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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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운문 차하>
누군가를 떠올렸다
초여름의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누군가가 떠올랐다
방 불을 껐다
세상은 금세 어두워졌고
난 보이지 않는 종이에 글을 썼다
난 보일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글을 썼다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부서진 누군가의 음성을 바다에 흩뿌린 뒤
불 켜진 가로등 사진이었다
누군가 바라보던 병원 창밖 나무는 이미 여름을 맞은 뒤
방불을켰다
세상은 금세 밝아졌고
나는 너를 잊었었다
나는 너를
잊었다
네가 떠올랐다
네게 글을 적었다
마치 네 몸에 새겨지는 글귀인 양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을 동봉했다, 편지에
불이 켜진 가로등, 당신 같은 것
나는 이제 사진 속 가로등 불을 껐다
방 불도 껐다
나의 가로등이던 당신, 내가 쓴 글귀의 일부가 되어
어두운 세상에서 날 비춰주는 별이 되세요
이제 가로등이 아닌,
저 위에서 빛나는 별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