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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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고등부 운문 차상>
나는 종이의 여백을 찾아다닌다
마음을 연습하기 위해
어떤 종이든 마음을 담으면
편지가 되어버리지
여백이 가득한 종이에
두서없는 마음을 무한히 적어 내린다
흑연이 묻은 연필로
진심을 받아쓰다 보면
손과 종이에 흐릿한 먹구름이 번진다
연습하기 다행이라는 안도가 온몸을 스쳐 가고
편지를 쓴다는 건,
오랫동안 묵힌 마음을
차츰 꺼내는 것
새로운 여백과 울지 않는 볼펜으로
다시금 마음을 연습하다
편지가 되어 버린 종이들의
시행착오가
발밑에 쌓인다
완성된 마음을 전하기까지
매일의 연습들이 나를 이룬다
편지는 오래 공들여야 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