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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에 나가고 싶다.살다가 멀미 나서 울컥하고 치미는 날가슴에 파도가 치솟는 난바다를 보고 싶다.타고난 걱정거리, 떠다 맡은 치다꺼리지치고 주눅 드는 인연들을 끊어내고답답한 품속을 열어 큰바람에 펼치고 싶다.생각이 깊고 물결 드높은 한바다를 바라고 마음을 누르는 짐은 뒤끝 없이 부려놓고 바람을 앞장세우고 한달음에 달려가

  • 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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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소리 없는 아우성

땅거미 진 밤분주한 작업 현장아슬아슬한 사다리흩어진 공구들 사이작업 배설물이 여기저기 뒹굴고잘 보이던 마킹은숨바꼭질을 한다도심을 달리는 수많은 차량 불빛 사이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들서로서로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엉키고 설킨 배전함 전깃줄이다빠지직 번쩍이는 불빛펑 소리 내고 전선에 불붙더니 배전공이 3층 아래로 떨어졌다 시

  • 양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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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유리문

카페 출입문 유리에 머리를 부딪쳤다힐끗 바라보는 시선유리가 너무 맑아도 생각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예전엔 그랬지아등바등하지 않아도미래는 풀릴 것이라고서 있기만 해도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처럼세상 트인 줄 알고 갔다가 유리벽 같은 벽을 만나 얼마나 아파했던가부딪친 머리를 싸쥐고 출입문 버튼을 누른다더 좋은 날을 기대하며&nbs

  • 박희자(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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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사랑 그 순간

강변공원 백합을 찍는데주근깨투성이 참나리가 들어와메인 모델이 되었다참나리나 백합이나 같은 나리지만눈길 끄는 주홍빛 미소에까만 주근깨 다닥다닥 매력 더하니백합보다 더 관심을 끌었나 보다우리 사이에도 가끔 아주 가끔혹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불쑥불쑥 끼어들던 무엇인가가 있었을 거다 새로웠을 수도 있었을 테고억지스럽기도 했을 테지만불현듯 손 내밀고 흔들고

  • 권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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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세심(洗心)

아직도 열리지 않은 여명초승달 잔뜩 웅크린 채 미소 짓고별들은 시린 새벽을 합창한다.눈이 쌓여 지워진 산행길한 걸음 한 걸음자각(自覺)의 발자국을 내며정상을 향해 내디딘다.가쁜 숨 몰아쉴 때마다땀과 섞여 쏟아내는응축된 욕망과 이기(利己)들밀려오는 찬바람에비워 내고 또 비워 낸다여명의 그림자 하나둘 일어서서 열렬한 응원을 보낼 때부양할 것처럼 가벼워

  • 유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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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밥처럼 산다

우리 부부는 밥처럼 산다늘 먹고 사는 밥처럼 산다때가 되면 마주하듯그냥 일상으로 대하는 밥처럼 산다생각 없이 밥숟갈 뜨듯이매일 쳐다봐도 귀한 줄 모르고당연히 옆에 있는그냥 만만한 밥처럼 산다배부른 점심 오후 소파에 앉아낮잠에 빠져 고개를 젖히고입을 바보처럼 벌려도 부끄럽지 않은그냥 편안한 밥처럼 산다그러다가 가끔씩배고파 허기질 때눈앞에 급히 차려 나오는 밥

  • 김태옥(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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