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골목길에 붉은 등불 켜지면낮과 밤이 바뀌는 곳 이름 없고 고향 잃은지워진 이름 석 자는 달맞이 꽃이랍니다찬바람만 오고 가는 긴 골목길 어둠 속한치앞도안보이는 삶조차 희미한 늪길 잃고 방황하는가 짓눌린 삶의 무게로원래의 이름 찾아 대추벌로 불러주오갈곡천 떠내려간 여인의 한도 잊고돌
- 전미애
어스름 골목길에 붉은 등불 켜지면낮과 밤이 바뀌는 곳 이름 없고 고향 잃은지워진 이름 석 자는 달맞이 꽃이랍니다찬바람만 오고 가는 긴 골목길 어둠 속한치앞도안보이는 삶조차 희미한 늪길 잃고 방황하는가 짓눌린 삶의 무게로원래의 이름 찾아 대추벌로 불러주오갈곡천 떠내려간 여인의 한도 잊고돌
<나비>엄마 품이 그리운 이름 모를 아기가엄마 그림 그려 놓고 그 품에서 잠을 잔다. 두글자엄마라는 말꽃향기 같은 그리움<별>아일린 쿠르디* 시신으로 밀려온 아기빨간 티에 청바지 물 젖은 그 모습이 별 되어하늘에 산다밤하늘을 밝힌다.<바람>서로 다른 색깔로 서로 다른 목소리로 네 탓이다 네 탓이다
오롯이 한 생을 직립으로 살아오다낙엽송 상수리들과 턱없는 키재기 한 판마지막 끝자리에서 굽은 노송 한 그루아니다. 아니다. 부르짖어도 마침내꺾이지 못하고 굽어 선 노송이여그래도 굽을 줄 알아 바람 소리 머금다*고산골: 대구시 ‘앞산’ 소재 골짜기 이름.
갈매기 눈금만 재고 있는 해변의 찻집 뜰 앞에 온 길도 없이 등굽은 해송 한 그루발 아래 제 그림자만고해인 양 바라보고갯바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는 등대가물결만 되새기는 바다보다 외롭다고파도는 수평선을 접었다펼쳐 놓고 가는데때 되면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노을이 체온처럼 비치는 찾잔에 잊혀진 입술 하나를잠시 그리고 간다
나날이 쌓이는 예금사랑의 이자그 안에 담긴 건사랑의 크기아무도 차압하지 못하는 둘만의 정표훈훈하게 쌓아 놓은 사랑의 탑무너지지 않게행복통장으로 품지요
불타오르던 태양이 사라지고파란 하늘과 바다가 어슴푸레 회색빛으로 젖으면 천 개의 바람은 매지구름을 바다에 뿌려 놓는다망망대해에 펼쳐진 무채색의 시간에철썩이던 파도는 욕망을 은밀히 숨기고비명 지르던 절벽은 고통을 억누르고 있다자욱한 안개가 숨죽이며 슬픔을 내려놓으니 그리움은 산산이 부서져 바스러지고헝클어진 삶의 기억들은 바람에 실려 흩어져&
바람에 시들어 반색을 띤 나뭇잎휘휘 돌며 떨어진다가지마다 울음 섞인 소리 새어 나오고 멀어져 가는 잎 손을 흔든다검붉은 흑가지 마디마디에연한 초록빛 다다귀 다다귀 새어나오니 가지는 틈없이 초록빛 가득하다볼 밝은 아이 짱구들이 풀밭을 뒹굴고 하늘은 청명하고 푸르다나무들 군상을 이루며 초록의 숲곳곳 열기 가득한 노래 대지에 퍼져흰 뿌
은은한 사랑의 향기곱게 번지는 동행길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절로 피어나지요위로에 사르르 녹는지난날들의 아픈 추억들 나 여기 임의 향기에 취해 이젠 묻고 잊을래요지나온 시절보다앞으로 살아갈 날더 짧게 남았기에배려와 존중으로 살래요지나온 삶의 흔적들 시집책으로 고스란히 남겨 두었기에 삶은 가정의 역사가 되겠지
언제 오려나애간장 태웠더니보채지 말고조급하지 말라더군때되면기다림 무색하게이미 와서온 세상 밝히고 있는 너광복절 특사처럼찌든 얼굴활짝 펴고 있네.
겨우내 웅크리고 떨며몰래 울었던 긴 밤두려움의 시간 잊었는가한 겹 두 겹 벗어던지고아무렇지 않은 듯 녹아봄이 부르는 이슬 되어촉촉이 스며든 숨결은자유를 기다리고 있었나외로움을 말아먹은 채보듬어 줄 수 없는 모퉁이버려진 삶이라고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지얇은 입술 파르르 떨며 무뎌진 가슴 일으켜바람 부는 강변 걸어오는 봄 손님 맞으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