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선 바로 밑에 있는 우리 마을은 6·25전쟁의 안마당이었다. 꽝! 꽝! 두 방의 포성에 이어 바로 들이닥친 공산군은 벌써 마을을 뒤로하고 앞산을 넘었다. 마을 사람들은 피란을 갈 틈도 없이 그냥 고양이 발톱 밑의 쥐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3개월쯤 뒤엔 미군 탱크가 밀고 들어와서 자유를 찾아주었고, 그리고 또 그다음엔 한밤중에 중공군이 떼로 몰려와서 마
- 황덕중
38선 바로 밑에 있는 우리 마을은 6·25전쟁의 안마당이었다. 꽝! 꽝! 두 방의 포성에 이어 바로 들이닥친 공산군은 벌써 마을을 뒤로하고 앞산을 넘었다. 마을 사람들은 피란을 갈 틈도 없이 그냥 고양이 발톱 밑의 쥐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3개월쯤 뒤엔 미군 탱크가 밀고 들어와서 자유를 찾아주었고, 그리고 또 그다음엔 한밤중에 중공군이 떼로 몰려와서 마
철모르고 뛰놀던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한데 노래 가사처럼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중’이라고 애써 자위해 보며 날을 보낸다. 우리는 살아가며 좋고 나쁠 때가 항상 있어 왔다. 나이와 세대 구간 구간 따라서 주위 환경과 처지에 따라 변하고 생각이 바뀐다.요즈음 일로는 지난여름 혹독한 배탈인지 코로나 변형인지 잘 모를 병세가 내 몸을 습격해 와 열흘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낯선 주소가 적혀 있었다. *모두 다 내 곁을 떠났다. 말없이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타인보다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여러 상황에 대해 부딪히지 않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야속할지 몰라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무뎌지므로 더는 떠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첫 번째는 이미
다네쉬는 인도 서부 G시의 주립 명문 S대학에서 화학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거의 마쳐 가고 있었다. G시 인근은 사탕수수와 캐쉬넛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유명한 대도시인 뭄바이와 아주 가깝지는 않으나 그 영향권에 있는 도시였다.사탕수수 수확 철이면 도시 인근의 크고 작은 도로들은 집채만큼이나 사탕수수를 싣고 이동하는 소달구지, 경운기 그리고 낡은 화물차들을
예언이나 점 같은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소유자가 된 지도 참 오래되었다. 왜 나라고 현재 곧 닥칠 일이나 미래에 닥쳐올 일들이 궁금하지 않겠는가? 특히 좋은 일들보다는 나쁜 일들이 내 삶에 끼어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것이다.내 나이 28세 때쯤 나는 거의 80프로를 언니의 반강제성으로 예언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언니
내 안에는 염소가 한 마리 살고 있다. 고약한 일이다. 흐린 날에만 나타나는 흑염소 한 마리. 맑은 날에는 어디로 자취를 감추었는지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흐린 날에 무릎이 아파온다던 나이 든 노인들의 말을 생각해 보면, 염소는 내 무릎속에 숨어 있다. 흐린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끊임없이 울어대는 염소 때문에 정신과에 다녀온 적이 있다.“단순한 과민성 스
결혼 전 남편은 고급 열차의 기관사로, 나는 승무원으로 같은 열차를 탔다. 그때 나는 남편의 훤칠한 키와 단정한 정복 차림에만 반했는지도 모른다. 직장 풋내기 시절에 처음 만난 지금의 남편을 보고 바로 이 남자다 싶었다. 우리는 쉬는 날마다 열차가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쏘다니며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하게 연애했다. 결혼 후에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코뚜레 한 소처럼 끌려다닌다.고삐를 틀어 쥔 이는 오빠다. 오빠는 인색하다. 구두쇠, 노랭이, 자린고비, 스크루지를 다 합쳐도 모자랄 영감탱이다. 달랑 하나 있는 동생 한테 왜 이리 모질게 구는지 미스터리다. 종일 투덜대면서도 오빠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 또한 수수께끼고.나는 하녀처럼 산다.오빠네 집 뒤에 붙은 허름한 조립식 주택이 내 거처다. 오빠는 대궐
1양지 바른 벌 안은 하얀 이불솜으로 덮어 놓은 것 같았다. 며칠 전 산자락의 목화밭에서 목화대를 넉걷이하였다. 볕 좋은 산소 옆에 펼쳐 널어 놓았다. 목화대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다래가 말랐다. 껍질이 벌어졌다. 목화송이가 활짝 핀 꽃처럼 흐드러졌다. 영락없이 해맑은 가을하늘에 피어오르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이었다. 햇빛을 받아 눈이 부셨다.“끝물인데도
망구(望九)의 나이에 느끼는 세계는 망백(望百)이 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10년 후인 2035년에도 세계는 지금 같은 느낌일까?지금부터 십 년 후는 지금부터 십 년 전을 돌아보면 그 놀라운 변화의 양상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터이다. 한마디로,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것 같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서 각 분야마다 지난 세기보다 훨씬 변화가 빨라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