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너에게로 가는 길북쪽 하늘 작은곰자리 어디 지구로부터 430광년쯤,한 여름밤 모깃불 피워놓고 별똥별 줍던 어린 시절 함께 부른 노래초속 30만㎞의 속도로 우주를 날아 너에게로 가기까지430년 넘게 걸린다니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문희, 그 가시나 뭐 그리 급해그 먼 거리를 홀로 나섰는지밤하늘에 흩뿌려진 저 별
- 명재남
여행은너에게로 가는 길북쪽 하늘 작은곰자리 어디 지구로부터 430광년쯤,한 여름밤 모깃불 피워놓고 별똥별 줍던 어린 시절 함께 부른 노래초속 30만㎞의 속도로 우주를 날아 너에게로 가기까지430년 넘게 걸린다니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문희, 그 가시나 뭐 그리 급해그 먼 거리를 홀로 나섰는지밤하늘에 흩뿌려진 저 별
전철 안에서시집을 읽는다목이 불편해고개 들어 주위를 보니 모두가 스마트폰 삼매경이다시집을 읽는 내가 멋쩍다 돋보기를 벗고슬그머니 책을 접는다 마치 불온서적 감추듯이…
저녁 산책길불 밝힌 작은 가로등에거미는 그물 쳐놓고 먹이를 기다린다 반짝반짝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그물망 걸려들면 먹이가 되는 모기 한 마리 그물에 들었다가앵앵 필사의 탈출을 한다먹고 먹히는 그들을 바라보니 그날 기억에 등짝이 오싹해 불과 몇 달 전다정한 문자에 걸려들어서툰 터치로 진행하다순간에 붙잡은 정신줄
각종 나물무침커다란 양푼에 모였다. 따듯한 보리밥에 깔린 순간검붉은 고추장 한 숟가락 맞는가 하는 중에 향긋한 참기름 뒤집어썼다.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니 밥과 나물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붙들고 놓지 않다가 결국 다 붉고 푸르스름해졌다. 여기저기에서 날아든 숟가락들고봉으로 퍼담더니만최대로 벌린
이제 마—악서산에 떨어지는 노을 사그라드는 석양빛 초저녁에 뜨는 낙조가 더 없이 화려하다분홍빛 하늘 소잔한 햇발 황혼 너울 쓰고내려앉은 고운 몸짓 하루가 끝나가는 즈음에 서쪽 하늘이 아까보다 더 붉게 불타고 있다어쩌면성숙한 한 시골 소녀가 서산머리에서수줍어 남몰래 숨어서 첫 달
장미는 가시로 꽃을 피워요몸 안에 가시가 피를 품어내요몸 안의 가시가 한 타래의 진한 향기를 뽑아내요고통에서 삶을 빌려왔기에 아픔을 꽃으로 피워내는 것일까요 가시는 꽃을 돋보이게 하는 마지막 자존심이에요가시는 아픈 손가락이에요내 몸 안의 죄와 암과 질병에 항체를 만들고허약한 것과 능욕과 핍박에 면역력을 키워요송곳처럼 에이는 가시는 자기를 지키는 방
큰 북을 두드립니다혼돈의 세월 견디지 못하여답답한 사립문을 열고검은밤슬픈달을불러구름 함께 애절히 통곡하던지난 당신이 그립습니다새벽이슬이 부활하기 전 거목을 붙들고 토혈하며 몸부림쳐 보았습니다목이 터지도록온몸이 떨렸습니다오늘은그대의 가슴을큰 북으로 한 번 두드립니다.
계절의 갈림길에 목발을 짚고 서 있는 가로수 꿈을 꾸듯 그림자마저 안으로 접어 사윈 채 윤곽만으로 떠도는 묵시의 거리 어느 여가수가 부 르는 이별의 노래처럼 조금은 슬프게 음률에 맞추어 비가 내린다 후드 득 한기로 몸을 떠는 핏빛 나뭇잎 악장처럼 떨어진다 발에 밟히는 작은 존재의 떨림에서 예수의 옷자락 한끝을 몰래 잡았던
하늘이 지워지고 있었습니다파란 마음 지워가는 저 하늘 때문에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밀려왔습니다때로는 양떼구름과 새털구름이 수를 놓을 때도 두려움은 티끌만큼도 바닥에 쌓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새들 지저귀고 벌 나비가 날던 시절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사라지고 없습니다높이 뜬 비행기가 길게 가로를 긋고
나의 쉼터는하늘과 땅 바다오늘은 경포대를 거닐며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천지를 다스리는 그분의 창조 곳곳마다 멋진 조화의 선물평화롭고 붉은 여명이바다를 물들이며 다가선다 언제나 불평과 불안을 모르는 듯 기쁨과 감사만이 존재하는 여기허물을 벗은 온전한 하루 아름다운 결실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