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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만휴정(晩休亭)

붉은 화마가 고향의 산과 들, 집들마저 모조리 집어삼킨 2025년 3월 하순, 38년 교단생활을 마친 남동생과 함께 고향으로 향했다. 매스컴에서 온통 붉은 뉴스로 도배할 때마다 숨이 막혀 왔다. 고향 집에 장애로 살아가는 동생이 있다. 그 불구덩이 속에서 이웃 도움으로 살아남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우리는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 마음이 먼저 몇 백 킬

  • 김유진(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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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글쓰기의 피곤함

글을 쓰는 건 꽤 힘든 일이다.내가 아는 작가들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엔 깊은 열정을 품은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글쓰기가 쉽고 편하다는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글쓰기는 힘들다고 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다.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게 만만치 않다 말한다. 문장 하나를 얻기 위해 들이는 노고가 적지 않다고

  • 정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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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작은 둥지

아담한 집이다. 초봄의 신록이 짙어 가는 나뭇가지에 지어진 새의 둥지다. 작은 나무에 터전을 잡은 아담한 보금자리, 이름 모를 어느 새의 작은 둥지다. 새끼를 기르며 행복함으로 즐거움이 가득하였을 둥지다. 그런데 빈 둥지여서 어딘지 마음에 아쉬움의 상념이 머무른다. 초봄의 신록이 우거지는 날 아내와 산행할 겸 집을 나섰다. 진안군 성수면에 있는 산

  • 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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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어느 두 문인의 순애보

우리 문단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쓸까 한다. 지금은 다 고인(故人)이지만, 실명(實名)을 드러내기는 뭣해 남(男)은 ‘Y’로, 여(女)는 ‘K’로 하겠다. 먼저 ‘백 년 전’ 순애보를 쓰게 된 동기부터 소개하자.스무몇 해 전 일이다. 우연히 K가 쓴 단문(短文)을 읽다 끄트머리에 “너는 언제까지나 바늘과만 싸우려느냐?” 하

  • 홍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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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학교 가는 길

길을 나섰다. 중학교 친구 셋이서 젊은 날이 아쉽고 그리워 고향에 가고 있다.옛날로 돌아간 듯 마음은 하늘을 날아 흘러나오는 익숙한 리듬에 맞추어 몸을 들썩인다. 우리는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다. 호롱불 아래서 공부를 하며 꿈을 키우던 우리들은 목선을 타고 중학교를 다녔다.우리가 살던 작은 마을에는 중학교가 없어 이웃(엄정면)에 있

  • 박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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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9 691호 지구는 둥글었다

1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면평평한 지구만 생겨났다나에게 세상은 달리기다 평면에 각자의 직선이 그어진제각각 정해진 레일을 달리는직선의 움직임 속도가 좋았다 앞으로 앞으로 나가는 그만큼세상은 바르게 펴지는 것이라생각했다, 아니었다둥글어지며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났다. 2“할아버지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단다…”안방에서 울음소리 들

  • 김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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