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햇살 아래 뿌리 몇 가닥지탱하고 사는 삶 아∼삶이란 주어진 시간을 견디어 내는 것.
- 나종복
뜨거운햇살 아래 뿌리 몇 가닥지탱하고 사는 삶 아∼삶이란 주어진 시간을 견디어 내는 것.
바람이 분다 머나먼 수평선 위에파도는쉴사이없이밀려와 하얀 거품을 게워내 길게 드리운 해변에한폭의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린다 바람이 분다고달픈 삶의 길 위에 나의 과거는시나브로 밀려와 후회와 치부를 게워내내 생의 도화지에 한폭의볼썽사나운 수채화를 그린다
어머니 등에 누운 산 그림자 온종일 업고 다니며자식 사랑 온몸으로 다독여 허리한번펴지못한고달픈삶오 남매에 이어두 손녀 업혀새근새근 잠자던 포근한 등 흐르는 세월 이기지 못하고아흔 고개 능선 넘으신 어머니 서산 해 기울면 뉘엿뉘엿 저물어 어머니 등에 내려앉은쓸쓸한 산 그림자자식 떠난 빈 둥지 지키며 공허한 마음 어둠에 걸어두고 홀로 잠자리에 누운 고독한 숨소
움직이지 않으나 움직임보다 치열하다땅 속으론천년 지낼 꿈을 펼치고 겹으로 단단해진 몸통칼바람도 비켜가 해마다 이파리는새롭고 또 새로워라 가지 사이 새들그늘 아래 사람들 남기고 간 이야기 낙엽아래 가득하니 긴 세월 여러 인연 나이테 안에 품는다
물안개피어오르는 바이칼 호수의 아름다움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른 물이 흐려지며 자욱하게 핀 물안개햇빛이 비치면 물방울이 반짝이는 세상에 신비한 아름다운 광경바이칼 호수의 물안개는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물안개 속동화의 나라에황홀한 궁전처럼 빛나는 물의 환상세상 속 멋진 배경 물안개 자욱한바이칼 호수의 파란 나라 어느새 공주가 되어…
아파한 산수유가 서서히 꽃피우니 찬바람 된서리도 봄맞이 한창인데 백목련하얀 춤사위 나비처럼 춤추네 조용한 가지마다진통이 한창인데 까치의 신접살림 예쁘게 시작되니 세상의모든 이치가 가파르게 스치네 봄바람 갈지자로춤을 추는 국사봉에 청설모 나들이가 유별나게 소란해서주위의 모든 새들이 갈팡질팡하는구나
시간의 문은 여닫이가 아닙니다단두대의 칼날처럼 위에서 아래로 닫히지요 문이 조금씩 닫힐 때마다툭투둑투두둑눈가가 허물어집니다죽을 힘을 다해 눈물을 삼켜 봅니다 메마른 가슴이 거부합니다목울대를 서성이던 불안한 눈물이 밖으로 쏟아집니다 허물어진 눈가가 어쩔 줄 모릅니다칼날은 쉬지 않고 내려옵니다완전했던 풍경이 시간의 뒤로 날아가고 조각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닫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정 소중한 인연이라 포근했는데 헤어질 때가 되어 떠나간다 야속타 말자눈위에발자국 찍으며 눈이 걸어간다 매서운 칼바람 휘몰아쳐 휘청거리다 비틀거리다 묵은 짐 훌훌 벗고새길위해과감히 욕망을 쏟아버린다 새날의 맑은 정기 받아 하늘을 보기 위해.
“있잖아,애 가졌단 말이야” ‘뭐라고,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별 없는 밤에도눈비 오는 날에도나만 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고입맞춤도 없었고한 번도 안아본 적 없잖아’ “왜 남들이 볼까 봐다리는 숨어서 이불 속으로 다가왔고 바람 타고 와 머리 끝까지 만졌잖아”‘그건 말이야 네가 외로울까 봐눈빛으로 가슴을 쓰다듬은 것뿐이잖아’ “있잖아,발뺌한
수직의 단애를 건너뛴 순간 초침만 움직거렸을 뿐인데 날짜가 바뀌었다불과 1초,전과 후가 빚어내는 풍경들 별반 경이로운 것 없지만 고정의 관념에 갇힌 하루 마침표 찍고묵묵히 다시 가는 생의 서리 수두룩, 싸라기별 쏟아지는 안 가본 길을 그려보게 한다 안도의 기도가 비문(秘文)처럼잠을 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