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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추임새

<춘향가> 판소리 공연장이다. 두루마기에 부채를 든 소리꾼과 북과 북채를 쥔 고수(鼓手)뿐인 단출한 무대지만 만만치 않아 보인다. 거기에 관중들의 호응의 열기가 대단하여 꽉 찬 느낌이다.“엇!”고수가 기합 소리를 내며 북채로 타당 탁, 북과 북테를 친다. 이어 소리꾼이 “전라좌도 남원골∼”하며 사설조의 아니리를 시작한다. “엇!” 타당 탁… 다시

  • 정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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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노을 손도장

바람 한 줄기 스치는가 싶더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가지를 펼친 소나무의 붓놀림인가. 아니면 만물을 다스리는 바람의 솜씨인가. 서서히 색을 채워 가는 하늘 가로 하루라는 시간의 그림자도 함께 스러진다. 노을은 밝음과 어둠을 양쪽에 거느리고 마지막 열정을 태우는 중이다. 동시에 어떤 시절의 이야기들이 불꽃처럼 피어난다.바닷가에서 태어난 나는 어

  • 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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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반야심경과 금강경 4구게와 오온개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

<금강경 제1권 제1 사구게(四句偈), 제5 여리실견분>에 무릇 상(相)이 있는 바는 다 허망함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다(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 非相卽見如來).<금강경 제2권 제2 사구게, 제26 법신비상분> 만일 모양으로써 나를 보려 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려 하면 이 사람은 사도(邪道)

  • 장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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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실수

뜻밖의 일이었다. 어릴 적 같은 마을에 살았던 그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웠다. 사실은 그 시절 내가 몹시 흠모하던 여자였다. 아가씨 때 그녀는 ‘별’이었다. 너무 예쁘고 지향점이 높아 나 같은 사람은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그날은 선약이 있어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며칠 후 노인 복지관 헬스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헬스복 차

  • 송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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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네 번째 다말 이야기

다이소에서 쇼핑 중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진열장 속의 강아지 인형이었다. 하얀 말티스 강아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저를 데려가 주세요.’은총이랑 처음 만났던 꿈들이가 생각났다. 꿈들이는 은총이가 동생처럼 여기는 강아지 이름이다. 은총이에게 주어야겠다. 데려와 거실에 두고 보았다.‘언제 제 주인을 만날 수 있나요?’나에게 묻는다.‘기다려라

  •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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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그런 시절이 있었네

중2병이 남의 이야기로 흘려버렸다. 사춘기에 열병처럼 겪는 줄 알았다.서울에 살다가 부천으로 이사 간 막내아들 큰손녀가 학교를 안 간다고 했다. 학교만 가면 머리와 배가 아파서 수업하다 집으로 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야단쳤다가 더 빗나갈 수 있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때로는 핑계라는 생각이 들어 매를 들고 싶지만, 부모를 신고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

  • 임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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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호모머신

휴무일, 들를 곳을 떠올리며 차에 오른다. 병원, 미용실, 우체국, 문구점, 마트, 방문 순서도 정한다. 그곳에서 할 일과 새로 살 것들도 떠올린다. 정하고 떠올리고, 또 정하고 떠올리며 운전하는 사이, 차는 직장 근처까지 와 있다. 이런! 내가 얼마나 오랜만에 쉬는데 나를 또 일터로 몰아넣어! 차에게 나에게 마구 화를 낸다. 그러다가 또, 떠올린다. 김유

  • 김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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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가을을 한층 깊게 하는 계절의 아름다움

봄비와 봄바람이 헐벗은 대지에 푸른 새싹을 틔우는 은유 속에는 결국 불타는 여름 햇빛과 폭우를 견뎌 내고 드디어 풍성한 추수를 거두는 기다림이 숨어 있다. 저 넓은 들판에서는 수해를 딛고 알곡과 단 열매로 익어 가는 생명의 빛과 소리가 내 가을을 한층 더 깊게 한다. 자연의 생명과 인간의 영혼과 생명의 존귀함과 가치가 기계화 속도와 AI 인공지능으로 우리의

  • 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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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작별의 신호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낙화」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한 번씩 멈춘다. 과연 떠나야 할 때를 스스로 깨닫고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언제나 남아 있는 일에 마음을 두고, 붙잡고 싶은 것들을 끝내 놓지 못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모와 외삼촌은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

  • 박성희(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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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 684호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겸손과 침묵의 가치

아들의 삼우제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던 2005년 1월이었다. 마음을 추스른 이후에 출근하라는 직장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근한 나에게 당시 상사가 해준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가족이나 친지, 직장 동료 그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진정한 위로가 되지 못한다. 살아 있지 않는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신을 통해서만 위로받을 수 있다”라며 종교를 통한 상처의 치

  • 김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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