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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살맛나게 속 끓이기

야채죽도 끓고 내 속도 끓는다당근과 버섯이 오늘의 재료불인 너 물인 나함께 끓기 시작하는 임계점을 무사히 넘어야 우러나는 깊은 맛요리비결은 눈대중 저울과 손대중 감눌거나 설 익거나얼른 조미료를 치고 빠지려다 엎질러짜거나 떫거나매끄럽지 않아 걸리는 목 넘김쓴소리 두어 꼬집에 다독거리기는 샷 추가 반복의 간 맞추기에도죽도 밥도 아닌 죽어깨너머 눈치 교

  • 양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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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이 가을엔 못 간다

물 같은 세월은등 뒤의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다흉몽이었다요추(腰椎)와 천추(薦椎) 사이외마디 소리가 들렸다엉치를 관통한 고통은 아래로 더 아래로눈을 번뜩이며 발끝을 겨눈다그 산비알채송화며 투구꽃이며 각시취꽃 향유꽃 구절초꽃… 계곡물 타고 내리며길 틀어막는 잡초들 제치고제 후밋길 내어주던 초가을 꽃 무리서로 몸 부비며 일어나꺾인 허리로 들머리 지키고

  • 박영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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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용의자 딜레마

바라보았을 뿐이에요별다른 흑심 없이 마주쳤거든요사생활 침해 혐의라니요?데이터 통신망 등에 배포한 일 없어요관심을 빙자해 불편을 주었던 행동도 아니에요권리 침해 같은 물리적 행위는 더더욱 아니지요굳이 말하자면계절마다 저장했던 한 컷의 사진과 마음 들뜰 땐 영상 한 편씩 남겼던 게 전부였으니까요매일 아침 첫인사 나누는 숲에선처를 부탁이라도 해야 할까요

  • 차행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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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마음

모양도 없는 것이색깔도 없는 것이냄새도 없는 것이 맛조차 없는 그것 마음있어도 없고없어도 있는살아 숨 쉬고 수시로 얼굴 바꾸는 마음선과 만나면 천사로악과 만나면 악마로사랑하고 이별하는 빛과 어둠 바람이어라누구나 다 갖고 살면서도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유아 청년 장년 노년에 따라 다 다른 마음볼수도잡을수도없지만말하고 느끼고 듣는 마음희비애락과 사랑 이별의 원

  • 현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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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빛 고운 참으아리꽃

봄 다 지나고기다림 끝에목덜미가 긴 미녀처럼가녀린 줄기에 매달린빛 고운 참으아리 꽃양지 바른 산비탈그리움 날개 삼아내민 얼굴빛고운하얀 참으아리꽃 참 예쁘다그래, 예쁘고 아름다움 갖춘초록빛 오월의 숲에 피는 들꽃 참으아리 꽃보면 볼수록 곱고나너도 나처럼그리움에 젖어 사는가 보다그리워하는 마음마저 고운 들꽃빛 고운 참으아리꽃이구나.&

  • 이영순(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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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노년을 살다보니

찻집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 바라보며망중한을 즐기려는데손가방 흔들며 뒤뚱거리는 세 뚱보 할머니의 뒷모습자신도 백수(白叟)임을 잊고 찌푸려지던 얼굴이머리에 떠오르는 데스 브로피의 그림전시회 덕분에환하게 웃음꽃으로 피어나네우산 쓰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뚱보 할머니들맥주잔 들고 한껏 배 내밀고 서 있는 할아버지들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산책하는 노부부세일

  • 홍경자(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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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맑고 고운 눈으로 사물을 봐요

태양이 떠오르는 산봉우리도 아름답지만나무와 풀 새들의 속삭임골짜기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바위에 낀 이끼까지도 맑고 고운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어요.때로는 자신의 지나친 욕심이순수한 정신과 마음까지 흐리게 하고외부의 사물을 바로볼 수 있는눈까지 멀게 하지요허나 빈 마음으로 바라보면 매사가 다한없는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 넘쳐나게

  • 최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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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칸나가 흐르는 강

이 붉은 울음은 어디서 태어나나두물머리 강가뜨거운 숨결사이 흘러나오는 몸의 기억들이빛의 결가부좌 너머 아득한 수궁水宮에 이르면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빛나던 영혼아득히 퍼지는 물그림자를 따라 가만히 입술을 달싹이면 꿈의 자장을 밀고강과 하늘의 경계가 지워지고불현듯 무색해지는 시간의 궤적고요의 소용돌이를 따라 슬픔의 지느러미가 돋아나요저문 꽃잠 속에서 삐

  • 이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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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작은 기도

한 그루의 나무로때를 따라 주시는당신의 사랑을 노래하게 하소서.비인 들녘이나험한 산골짜기에 있을 때에도생각하는 나의 마음보다더 깊은 당신의 뜻을 알게 하소서.아름다운 어깨 위로하늘과 별을 불러 모아우리에게 보여주는 당신의 눈을보지 아니할 이유를 먼저 주시고 눈 있는 사람들 보게 하소서.한 그루의 나무로서잎만 무성하지 않게 하시고아름다운 열매를 위하

  • 홍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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