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그 수필이 쓰인 시대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 수필이 쓰인 시대의 사회와 인간 심리,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과 풍조 등을 보여준다. 수필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소재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의 한 단면을 가식 없이 형상화해 내는 문학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수필은 비록 역사서나 어떤 기록물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사회현실이나 시대
- 이철호수필가·한국문인협회 고문
수필은 그 수필이 쓰인 시대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 수필이 쓰인 시대의 사회와 인간 심리,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과 풍조 등을 보여준다. 수필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소재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의 한 단면을 가식 없이 형상화해 내는 문학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수필은 비록 역사서나 어떤 기록물이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사회현실이나 시대
아파트 끝 층에서 보이는 전망은 온통 숲이었다. 베란다를 따라 쭉 이어진 유리창 너머로 매일의 다른 조도와 날마다 조금씩 변하는 색을 보는 것을,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목도 하는 것을 나와 내 고양이는 좋아했다. 우리는 함께 앉아 머리칼처럼 이리저리 쓸리는 초록 파도를 보거나, 우렛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장맛비에도 나뭇가지 꼭대기에 앉아 내내 온몸으로 비를
조용히 생각해 보면, 인간은 미래지향적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어제가 되고, 그것이 쌓이면 옛날이 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면, 그 기억마저도 없어져 버린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존재할 수 없듯이, 현재가 없는 미래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현재가 있어 나의 존재가치를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그것은 현재라는 오늘
체온이 40도다. 해열제를 먹고 젖은 물수건을 올렸지만, 이마는 불덩이였다. 중추절 연휴가 끝나 동네 의원을 찾았다. X레이를 판독한 의사는 위급하다며 빨리 큰 병원을 가라고 했다.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옆 침대에 있던 환자가 중환자실로 실려 갔다. 숨을 쉴 때마다 어깨, 복부, 옆구리를 칼로 찌르는 듯한 흉
천 년이 넘은 온돌방이 있다. 칠불사에 있는 아자방이다. 그동안 복원 공사를 마치고 원래 모습으로 완공되어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들었다. 자연이 푸르름을 더해 가는 4월 말이다. 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면 칠불사가 나온다. 칠불사에는 스님들이 수행하던 온돌방이 있다. 이 온돌방이 있는 건물이 1948년 ‘여수
전시장을 발싸심한다. 작가의 혼이 녹아든 예술품 앞에서 진선미에 잠기는 일은 얼마나 멋스러운지. 의도하지 않았어도 이름난 피서지나 다름없는 쾌적함은 덤이다. 실은 동행 인에게 당신이 저 화가같이 잘 산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대형 전시장은 다섯 면이 온통 컬러풀하고 화려하다. ‘원래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만병의 근원은 성냄에
얼마 전 소식이 뜸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요즘 뭐 하고 지내?”“문학지에 수필 한 편을 제출해야 해서 컴퓨터와 씨름하는 중이야.”“음, 그거 요즘 간단하잖아? AI를 이용해 봐. 넌 금방 배울 텐데….”컴퓨터에 능한 그녀의 유혹이 내게 달콤하게 들렸다. 요즘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이 발달되어 필요한 정
등을 켠 듯 작고 앙증맞은 노란 수박꽃. 꽃말이 ‘큰 마음’이라더니, 꽃이 진 뒤 커다란 수박을 매단다. 수박 크기만큼이나 꽃말도 넉넉하다. 여름이면 수박 한 통으로 대가족도 너끈히 먹을 수 있으니 과연 그 꽃말이 허사가 아니다.우리가 탄 버스는 1박 2일로 대구 문학 행사에 들렀다가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가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 여선생님은 바
소설가 윤고은은 잘못 갈아탄 지하철에서 그녀가 봤던 것과는 다르게 열차 안으로 길게 들어오는 햇빛을 마주했다. 그때의 장면을 “낯선 것을 살피느라 마음의 조리개가 서서히 움직였다. 어쩌면 그것은 시간을 만지는 느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 그립감’ 같은 것”이라고 신문의 칼럼에 쓴 적이 있다.시간을 만지는 느낌, 내겐 그 영화 <1986 그 여름 그
산천초목이 꿈을 낚으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봄날 아침이다. 산을 좋아하여 주말마다 산행을 하던 옛 동료가 생각났다. 그는 한국의 산 중에서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의 전망이 으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후 가보고 싶은 산의 첫 번째가 되어 마음속에 늘 품고 지냈다.가는 길이 험하다니 겁도 나고 바쁘게 살다 보니 수종사 가는 일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