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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선물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영구(강북)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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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직원들에게 1년에 한 번씩 주어지는 왕복 무료 항공 탑승권, 이름하여 FREE SUBLO TICKET.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주위에서도 모두 부러워한다. 이 멋쟁이 선물을 나대로 뜻깊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항공사 직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효도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나에게 이 선물은 참으로 유용했다. 올해 회갑을 맞으신 장인, 장모 두 분을 모시고 제주도 효도 관광을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 우리 부부의 뜻을 두 분께 알렸다. 며칠 후 제주 여행의 꿈을 안고 논산에서 서울로 올라오셨다.
1976년 그 당시만 해도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소문이 퍼져 사위 칭찬에 마을 사람들의 입에 침이 마를 사이가 없다고 활짝 웃으시는 두 분, 그 얘기만 들어도 가슴 뿌듯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항공사 직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만족해하시는 두 분의 모습을 대하고 나자 슬그머니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멋쟁이 선물이 항공 좌석 예약이 불가능한 티켓이라니! 서울만 오시면 금방 비행기를 타고 시원스레 날 수 있을 것처럼 여기시는 두 분에게 항공 좌석이 만석인 경우 출발을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마음의 부담은 우리 부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두 분의 표정은 엄청 밝고 즐거워 보이셨다, 마치 어린애가 소풍 가는 것처럼….
직원에게 주는 무료 항공 탑승권은 우선 승객이 먼저 타고 남는 좌석을 직원이 탈 수 있는 항공권이다. 항공 좌석이 만석이면 비행기를 못 탈 수도 있기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처지에서 매우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조바심으로 속을 태우면서도 이왕 내친걸음이라 시치미를 떼고 예정한 날 우리 부부는 김포공항으로 두 분을 모시고 나갔다.
헛걸음하면 그때 가서 두 분께 자세한 설명을 해 드리기로 하고, 다행히 운이 좋았던지 항공 좌석을 받았다. 웅장한 A-300 비행기에 탑승하자 안도의 한숨, 휴! 두 분도 즐거운 표정이 완연했다. 제주 관광은 회갑인 장인과 장모님을 더없이 유쾌하게 해 드렸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제주도 여행은 7남매를 둔 아들과 딸이 해 드리지 못한 효도를 셋째 사위가 장인에게 효도하는 특별한 환갑 생일 선물 그 자체였다. 셋째 사위가 대한항공에 다니는 덕분에 2박 3일간 즐거운 제주 여행을 하실 수 있었다. 3일간 제주 여행지를 모시고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조랑말도 타고, 수목원, 테마공원, 더마파크, 서커스 공연, 마라도, 우도, 에코랜드, 천지연폭포, 성읍민속마을, 해녀 박물관 등을 둘러보았다.
제주 여행을 마치고 전복죽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제주공항에서 김포로 돌아가는 항공 좌석을 탑승하러 공항에 갔는데 강풍으로 인하여 전편 결항이라고 하는 직원의 안내를 듣고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결항이 되면 내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일반 승객들이 저마다 먼저 타고 가려고 혼잡할 텐데 어쩌나 걱정하면서, 제주공항 근처 호텔로 가서 1박을 하였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다음 날 아침 일찍 제주공항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카운터 앞 의자에서 좌석이 배정될 때까지 대기자로 기다릴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공항 내에서 햄버거와 음료수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항공 좌석을 받으려는 일반 손님들로 공항은 꽉 차 있으며 아침부터 순서대로 줄을 서서 좌석 배정을 받고 있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차례를 기다려 보지만 일반 손님들 좌석 배정이 언제 끝이 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일반 손님들 좌석 배정이 끝나야 우리도 남은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 직원도 우리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 좌석을 마련해 주려고 애쓰고 있음을 미소로서 미안하다는 눈신호로 사인을 보내 주었다. 이것이 동료의식인가 싶다.
대기 인원이 많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좌석 배정이 이어졌다. 대기자의 심정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으랴! 탑승 마감 10분 전까지 애타게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며 버텼다. 인내의 보답이었을까? 탑승 마감 직전에 가까스로 항공 좌석을 받을 수가 있었다. 기쁨과 고마움에 우리는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주여! 감사합니다.
3박 4일의 제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았다. 항공 좌석 예약이 안 되는 대기 항공권이긴 했지만 회사에서 직원에게 혜택을 주는 무료 항공권을 이용해서라도 두 분 어른의 회갑 여행으로 비행기를 태워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며 장인, 장모님 모시고 어렵게 제주 여행을 다녀온 것만은 ‘멋쟁이 선물’이라 부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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