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싸락눈이 종일 오락가락하던 날 엄마는 달포째 누워만 계세요 동네 의원에 한번 다녀오신 뒤로 약 같은 약도 못 쓴 채 해가 일찍 떨어지자 동생들 배고픈 눈이 저만 빤히 쳐다봐요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외상값은 주렁주렁하지만 어쩌겠어요 네 살배기 막내를 들쳐업었지요 반 친구들 만날까 동네 골목 요리조리 피해 외상 쌀 구하러 나섰죠 집집마다 흘러 풍기는 된장
- 박수자(과천)
비와 싸락눈이 종일 오락가락하던 날 엄마는 달포째 누워만 계세요 동네 의원에 한번 다녀오신 뒤로 약 같은 약도 못 쓴 채 해가 일찍 떨어지자 동생들 배고픈 눈이 저만 빤히 쳐다봐요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외상값은 주렁주렁하지만 어쩌겠어요 네 살배기 막내를 들쳐업었지요 반 친구들 만날까 동네 골목 요리조리 피해 외상 쌀 구하러 나섰죠 집집마다 흘러 풍기는 된장
소리의 성(城)대사습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천년의 소리,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거친 삶을 머금은 몸짓, 불꽃처럼 타오르면성벽은 무너질 듯 흔들리고귀는 칼을 간다 신명이 사방을 휘감고,목울대 뚫고 꿈과 눈물로 벼려진 소리,얼마나 세상 밖이 그리웠던가 한생을 걸어온 외로운 길,핏빛으로 엮어진 소리 마디마디는어두운 날들의
열정과 함성을 사랑하는말갛게 속을 내보인붉은 심장 피 끓는 마음을토닥여 주는시원한 커피향 오늘도커피잔 속 별빛 같은젊음을 끌어안고앞으로 나아간다
한 계절이 끝을 맺을 때또 다른 걸음으로 다가서는 향기에 눈을 감는다 비릿한 가을비가 가슴에 내리고손님이 되어 찾아오는 인연은먼 발치로 떠나며 뜨거운 눈물을 남긴다 낙엽 한 잎 바람에 떨어질 때남은 빈자리는 다시 채워지고바람은 조용히 머물다 간다 들꽃처럼 피어나서늘한 바람 속에 흔들리며간이역을 지나새로운 계절 속으로 들어서는 가을
돌틈 사이로 하늘하늘그리움이 모여연보랏빛 꽃잎 피웠네 맑은 이슬로 닦은보랏빛 진주 알알이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으면 순정(純情)한 시어들이해맑게 미소 짓고티끌 하나 없는 바람에산들산들 춤을 추었다 칡넝쿨 우거진 틈새에도가느다란 목을 길게 빼고파란 하늘 우러르는 쑥부쟁이 아직 그리움은 끝나지 않았다 햇살처럼 꽃잎 싱싱
검은 대지에 꽃샘추위삭풍으로 우는 계절 모은 두 손끝의 가는 떨림으로정성을 다하는 마음의 기도 마른가지마다 숨결이 살아촛불처럼 하나 둘 촉을 밝히면 잔설에 묻혔던이른 봄의 간절한 기원이 하늘에 닿아 치장할 겨를도 없이 순백의 알몸으로 서둘러 피어나는 순수 심지 돋운 호롱불같이 민낯으로 짓는 미소
검은 무개화차에 실려 새벽 연무는 왔다그해 그 여름엔 그리 굵던 장맛비도유난히 빨리 잦아들기 시작했다망간이 되어 밤이 밝아지자그곳에선 라벤더 향이 난다고 했다오래 전 헤어진 연인과 같은 향이 난다고 했다매 걸음걸음그의 흔적이 배어 나온다고도 했다그렇게 보랏빛 향이 필 즈음이면난 항상 당신이 떠난 자리에 서 있곤 했다오랜 노동에 지친 무개화차는 긴 한숨을경적
가슴 깊은 곳분홍빛 둥지를 틀어숨 쉴 때마다 고운 날갯짓사랑으로 승화된 너의 영혼 상상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물결 소처럼 내 가슴 휘감아 돌아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가 되어 기억 속 소품으로 남은 이름 석 자그 이름 엉킨 실타래처럼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미로의 사슬 가을날햇살에 반짝이는 윤슬너의 눈빛처
이런 삶인들 어떻습니까저런 삶인들 어떻습니까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마음의 중심을 두고 일하는 곳 따뜻한 말들이 사는 나라그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여린 바람에도흔들릴 줄 아는 풀잎처럼 눈보라를 이겨내는푸른 소나무처럼제자리를 굳게 지켜 가는 삶 그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풀벌레는몸을 갉아 울음으로 빚고풀잎은 잎새 끝끝마다 악기가 된다 바람은 그 빈 곳을 흔들며다가올 날의 무게를 준비한다기다림은 부재가 아니라도래의 다른 이름 누구도 다다르지 않는 음표 밤은 그 울음을 빌려더 짙고 깊어진다 아무도 듣지 못한 시간이 겹겹이 잠들어 있어말하지 않아도무게만으로 전해지는 고백 희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