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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이처럼 사소한

영화 <말 없는 소녀> 를 감동 깊게 봤다. 원작가를 찾아보 니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이다. 2021년 부커상 최종후 보에 올랐던 소설「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반가움에 주문했 다. 신형철 교수의 추천이라며 월계관 로고 3개가 방긋하고 있다. 적극적 진심일까에 나도 잠시 방긋,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 달구어진 열의로 첫장을 열었다.묵직한 작품은

  • 권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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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인간은 늦된 동물인가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가끔 미술작품에서 진하게 문학을 느낄 때가 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내 눈에 하릴없는 문학작품이다. 대상 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경산수화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 진경 산수화의 화폭에는 무한한 이미지가 숨쉬고 있다.남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에 띄는 대목들을 창작 노트에 꾸역꾸역 옮겨 적는 습관은 오래 되었다. 그들의 설

  • 홍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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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외손자의 군사우편

진해군항제가 끝나갈 무렵 벚꽃잎들이 하늘하늘 대지에 흩날린다.어느 날 편지함에 군사우편 하나가 날아든다. 해군사관후 보생으로 훈련 중인 외손자의 편지라고 짐작이 간다. 아마 도 할머니가 부쳐준 위문편지에 대한 답장일 터이다.노을빛 하도롱 봉투를 정성스레 열어 본다. 깨알 글씨로 알알이 새기듯이 촘촘하게 공들여 쓴 편지지 두 장이 다소곳 하다. 연분홍과 파랑

  • 서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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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petty3on@naver.com

춤인지 노래인지 가수 싸이(psy)의 <강남 스타일> 앞에서 지구촌이 들썩인다. 아프리카 어떤 소년도 쿵덕쿵덕 춤추 고, 유럽의 어떤 할머니도 쿵덕쿵덕 부끄러움을 잊었다. 쿵 덕쿵덕 <강남 스타일>이 천하통일을 했다.세련되어야 할 강남 스타일을 뚱뚱한 싸이가 싼티 나게 망 치는데, 그게 좋아죽겠다는 듯 모두 열광한다. 온갖 세상 사 람

  • petty3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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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첫사랑의 기다림처럼 첫문장을 기다렸다

“미경아, 미경아. 겁에 질린 건넌방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교 4학년, 나의 여름방학 일기 첫 대목이다. 개학 후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세우고 일기를 칭찬하시던 장면은 내 생의 신화 적 순간일지 모른다.그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고 놀란 아주머니가 혼자 있던 나를 확인 하느라 혼비백산하던 날의 일기를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도둑을 잡

  • 박미경수필가·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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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영원히 꺼지지 않는 오지(奧地)에켜진등불

작년에 상남 성춘복 선생님 미수(米壽)를 맞아서 기념문집『인연 - 상남과 나』출판기념회를 겸한 제1회 상남문학상 시상식과 성춘복시전 집 봉정식이 많은 문인들과 그의 문하생들이 모여 성대하게 열렸다. 선 생님은 약간 수척한 표정으로 인사말과 상패를 수여하고 기념문집과 시전집을 봉정 받았다. 그동안 노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다는 소리를 들 었으나 병문안도 못 간

  • 김송배시인·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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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옛사랑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물은 좋 아했다. 특별히 뭐가 어떻게 좋다는 것은 없었다. 그냥 막 연한 느낌이었다. 그 음습하고, 괴기스럽고, 절망적인 무 언가에 의해 인간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질 때 내 가 느끼는 것,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 존재가 얼마나 흉물스러운 악귀이건 간에 인간은 결국 죽으면 그뿐이었다.

  • 이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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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웃음꽃

자꾸 꽃이 핀다. 꽃잎이 한 개씩 기지개 켤 때마다 내가 간질여진다. 웃음이 터진다.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나는 종일 꽃이다. 종일 꽃이 피는 삶이다. 종일 웃음 터지는 생이다.나는 사료를 입에 넣고 오도독 깨물다가 웃음이 터진 다. 입안에서 오도독 가루가 되었던 사료가 하하 흩어진 다. 앞 케이지 울쌍이 콧등을 찌푸리며 훼훼 고개를 내젓 는다. 나는

  • 이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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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아버지의 그날

아침부터 붉게 타오르는 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 시던 그해에도 일찍부터 무더웠고 장맛비가 질퍽거렸다. 장례식 당일 에는 강아지 오줌처럼 질금거리던 비가 다행히 멈추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 엷은 구름 속에 얼굴을 숨기며 펄펄 끓고 있던 태양이 만나면서, 불쾌 지수 를 한껏 끌어 올렸던

  •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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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엘릭의 달밤

“여보, 저거 좀 봐. 빨리 와 봐.”순영이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뭔데.”김 사장이 방문을 열고 나오다 말고 몸이 굳은 채 티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5층 건물 창 틀에 어린아이 가 홀로 매달려 있었다.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달려와 벽을 타고 있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5층 높이를 맨손으 로 오른 남자는 아이의 팔을 덥석 잡아 베란다 안으

  • 정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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