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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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장원>
해와 헤어져 해와 만날 때까지
의자에 꼬옥 붙어 있었던
시험 전날
사춘기 소녀의 방문처럼 열리지 않는 눈꺼풀
진동벨처럼 덜덜 울리는 손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정신머리
내 어깨에 앉은 새까매진 시간의 무게
내 앞에 시험지가 나를 비웃었다
시험지의 글자들은 춤을 추다 얄밉게 도망가 버렸다
평소에 공부 좀 할걸, 어제 잠을 많이 잘걸, 나는 과거에 맴 돈다
시험을 마치고,
나는 과거를 후회하는 과거진행형
친구는 시험지를 구기는 현재진행형
또 다른 친구는 내일을 준비하는 미래 진행형
그날 저녁부터 과거를 맴돌던 나는
과거를 벗어나 희미하지만 분명한,
미래를 찾아본다
교과서를 펼치고 글자들과 티키타카 해본다
마침내 해가 지고 달을 만났을 때
난 다음 해를 기다리며 달과 함께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