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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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금상>
나는 편지에 내 슬픔 한 조각을 붙인다
봉투를 열어
편지지를 꺼낸다
펜으로 편지에 글을 적어 본다
엄마에게
글자를 또박또박 써도
편지는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내 글씨는
자꾸만 뭉개진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엄마,
나도 딸이 처음이라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서로에게 너무 서툰 것 같아
손 끝에
힘을 꽉 주고
편지와 마주본다
나는 엄마의 삶을
갉아먹고 자랐지
나는 나를 닮은
아이를 품고 싶었는데,
병원에서는 엄마가 나를 잃을까 봐
그럴 수 없게 낳았대
편지에 싱싱한
내 슬픔을 붓는다
팔딱거린다
배가 부풀었다 가라앉는다
편지지 위로
까만 양수가 쏟아진다
편지를 고이 접는다
편지 속에서
씹다 뱉은 찌꺼기와 함께
봉투에 넣는다
나는 주먹 쥔 손으로
우리를 꾹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