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에 나가고 싶다.살다가 멀미 나서 울컥하고 치미는 날가슴에 파도가 치솟는 난바다를 보고 싶다.타고난 걱정거리, 떠다 맡은 치다꺼리지치고 주눅 드는 인연들을 끊어내고답답한 품속을 열어 큰바람에 펼치고 싶다.생각이 깊고 물결 드높은 한바다를 바라고 마음을 누르는 짐은 뒤끝 없이 부려놓고 바람을 앞장세우고 한달음에 달려가
- 강세화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에 나가고 싶다.살다가 멀미 나서 울컥하고 치미는 날가슴에 파도가 치솟는 난바다를 보고 싶다.타고난 걱정거리, 떠다 맡은 치다꺼리지치고 주눅 드는 인연들을 끊어내고답답한 품속을 열어 큰바람에 펼치고 싶다.생각이 깊고 물결 드높은 한바다를 바라고 마음을 누르는 짐은 뒤끝 없이 부려놓고 바람을 앞장세우고 한달음에 달려가
산자락 그림자가구름한테 화를 낸다노을 바람 잔주름에꽃잎이 다 진다고봄비에옷젖은여인달빛 안고 웃고 있다
땅거미 진 밤분주한 작업 현장아슬아슬한 사다리흩어진 공구들 사이작업 배설물이 여기저기 뒹굴고잘 보이던 마킹은숨바꼭질을 한다도심을 달리는 수많은 차량 불빛 사이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들서로서로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엉키고 설킨 배전함 전깃줄이다빠지직 번쩍이는 불빛펑 소리 내고 전선에 불붙더니 배전공이 3층 아래로 떨어졌다 시
카페 출입문 유리에 머리를 부딪쳤다힐끗 바라보는 시선유리가 너무 맑아도 생각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예전엔 그랬지아등바등하지 않아도미래는 풀릴 것이라고서 있기만 해도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처럼세상 트인 줄 알고 갔다가 유리벽 같은 벽을 만나 얼마나 아파했던가부딪친 머리를 싸쥐고 출입문 버튼을 누른다더 좋은 날을 기대하며&nbs
하루에 두어 번쯤바닷물이 길을 막아서도외롭지 않은 섬이백 년 팽나무 숲에 쌓인절간에는별빛 쏟아지는 밤이나달밝은밤바람은 바닷물을 굴리고 파도는 가슴을 앓는다영혼을 다듬은 범종 소리 잠시 머무름만으로도 속세 간 마음잊을 수 있는 곳고뇌와 번민 내려놓고 쉬었다 가라 하네
아버지 떠나실 때평생 함께한그림자도 따라 갔습니다산 그림자 마을로 찾아오면크신 사랑 그리운 마음에아버지 손으로 일구시던 논밭햇살 출렁이는 들길 걸어봅니다들판에 새겨진바람결에 스며 있는 아버지 발자국 흔적 가는 곳마다 따라옵니다아버지 그림자는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강변공원 백합을 찍는데주근깨투성이 참나리가 들어와메인 모델이 되었다참나리나 백합이나 같은 나리지만눈길 끄는 주홍빛 미소에까만 주근깨 다닥다닥 매력 더하니백합보다 더 관심을 끌었나 보다우리 사이에도 가끔 아주 가끔혹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불쑥불쑥 끼어들던 무엇인가가 있었을 거다 새로웠을 수도 있었을 테고억지스럽기도 했을 테지만불현듯 손 내밀고 흔들고
그날은유난히제몸을흔들고있었다흙담길을쓸고가는바람의울음일까잎사귀에주저앉은햇볕의눈빛일까아이눈에비친그는빈집에버려졌네,샛별은유별히제몸을뒤치고있었다하얀설화같이남몰래흩뿌려진감꽃일생에흘려야할눈물인것을몰랐네옛담장위로붉은미소를자꾸매다네
아직도 열리지 않은 여명초승달 잔뜩 웅크린 채 미소 짓고별들은 시린 새벽을 합창한다.눈이 쌓여 지워진 산행길한 걸음 한 걸음자각(自覺)의 발자국을 내며정상을 향해 내디딘다.가쁜 숨 몰아쉴 때마다땀과 섞여 쏟아내는응축된 욕망과 이기(利己)들밀려오는 찬바람에비워 내고 또 비워 낸다여명의 그림자 하나둘 일어서서 열렬한 응원을 보낼 때부양할 것처럼 가벼워
우리 부부는 밥처럼 산다늘 먹고 사는 밥처럼 산다때가 되면 마주하듯그냥 일상으로 대하는 밥처럼 산다생각 없이 밥숟갈 뜨듯이매일 쳐다봐도 귀한 줄 모르고당연히 옆에 있는그냥 만만한 밥처럼 산다배부른 점심 오후 소파에 앉아낮잠에 빠져 고개를 젖히고입을 바보처럼 벌려도 부끄럽지 않은그냥 편안한 밥처럼 산다그러다가 가끔씩배고파 허기질 때눈앞에 급히 차려 나오는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