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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빼앗아 간 섬

한국문인협회 로고 정수옥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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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하고 통 글을 쓰지 못한 나이기에 섬을 다녀온 후 시작한 이 글이 너무나 소중하다. 어떤 시인은 ‘섬은 사람에게 꿈 혹은 임을 낳는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섬에 다녀오고 내가 한 편의 글을 완성한 걸 보면 섬이 꿈을 낳는다고 하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싶다.
회장이 되었다. 우리 모임은 2년마다 돌아가면서 회장, 총무를 맡는다. 회원은 10명이다. 모임은 18년째 잘 이어져 안 보면 보고 싶어 하는 사이가 되었다. 2년마다 돌아가면서 임원을 하며, 차례가 되면 즐겁게 해 주려고 다양한 이벤트로 봉사를 기꺼이 한다. 모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즐겁게 해 주고 싶은 나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섬, 영종도에 있는 세 개의 작은 섬을 찾아냈다. 신도 시도 모도는 영종도에서 저 멀리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장소를 정하고 카톡에 올리니 다들 좋아한다. 맛집 찾아 아침을 먹고 가볍게 산책하기, 섬 구석구석 돌기, 예쁜 카페도 지나칠 수가 없다고 계획을 짰다. 회원들도 처음이라 좋아하면서도 기대는 하지 않는 듯 별말이 없다. 혼자 결정하고 난 후라 께름직하여 다른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흔들리며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미움받을 용기를 갖기로 했다.
인천대교는 길기도 하다. 바다와 갯벌을 구경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섬에 가기 위한 삼목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와 함께 승선할 수 있는 여객선 앞에 자동차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서울, 경기도 근교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섬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 금방 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겨울 끝자락이라 사람이 없어 쓸쓸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한 것은 나의 기우였다. 총무가 표를 구매하러 갔다. 우리처럼 처음인 사람들이 많으니 호기심에 질문이 많아 직원들은 짜증이 났고 급기야 불친절해졌다. 차분하고 야무진 총무였건만 그녀도 참지 못하고 언짢아하였다. 소란스러움에 나는 미안함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시끌시끌한 북새통이 인기 있는 곳 같아 안심도 되었다.
승선 시간이다. 한 대 두 대 앞차가 빠질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일행과 같이 가야 되는데 함께 못 탈 것 같은 예감이었다. SUV차 몇 대를 제치고 일행인 세단 차를 앞으로 빼 가더니 미지막 승선이라고 배 문을 닫는다. 두 동강 난 일행, 머리와 몸통이 떨어진 느낌이다. 먼저 떠난 일행과 1시간 간격이 생겼다. 좀 더 일찍 왔더라면 함께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변이 있어야 재미가 찰지지 않을까. 위안 삼는다.
배를 따라 물결이 출렁인다. 주변을 보니 둘 셋씩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몇 마리나 잡았을까 빈 통으로 집에 가는 건 아니겠지. 어느새 여유가 생겼는지 힘있게 줄 던지는 모습을 보며 ‘대어 하나 잡아라’ 속으로 빌어 준다. 다음 승선을 기다리는 동안 취미로 배워 두었던 타로를 꺼냈다. 먼저 간 이들과 재회하기에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기 맞춤 아니겠는가. 셋이 앉아 번갈아 가며 하니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이 흘러 11시 배 탈 시간이 됐다. 승선을 위해 질서 잡는 아저씨 호루라기가 찌릿찌릿 울린다. 출발과 함께 갈매기도 따라붙는다. 날씨가 좋아 파도가 없으니 흔들림이 없다. 고요한 바다를 한 줌 느껴 보기도 전에 신도에 도착했다고 한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탔는데,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니 속은 기분이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과 다시 재회하며 깔깔거린다. 순무김치와 함께 맛깔스러운 반찬이 돋보인 맛집을 찾아 바다 내음이 나는 연포탕, 낙지볶음, 소라 비빔을 주문하여 아침을 먹었다. 찬이 좋아 여러 번 가져다 먹어도 섬 인심이 그러한지 주인은 친절한 미소로 답한다.
형제섬인 신도, 신시, 그리고 모도를 등산하는 사람들은 삼목 선착장에 차를 세워 놓고 하루에 섬 세 개를 걸어서 다 돌고 간다고 한다. 군데군데 마을 지붕은 진달래색으로 칠을 해서 순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우리나라 제주도, 울릉도, 강화도 이런 섬에 비하면 신도는 섬이라 하기엔 아주 작은 섬이다. 육지와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져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단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를 타고 가는 낭만이 없어진다니 뱃길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여자들이면 빼놓을 수 없는 곳, 하라보라는 카페를 찾았다. 손뜨개로 장식해 놓은 실내가 일품이다. 여기 온 손님들에게 주는 메시지인가, 당신들도 “실로 이렇게 떠 보시라니깐요”라고 하는 말 같다. 뜨개실로 새우, 광어, 연어, 생선 초밥과 통새우, 김밥, 누두김밥,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등 고급지게 떠서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진짜처럼 보이는 꽃들과 인형들에게 홀려서 차 주문하는 것도 잊고 한동안 작품에 푹 빠졌다. 굴뚝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집이기에 굴뚝빵과 차를 주문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달달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말 굴뚝같이 돌돌 말아 올라간 빵이 나왔다. 부드럽고 쫄깃한 맛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득한 뭍이 임인 양 그리워지면 하늘을 우러러 별을 세며 살지. 아침저녁 노래하는 조수와 함께 정든 짐승처럼 눈물을 삼켜 가며 잠시 깃을 쉬어 머물다 가는 무심한 새들의 벗이 됨을 낙으로 삼으리라.’ 어느 시인이 쓴 ‘섬’이 생각난다. 그만한 글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써 내려온 마음을 이어 가고 싶고, 이 글을 빌미로 졸작이 될지라도 쓰기를 낙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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