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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아 고맙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정영자(인천)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여름호 2025년 6월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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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지게차 임대업을 하고, 저는 부동산을 운영합니다. 모처럼 큰맘 먹고 지난 구정 앞뒤로 날을 잡아 15일간 헝가리에 있는 딸한테 다녀왔지요.
처음엔 5개 국 유럽 가기로 하고 비행기표까지 예매해 두었어요. 근데 막상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그만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기차로도 갈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3개 국이 추가되었어요.
다음 날 급히 열차표를 끊어 슬로바키아를 먼저 다녀왔어요. 하루 이틀쯤은 밥을 먹지 않아도 빵과 토스트로 해결할 만하더라고요. 다음 날 이탈리아 로마로 떠났는데 바티칸 시티 투어를 하고 이탈리아 피자를 먹었어도 왠지 개운치 않더군요.
그래 또 다음 날 마침 한식 뷔페 하는 곳이 있어 실컷 밥에 나물에 김치에 한 양푼 미역국을 먹고 나니 머리도 몸도 안정된 상태가 되며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날아갔지요. 가우디 투어를 하고 또 토스트로 해결하고 다음 날 중국요리집에 갔어요. 시큼한 오뎅국에 오징어튀김을 시켜 먹고 가지볶음을 시켰더니 평생 처음 그렇게 맛있는 가지나물은 처음이었어요. 보랏빛 색깔이 은은히 흐르면서 갖은 양념에 버무린 가지나물에 밥 한 공기 시켜 딸과 셋이서 아주 맛있게 뚝딱 했지요.
포르투갈을 거쳐 브뤼셀까지 가서도 밥 구경을 못 한 저희는 부다페스트에 돌아온 뒤 라면으로 개운하게 입맛을 마무리하려 부탁한 남편의 요구를 거절하고 분위기까지 싹 했으나 피곤에 지친 나머지 금세 잠이 들었어요.
부다페스트 여행하면서도 베트남 음식점에 갔으나 우리네 쌀맛 같지 않은 볶음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지요. 다음 날 추가 여행지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버스로 출발하며 딸 집에서 급히 한 밥으로 멸치볶음 넣어 만든 주먹밥이 그리운 밥맛을 금세 채워주더군요.
평소 하루 세 끼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김치와 밥이 이렇게도 고맙고 반가운 줄을 유럽 여행을 통해 절실히 느끼며 한 끼 한 끼를 감사하며 먹고 있어요.
밥아,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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