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4.7 665호 불곡산 병상 일기

불곡산 기슭에 서성이던 저 눈발이 서둘러 장막을 쳐 오는 봄을 막아 놓고 순리를 엇길로 몰아 때아닌 눈보라는,가난도 외로움도 행복으로 빚어 살며 우리가 하나 되어 함께한 세월인데 아픔을 혼자 짐 지고 어디로 가려는가?실 파람보다 여린 그 숨결에 거는 기대 하늘 땅 신령님께 간절히 비는 마음 애원의 눈빛마저도 외면하는 병상 일지귀 기울여 들어도 감감한 님의

  • 전혁중
북마크
74
2024.7 665호 달빛이 그려주는 풍경

해종일 공부하고너혼자가는길을상냥히 밝혀주는초승달을 보고 있니?별들도,보름달, 그믐달도새로 떠서 너를 본다.교교히 흰 달빛이물감처럼 스며들듯함초롬 물든 풍경을손잡고 보고 싶어.달빛 속,너의 속삭임이다정하게 들려와.꽃잠 자는 새벽녘에놀 비친 창문에 떠서살포시 너를 보는 그믐달을 알고 있니? 달빛이희미해지기 전에 들창문을 열어 봐.

  • 이기동
북마크
83
2024.7 665호 변태적 상상력과 창조적 개성의 에로티즘 시인 — 마광수론(2)

마광수는 유고 소설집이 되어 버린『추억마저 지우랴』(어문학사, 2017)를 출판사에 넘기고,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에 본디의 제목을 바꾸어 ‘추억마저 지우랴’로 해 달라고 출판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한다. 28편의 유고소설은 작품들이 대체로 짧은 편이지만, 자전(自傳)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송희복,「가버린 작가 남은 유고집」,『마광수 시대를

  • 조명제문학평론가
북마크
405
2024.7 665호 모더니즘에서 하이퍼모더니즘까지

나의 비평 활동은 이상(李箱), 김춘수, 김수영 이런 시인들의 작품과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비평 활동 이전에 시 쓰는 일이 먼저였던 나에게 일찍이(고교 시절) 충격으로 다가왔던 엘리엇의 장시「황무지」, 사르뜨르의 소설「구토」, 이상의 시와 소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의사 지바고」등이 문학에의 불을 지폈다. 중학교 시절 시골까

  • 조명제문학평론가
북마크
165
2024.7 665호 길 위의 집, 서창(西窓)이 달린 골방

예술로서의 문학작품은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한 이는 엘리엇이다. 엄밀히 말하면, 독자를 위한 문학 비평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비평에 대한 회의론(懷疑論)이나 무용론(無用論)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호론과 소통이론 등에 힘입어 가며 여전히 그 일을 해 오고 있다. 어차피 언어(문학언어)는 그 자체가 일정한 의미나 고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불변

  • 조명제문학평론가
북마크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