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에서 나오는 나의 생각자음과 모음이 된다 글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새 소리가 들리고 대낮에도오리온 별자리가 뜬다 글자가 모여푸른 바다를 끌고 오기도 한다 내 생각이 잠시 멈추면자음과 모음이 ‘쉼표’를 데려온다 글짓기 시간은 연필을 깎듯 내가 나를 다듬는 시간
- 이상현
연필에서 나오는 나의 생각자음과 모음이 된다 글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새 소리가 들리고 대낮에도오리온 별자리가 뜬다 글자가 모여푸른 바다를 끌고 오기도 한다 내 생각이 잠시 멈추면자음과 모음이 ‘쉼표’를 데려온다 글짓기 시간은 연필을 깎듯 내가 나를 다듬는 시간
도시가 가벼워서 뿌리도 없이 떠 있었나 버티고 선 발밑 시공 깊이 숨은 허방이다 속이 빈 땅의 약속이 단단함을 흉내 냈다 숨죽인 지하수 따라 살갗 밑 흐르던 말동굴같이 텅 빈 마음 지반까지 흔들고는어느새 잠을 깼는지 허공이 입 벌린다 잊힌 틈 그 아래로 자라던 허망들이침묵한 사람들 입은 불안도 일상인 듯감춘 채 덮어둔 말
외로이 홀로 남아나를 본 양* 서글퍼라 깊은 밤꿈자리에 가신 임 그리운데 액자* 속 숨은 미소에그 마음이 초승달*양(樣): 모양 양.*액자: 영정사진.
너무나 짧은 인생 쌓여 가는 물상들 못다 읽은 글과 책들 사방천지 굼실댄다 시간은 지금뿐인데 뛰어봤자 그 자리 어느 날 나 없으면 분리수거 될 것 같아 부지런히 머릿속에 집어넣고 버리지만 아직도 못다 버린 미련 질긴 끈을 자른다.
궤도를 이탈하거나 연착한 적이 없다 낮과 밤 품에 안고 광속으로 달리는 열차검질긴 중력을 털고직진하는 빛이다 지난밤 달빛을 안고 들어선 정거장엔 내일의 승차 시간이 묵묵히 기다리고 탑승은 눈뜨는 순서새치기할 수 없다 탑승권 유효기간은 승객마다 다르지만 구매한 편도권은 결코 물릴 수 없는 길 가끔
TV 화면, 열 살 꼬마가쓰러진 어미, 살리네119 응급 전화하고 어미 배 위에 올라가슴에 두 손 올려 누르네호흡 맞춰 가슴 누르네 119 도착 병원에 이송 생명 살아나고어미의 정(情) 가득한 시선어린 아들 품에 껴안네 인간의 진실 향해 쏟는 노년의 부러운 시선
좋은 일 들어와도안 좋은 일 들어와도 편식의 풍경으로둥근 세상 품고 산다 가슴에담아 두는 일빈 것 그냥 좋은 일
사람이 함께하던 한 길가.공사장의 쿵쿵대는 소리와 빗물 냄새가 함께했다. 거리마다 위치한 세월의 흔적 남은 가게들. 그중 한 중고서점이 눈에 띈다. 아침이라 빨개진 코와 손 비비는 서점 주인, 의자 하나 놓이는 공간에서 자기 자리를 지킨다. 여러 주인을 만나고 이야기를 전해주던 책들은 서로 인사하며 요양을 하고
길고 긴 겨울을 이기고하이얀 웃음을 터뜨리며봄소식을 전하더니야속하게도하르르 꽃잎이 금방 떨어지다 “하얀 꽃이 져야빠알간 앵두 열매가 열리지”“그래 그래”앵두꽃이 전하는 말에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푸른 바다를 박차고 솟구친 검붉은 태양이 익살스럽게 ‘사랑한다’라고 허공에 외치니고요한 새벽이화들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뜬다 꿈결처럼 흘러들던 어젯밤 사랑의 세레나데가 아침 햇살에 물든 연분홍 구름 한 조각에 스며들어목마른 귓전을 간질인다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텅 빈 마음, 사랑 한 줌에 녹이려니심술궂은 바람이떼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