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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동행

한국문인협회 로고 장보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7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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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800km 치앙마이 4-45 소요. 9:40 도착(2시간 시차) 11시 40분 우리나라. 33도 현지 날씨.’
동생과 함께 떠나는 여행. 처음이다. 공항으로 가는 길, 소녀처럼 들뜬 동생의 가붓한 발걸음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나온다. 왜일까? 서로가 겪은 수많은 계절이 스치며 마음에 가라앉아 있던 감정들이 솟아오른다.
다섯 자매 중 바로 밑에 막냇동생이라 우리 둘은 티격태격하며 함께 자랐다. 깔끔한 성격에 매사 조신하면서도 책임감 있고 추진력 있는 그녀는 집안일과 직장일을 잘 병행해 왔다. 돌아가신 어머니랑 곁에 살면서 서로 살갑게 챙겨주던 사이였다. 다정한 심성에 야무지게 생활하던 동생. 성격은 많이 달라 각자 살아온 삶이지만 혈육으로 그저 응원하고 열심히 제자리 지키며 살아왔다. 동생이 올해 환갑 잔치를 가족들과 조촐히 보내고 나서 하나 남은 아들까지 결혼을 시켰다. 부모로서 책임을 다한 모습이 곁에서 볼 때 그저 대견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친정어머니 기일 때 다섯 자매가 모인다. 그때 동생이 친구들과 몽골 여행을 전했다.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을 모두 반기며 축하해 주었다. 그동안 직장 다니면서 삶의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느라 여권만 만들어 놓고, 환갑이 되어서야 처음 떠나는 막내의 해외여행. 손뼉을 치며 축하하고 기쁜 마음을 봉투에 담아 건넸다. 첫 해외여행이 지인들에게 알려지며 열심히 살아온 그녀에게 보내는 삶의 응원가 같은 축하금이 여기저기에서 전해졌다.
여행을 다녀온 동생의 후일담은 그녀의 인생에 새로운 시선을 경험하게 해 준 추억. 생활에 에너지로 분출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뻤다. 공항 출구 에피소드에는 하하 호호로 웃었다. 거꾸로 든 여권으로 연속 인식 실수가 빚은 황당함을 인생의 첫 해외여행 테이프로 기억했다. 여행 준비 과정을 들으니, 사위가 아주 좋아하며 몽골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공유했다고 한다. 서로 소통하는 데 있어 여행이 매개체로서 역할이 크고 그로 인해 돈독해 보여 좋았다.
세계화에 맞는 여행 프로그램이 차고 넘치고 있다. 이에 웬만한 사람들은 다 다니는 것 같다. 하지만 알아듣고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거나 아예 무관심에 남의 일로만 치부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눈에서만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속성에 그저 부단히 따를 뿐이다. 나도 아이들 키울 때는 현실에 맞는 일이 우선이었다. 하기에 여러 제약으로 인해서 모임에서 가는 여행에는 엄벙덤벙 발만 담그며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짧은 기일만 허용되는 가까운 나라만 다닌 셈이다.
살다 보니 가고 싶은 나라를 TV 프로그램으로 대신하며 쉽게 해외로 떠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한 기억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본 동생은 또 딴 세상이라 여기며 바라보았으리라. 나 살기 바쁜 세상이라 여기면서 무심하게 신경 쓰지 않았음이 미안한 마음이다. 이제 아이들 양육에서 벗어나고 나를 바라볼 시간 앞에서 생각한다. 과감하게 확장하는 마땅한 계절이라고.
우리는 각자 자기 자리 지키는 게 서로 돕는 거라 여기면서 지내왔다. 하기에 지난 시간은 아쉬움도 많지만, 흐르는 대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인생이 기나긴 여행이라면 가는 길에 여러 일행을 만나 인연을 쌓았다. 서로 다른 감정으로 얽히고설키면서 자기 영역을 구축해 왔다. 각자 갖는 철학과 가치관 및 종교적인 해탈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쁨을 추구하고 행복한 삶으로 만족감을 얻는 평안이라 믿고 싶다.
여행이 주는 충만감을 거대하게 표현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시간은 보상받아도 괜찮지 않은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게 아닌가? 결국은 자신의 내면에 쌓이는 밀도 있는 정서를 훑음으로 장착되는 즐거운 고요함이라 생각된다. 이제 다시금 새로운 추억을 만들며 생활에 건강한 기운을 옮겨 심으면 된다. 홈쇼핑에 등장한 동남아 여행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태국은 나에게 이제 두 아이 엄마가 된 큰아이가 코끼리 타고 웃고 있던 사진만 떠오른다. 큰아이가 공부할 때 다녀왔던 기억을 부모로서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친밀감이 드는 건 부담이 없어서였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한 일이기에 고삐 풀린 동생이 바로 등장했다. 대충 설명해 주니 흔쾌히 응해서 함께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워낙 꼼꼼해서 준비물 챙기는 것도 치밀하지만 얼리어답터로서 앱 등 기기기 다루는 능력이 있어 스마트 패스, 라운지 이용 등 편리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함께 떠나는 시작점에서 혈육의 정을 느끼고 이러한 자리를 서로 할 수 있는 형편에 감사하다. 이것이 소소하지만, 순간에 충실하고 진한 행복이라 생각한다. 모처럼 내면에 둑을 터트리며 소리를 듣는 이 순간 기억되리라. 기내에서의 비행기 나는 소리는 무소음 역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예의로 나만의 손전등 폰으로 몰입한다. 볼펜 따라 마음 길을 내면서 코끼리만 연상하던 태국으로의 또 다른 참신한 기억이 저장된다.
막역하지만 연락이 드문 지인에게서 벗어나 가깝지만, 멀었던 자매 간의 연결이 좀 더 새롭다. 이제야 좀 더 젊었던 시간을 잘 해냈다고 칭찬하는 삶으로 서로 부둥켜안으며 손잡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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