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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박신숙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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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의 ‘인생 최고의 멘토를 만나는 법’이라는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나의 멘토는 누구이며 나는 과연 누군가의 멘토이기는 할까?
‘시도하기 전에는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는 연구실 동료가 들려주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는 흔히 지레 겁을 먹고 해보지도 않고 일찌감치 포기를 하곤 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에 속아 많은 사람들이 시도조차도 못 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나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성공할 수도 없다는 말을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시작을 해봐야 한다. 에디슨은 ‘천재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99%의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룬다니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보다.
미국 사람도 어려워한다는 에드워드 윌슨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만난 최 교수의 용기가 부러웠다. 15분의 면담 시간을 2시간으로 바꾸고 제자가 된 이야기는 내 가슴에 진하게 와 닿았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위대한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교내 백일장에서 고교생 형님들을 제치고 장원을 했다. 그래서 자신은 당연히 문과반이라고, 이과반이 아니라 문과반에 보내달라고 교장실을 찾아갔다는 배짱이 부러웠다. 과연 나는 이제껏 어떻게 살았을까?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누군가가 끌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나 싶다. 돌이켜 보니 주어진 환경에 불만을 품고 원망만 하고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실패가 두려워 제대로 시도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도 못 느끼고 껄, 껄, 껄 하며 후회만 하고 있다. 쉬운 길만 찾아 걸어온 삶이 부끄럽다. 누군가는 말한다. 100번의 실패도 틀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니 그와 다른 방법으로 답을 찾으면 된다고.
‘임자, 해보기나 했어?’ 주인공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전쟁의 상흔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불도저 같은 도전 정신으로 세계 제일의 조선왕국을 이루었다. 아무도 돈을 꾸어 주려 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고, 500원짜리 동전 속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배를 수주하고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그의 저돌적인 정신이 오히려 해가 되었을까? 정치도 경제도 어수선한 이 상황을 교통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좋은 멘토나 멘티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멘티는 발전할 수 있어 좋고, 멘토는 멘티의 성장을 보며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지인이 사업을 키우고 싶어하는 젊은이에게 딸기 농장에 놀이시설을 만들어 체험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아이들과 같이 와 딸기 따기 체험도 하고 놀다 가니 매출이 늘었다. 신이 난 농장주가 지역 신문에 기고를 했다. 그 내용을 전해 듣고 그는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이렇게 미처 생각 못 한 곳에서 큰 성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요한 페커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를 읽고 서양의 살롱 문화가 단순히 춤추고 노는 것이 아니고 서로 사귀고 배우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그런 모임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고 있었다. 세계 3대 천재 중 하나라는 괴테도 귀족이 아니라 부유한 서민일 뿐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시장이었으므로 아버지는 공직에 나갈 수도 없었다. 그도 끝까지 믿고 지지해 준 후원자가 없었더라면 역사를 빛낸 그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유럽은 반도인 우리보다 외국과의 왕래가 쉬워 다른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또한 귀족들이 작품을 사주거나 교회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하게 하는 등 예술인을 키우는 것이 부러웠다. 멘토가 되어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키워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난한 문학 청년에 지나지 않았던 에커만에게 괴테는 ‘한 분야에서 유능해지도록 하라’ ‘최고를 만나면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했다. 에커만은 깨달음은 주는 자의 몫이 아니라 가져가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년 동안 준비해서 괴테를 만나고 10년 동안 1000번 만나서 『괴테와의 대화』를 썼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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