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기그릇에 붙어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밥풀떼기 몇 알, 그걸 못 봐언제부터 배부른 놈이 되었는지눈에 뵈는 게 없다 점심 도시락을 못 싸수도꼭지에 매달려 배를 채웠던그날, 얼마나 지났다고까맣게 잊어버린 그 시절 자메이카 아이들의 퀭한 눈빛이양심을 툭 치고 지나간다 하루 살고 나면 내일이 두려웠던 그때 삯바느질로 하
- 김현동
하얀 사기그릇에 붙어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밥풀떼기 몇 알, 그걸 못 봐언제부터 배부른 놈이 되었는지눈에 뵈는 게 없다 점심 도시락을 못 싸수도꼭지에 매달려 배를 채웠던그날, 얼마나 지났다고까맣게 잊어버린 그 시절 자메이카 아이들의 퀭한 눈빛이양심을 툭 치고 지나간다 하루 살고 나면 내일이 두려웠던 그때 삯바느질로 하
울퉁불퉁모퉁이 길로뒤뚱거리는발걸음매듭 슬슬 풀리는 새색시 걸음으로 나가자 꽃처럼 웃고새처럼 노래하며 세월이 놀러 오면어깨동무하고 발걸음도구름처럼 가볍게 강물을 따라가자 비워도 채워지는 하늘땅바다마음 따듯한그릇에 담자 내가 간절히꿈꾸던 소망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고 별빛을
굽이굽이 맺힌 바위의 주름은시간이 스치며 남긴 고단한 흔적이라어느 하나 같은 얼굴 없으니억겁의 바람이 새겨 놓은 지문이 아니겠는가 어제 보았던 저 벼랑의 눈빛과오늘 마주한 저 봉우리의 숨결이 다르니산은 흐르는 물처럼제 몸을 깎아 매순간 다시 태어나네 다시 올 세월은 또 무엇을 깎아내고무엇을 새로이 빚어 놓을까모진 풍파에 닳아 없어진대도그
산기슭 바위 사이 비집고우뚝 솟은 기상이어라흙도 물도 귀한 척박한 틈새 뿌리 내린 그대여 온몸이 휘고 굴절되어도푸른 하늘을 향해 들이대는독야청청은 변함이 없다 추운 바람으로 바싹 목이 말라도 신의 축복을 받았을까녹색의 솔잎 더욱 빛을 발하니 강인한 생명력이다 햇빛 달빛 별빛 벗 삼아선비의 결기 키우고운해
축축한 이슬 깨문 채앳된 너를 보았을 때부추 이파리 뒤쪽에 납작 붙어두 마리 힘없이 죽은 듯하더니만져보자 더듬이 빼고 꿈틀거렸지 다시 두 눈 붙은 긴 안테나로쭉 뻗고 느릿느릿먹잇감 찾듯 두리번대며한 걸음 한 걸음씩 걷고 있었지 연한 등껍데기 버거운 짐 싣고빨판 같은 발바닥으로 악착같이 붙여 먹잇감 배춧잎 맛보고작은 살림집 마련하니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 코가 땅에 닿을 듯 애처로운데 낡아빠진 리어카에 고물밥을 먹인다 할머니는 배가 고파 죽겠다 하면서도 리어카만 배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두 바퀴는 좋아라 삐걱삐걱 노래하고 할머니는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신다 
임의로 부는 바람의 출처를 알 수 없듯이 그대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나는모르겠더이다 분분히 흩어져 가는 봄꽃의 향기에마음 싱숭생숭한데닻 내릴 곳 알지 못하는 그대 마음이야 오죽하려오만 동트기 전 안부를 당겨 보내는내 마음만 할까 하오 훨훨 타는 장작에 달궈진 밤이그렇게나 길다는 동지(冬至)솥 들썩거림에&nbs
숨가쁘게 달려온 길, 나는 바람에 실린 낙엽처럼 잠시 멈춘다. 황혼의 꽃은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소리 없이 피었다 지고, 지나간 기억들은 안개가 되어 내 그림자의 굴곡을 덮는다. 인생은 흐르는 물, 붙잡으면 모래처럼 새고 놓아주면 손등에 햇살이 남는다. 지나온 날이 앞날보다 무거워도 마음속엔 아직 파종하지 않은 자리 하나, 봄을 기
겨울에는 시를 쓰자퇴색되어 빛바랜 낙엽 위에 동장군이 뿌려 놓은 얼음처럼 알차게 얼려 가며 쓰자 겨울 하늘 철새처럼예민해진 내 애인의 얼굴에 하루 낮 서린 정열입김으로 호호 불며 얼어붙은 대지 위에 바람들이 두 눈을 켜면 못다 버린 미련어김없이 등에 태우고 오는 날들을 반가워하리&nbs
어머니는양파 포도주를 마시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나는양파 포도주를 따르며 하루하루 지켜본다 그래도 좋아웃는 날이 좋아 이십삼 년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포도주 한 잔이면 일백 년도 금방인데 나는 젊었고어머니는 늙었다 빨간 포도주 색깔과 함께 스물네 시간이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