짧은 신음소리가 튀어 나오는 몸뚱이가 욱신거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서야 나도 모르게 욱신거리던 통증이 멈추고 있었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일어나 사랑방을

  • 李揆貞(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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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바람의 사연

요즘의 내 삶은 바람이다. 정처 없이, 향방 없이 이곳저곳 쏘다니는 것이 하루의 삶이다. 전형적인 3월 초순의 날씨이듯, 오늘도 봄바람이 거칠게 불어 댄다. 연료 빵빵하게 채운 친구의 차를 타고 행선지도 없이 무작정 바람처럼 나선다. 전북 완주 어느 산골 마을을 지날 무렵이다. 주인의 손길을 잃은 지 오래된 듯한, 꽤 나 큰 비닐하우스가 흉물스럽게 찢어져

  • 류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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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선비정신을 숭앙(崇仰)하며

요즘 세상은 하루가 멀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신문 기사나 TV에 부정한 사회상이 그것이다. 평온한 아침, 우리네 마음밭을 우박처럼 쏟아져 갈기갈기 찢어 놓지 않는가?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배달되는 신문의 대문짝만한 활자는 우리를 고통과 분노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도 어제처럼 오늘도 습관적으로 신문을 펼쳐 든다. 행여나 한 줄기 실낱 같

  • 고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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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산가 그리고 정원

나무를 심었다. 소나무를 비롯하여 2백여 그루가 자리를 잡고 있다. 어렵게 들인 것도 있지만 버려진 것을 거둔 것이 대부분이다. 내 땅 네 땅을 가르지 않았다. 뜰에도 길가에도 산자락에도 빈자리가 있으면 심었다.해를 거듭할수록 우거지고 있다. 때맞춰 꽃이 피고 열매를 단다. 새들이 깃들고 짐승들도 찾아온다. 소유의 아귀다툼도 없다. 외진 산속이 아니면 어려

  • 金鎭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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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내 삶의 뿌리가 된 수필문학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수필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 도달한 최선 이상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 했고, 사람이란 이내 정체되기 마련일 테니까요.등단하던 무렵, 흠모하던 위대한 작가들의 글이 벅차서, 우선 삶의 태도부터 닮으려 애썼습니다. 이웃의 마음 빈 곳을 채우고 가난한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는 일에 우직하게 골몰

  • 김혜숙(은평)수필가·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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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구형의 유리수조

현우는 누운 자리에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든다. 자줏빛 휴대폰은 언제 보아도 앙증맞다. 은색 테두리, 초록빛 보조화면에 AM 4:30이 떠 있다. 휴대폰을 열어 일어날 시각을 06:00로 설정하고 새벽닭 멜로디를 선택한다. 날마다 일상은 닭 우는 소리로 시작되리라. 초등학교 일학년 국어 책을 거꾸로 들고 마당 가 돌확에 걸터앉아 왼종일 울던 어린 선우

  • 조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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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1어느 문예지 편집장으로 있는 후배로부터 단편소설 신인상 심사를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은 며칠 전이었다. 나는 마지못해 승낙했고 바로 다음 날 여러 편의 소설들이 택배로 배달되어 왔다. 그쪽에서 먼저 원고를 거른 터라 정작 내게 넘어온 편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는 단숨에 응모작들을 읽어 내려갔다. 이삼일 내로 끝낼 생각이었다. 나는 끼니도 거른 채

  • 채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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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 665호 동반(同伴)

어느 늦가을,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 있었다. 작고 허술한 트럭 한 대가 빗속에서 덜커덩 소리를 마치고 찍-하며 멈추어 섰다. 기사인 듯 싶은 한 남정이 운전석에서 쿵 하고 내려서더니 차 위에 덮였던 비닐을 잡아당겨 벗겼다. 조촐한 이삿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둘 짐을 내려 놓는다. 내려지는 짐과 함께 그 속에 웅크리고 있던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얼굴

  • 류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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