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더니빗방울은 주상절리 검은 이마를 애처롭게 쓸어내리는 듯했다 오래도록 간직한 애절한 사연처럼 온종일 풀어놓는 빗물강가의 나무들도젖은 어깨 서로 기대고 서서한 생을 견뎌야 할 외로움을조용히 나누고 있었다 절벽과 허공 사이공중의 매달린 채 출렁이는아찔한 다리 아래로누군가의 눈물처럼 흐르는멍든 강 가슴이
- 이은숙(고양)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더니빗방울은 주상절리 검은 이마를 애처롭게 쓸어내리는 듯했다 오래도록 간직한 애절한 사연처럼 온종일 풀어놓는 빗물강가의 나무들도젖은 어깨 서로 기대고 서서한 생을 견뎌야 할 외로움을조용히 나누고 있었다 절벽과 허공 사이공중의 매달린 채 출렁이는아찔한 다리 아래로누군가의 눈물처럼 흐르는멍든 강 가슴이
따뜻했던 속살의 냄새가빈둥지에 남아 있다 기억은자꾸만 뒤돌아 손을 흔든다 밤도 버리고 낮도 버린 시간들어미의 심장처럼 뛰던 날갯짓이 흩어져간 자리 더는 닿지 않는 거리에서어머 새의 주름진 손이 떨린다 손끝에 맺힌 이슬이 끝내 떨어진다 아기새는꺾이고 찢긴 날개의 기억을 이정표처럼 읽으며 더 멀리 날고&nb
현대 미술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15분이면 당신도 유명해질 수 있다’며팝아트의 선구자는 이미인플루언서 시대를 통찰했다 구두 삽화가 그려진 낡은 잡지를 넘기면티파니의 보석보다 반짝이는 상상이 쏟아져구두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렸다누구나 먹는 캠밸 스프도영원히 늙지 않는 마릴린 먼로의 미소도음반 위에 노랗게 익어 가는 바나나 한 송이도그의 손을 거치
오월의 정원에 마음을 멈춘다 바람은 낮게 불어오고저마다의 색깔로 피어 있는 꽃들 작약, 금영화, 꽃양귀비, 수레국화, 안개초 서로 부딪히지 않는아슬한 경계들이 계절을 수놓는다 저를 버리고서야비로소 꽃밭이 되는 것을 부드러워진 땅을 파고겨우내 붙잡고 있던묵은 시간들의 씨앗을 묻는다 작은 오해와 얼룩진 상처
가을이고 싶다갈바람에 가만히 몸을 맡긴코소모스 한 송이처럼 너를 그리며하루씩 붉어지는가을이고 싶다 푸른 하늘에 네 이름 하나 띄우고서산에 기대선 노을처럼말없이 물들어 황금들녁 사이로깊어지는 바람 한자락그 바람 끝에 머무는 가을이고 싶다
부르고 싶은 바다가하얀 말을 거품처럼 품고 있듯이 심장보다 붉은 딸기가별에 두고 온 기억 쪽으로 자라듯이 푸른 지구는사랑과 그리움을 위해 있다고 해요 저기 구름바다는둥둥 떠다니는 시심(詩心)의 은유이거나흐린 마음의 고백이거나허공인 바닥이거나 어떤 간절함이 창밖을 두드려요기웃하는 말되돌려 풀어 놓을까요텅 빈 자유를 달아 줄
접어 둔 마음기지개로 켜고마주한 산길에 노란 봄,나는 다시 머뭇거립니다. 산수유였나생강나무였나분명 물어보았던 이름인데여름 뙤약볕과 꽃 진 가을을 등졌더니기억마저 속절없이 흩어졌습니다. 모진 계절을 온몸으로 견뎌낸붉은 열매 하나라도 내가 보았다면그 이름을 이토록 쉽게 잊지는 않았겠지요. 아, 나는 늘그저 꽃길만 걸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구름나라 축젯날풍신(風神)과 우신(雨神)이 나란히 상석에 앉고내빈석에는 해나라와 별나라에서 온 사신들이객석에는 구름이 열게 씨족별로 자리를 꽉 메웠다 행사 진행은 새털구름 양떼구름 뭉게구름이 맡았다 새털구름 안내로 다섯 가지 달 모습이 등장하는데상현달 반달 보름달 반달 하현달이 붉은 옷을 입고 출현 양떼구름이 달을 받치니
나는 어머니가늘 바보인 줄 알았습니다 온갖 아픔을 감추며내색도 않고 일만 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니가여인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부뚜막에 그을리며자식 굶기지 않으려고 뒤치다꺼리하시느라스스로 돌아볼 새가 없었습니다 고교 시절 홀로 되신 어머니가그렇게 고우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어머니가늘 무식한 무지
참 슬픈 일이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무언가를 견뎌내야 한다는 것 길을 걷다 우연히 살을 에듯 아픈마음을 만났다먼 산을 보는 것처럼 속이며 곁눈질을하는 것은고해성사를 하면 되는데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미움은자라난 손톱처럼 잘라 낼 수 없는 일 이 마음을 안고 간다면걸음걸이가 비틀거리지 않을 만큼의 무게면 좋겠다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