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대에한 시간의 여분이 나에게 주어진다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온 우주를 산책하고 광범위한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초저녁에 단잠을 한-숨 자고 나면어김없이 깨어나는 시간대이다온 세상이 잠들어 고요가 숨을 고르는 시간 23시에서 24시간대이다 하루-일과는 이미 끝이 났고조용히 잠들어 쉬
- 김태홍
하루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대에한 시간의 여분이 나에게 주어진다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온 우주를 산책하고 광범위한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초저녁에 단잠을 한-숨 자고 나면어김없이 깨어나는 시간대이다온 세상이 잠들어 고요가 숨을 고르는 시간 23시에서 24시간대이다 하루-일과는 이미 끝이 났고조용히 잠들어 쉬
천년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니뒤에는 녹색으로 눈부신 산이 있고앞에는 옥 같은 물이 흘러가더라 유기농 먹거리가 가득하고여름이면 친구들과 강가에서 멱감고겨울에는 꽁꽁 언 빙판에서 미끄러지기를 수백 번이다 세월이 흘러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이성과 함께하고아이들과 뛰고 놀고 달리다 보니어느덧 검은 머리 사이로 하얀 꽃이 피어나더라 어지러
학생이란 벅찬 이름꽃다발처럼 안고 있다입학식이 내 인생에 있다니,전날부터 잠을 설치고2년 전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아내와함께 배우자고 한 다짐도 없이 이렇게 홀로 오다88년 만에 받은 책가방,너무 좋아 입학식 내내 메고‘난 천생 학생이었나벼’ 우쭐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힘들다 다들 얼굴이 상기된 얼굴낼모레 죽을지도 모르니 하고 싶은 공부를 하
우산을 가져갈까 망설이다그냥 나왔는데 비가 온다되는 일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은발이 되고 허리가 굽어할미꽃 닮은 어르신 한 분검정 비닐은 머리에 쓰고크고 파란 비닐은 원피스처럼 구멍을 뚫어서 입고관절을 앓는 듯한 수레에빈 병과 폐지를 가득 싣고흥얼거리며 간다불편한 일 하찮은 일에도감사할 줄 아는겸손한 저 삶을 보면서
굽이진 길 위에수없이 흔들리며 걸어왔다 바람은 때로등을 떠밀었고때로는 가슴 깊은 곳까지차갑게 스며들었다 사람과 인연 사이웃음보다 눈물이 먼저였던 날들도세월 속에 묻혀하나의 그림자가 되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삶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아픈 시간마저깊은 숨으로 품게 했다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실타래 속에서도 
눈앞에 스무 개의 문이 있다어디의 문을 열고 들어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천당과 지옥행의 기로이기 때문이다어쩌다 막 열고 들어간 곳에서는축포를 터트리는 환영도 있지만,들어서자마자 스멀스멀 안개비가 내리더니벼락을 동반한 폭풍우가 내리치며질정 없이 지구 중심으로 곤두박질치게도 한다 반등의 차트 꼭지에서 숱한 고독과 악수할 즈음엔 고
외딴 숲 한가운데침묵으로 서 있는 퀴버나무 남아 있던 산빛이 물러나면성근 별처럼 떠오는 너 언제부터였을까가지는 하늘을 향해오래된 그늘을 만들고듬성듬성 먼발치에서 두 팔 벌려 지나는 새를 부른다 별처럼 빛나는 조붓한 둥지가지런히 솟은 나무줄기 곁에 새는 익숙한 노래 한 줄 두고지나온 네 고독을 품는 걸까
대곡에서 원시까지 가는서해선 열차에 몸을 담는 시간은내 마음이 곁방살이하는 시간이다 능곡역에서 김포공항역을 거쳐쭉- 신현역까지 터널 속을 열차가 달릴 때 굴 속의 바람과 열차가 부딪치면서 내는 거친 불협화음이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민낯 세상 저어두운 불의와 싸우는억척스럽고 다기찬 힘 같아-하지만 어느 사이 그 힘이 너무
보름달이 뜨면엄마는 어린아이가 된다 가족들 건강하게 해달라하는 일마다 잘 풀리게 해달라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보름달을 붙든다 대답 없는 밤하늘 아래 엄마는 사라지고어린아이 혼자 남아 한밤중조용히 칭얼거린다
여명이 밝아오면해 품은 호수에 안개가 피어나고 예쁜 꽃잎들이 사뿐히 다가오네 새들의 날갯짓에이른 봄 언 땅 녹아 풀벌레 잠 깨우고 연분홍 입맞춤에 고운 향 다가오네 별들의 속삭임에살포시 부는 바람 깊어가는 연심은 그리움 정원 가득 초록으로 물들인다 석양이 붉게 물든하늘은 곱디고와 위로로 다가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