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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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찌뿌둥한 날
북촌마을 전망 좋은
차 전문 카페 자명서실을 찾았다
작설차 한 잔 마시려는데
첫눈 손님이 내린다
보리알만 한 우박과 함께…
펑펑 떨어져 가던 모과잎이
휘어질 만큼 함박눈이다
밤새 내릴 모양이다
첫눈 예보가 있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조금 내리다 그치겠지 뭐
어느새 하늘에서
희끗희끗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와, 첫눈이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반갑다
“어라, 눈발이 점점 더 거세지네. 어쩌지?”
비탈이 심한 이곳은 미끄러지기 쉽겠다
빙판길이 될지도 몰라
자꾸 내리네
이러다가 올해 첫눈은 폭설이 될 모양이다
잠깐 새 비탈길은 벌써
두툼하고 새하얀 담요로 덮어버렸다
눈꽃 한 송이 한 송이는 솜털처럼 가벼운데
잔뜩 모이면 집도 쓰러뜨릴 만큼 무거운가 보다
내 삶도 습설처럼 무게감만 늘어가는데
얼마나 더 살아야 내 짐 내려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