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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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길게 누운 벼랑 위 천년 돌탑
낭랑한 염불 소리 이끼처럼 잠든 터에
매월당 고독을 담은 비를 세워 합장한다
마애불 흐린 미소 시대의 통점일까
닦아낸 눈물 자국 하루 더해 깊어가던
용장골 묵상을 풀어 아린 사연 듣는다
2
속세의 이름 접고 서른하나 설잠(雪岑)으로
선비옷 훌훌 벗고 금오산 움막지어
검은 옷 한 벌로 꾸민 세상 외려 넓었다
경주에 몸을 기대 물길 찾아 내린 뿌리
한사코 보살처럼 속 깊은 하늘 이고
방외인(方外人) 고단한 맘은 푸른 솔로 자랐다
3
일곱 해 긴 밤 동안 새롭게 지은 얘기
현실과 비현실을 경계 없이 누비면서
만복사 노총각과 나눈 겉말 실은 의기였네
이생과 혼의 재회 금오신화 엮어내며
혀 닳아 못다 한 말 속앓이가 깊을수록
더 어진 다리를 놓아 곧은 뜻을 이었네
4
갈다 만 먹을 두고 홀연히 떠난 자리
움막은 자취 없고 숨결조차 희미한데
떠돌다 돌아온 역사만 사리처럼 정갈하다
끝내는 온기 품고 날아든 봄빛처럼
아득히 깨어나는 선지자의 문장들이
용장사 독경이 되어 누리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