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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윤한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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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이 죽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귀걸이를 한 여인이 낮게 흐느끼고 있는 동안

청동검을 허리에 찬 무리들이 황급하게 달려갔고

남루한 삼베옷의 사내들이 농사일을 접어두고

개미가 되어 바위를 끌고 있었다

밧줄이 더러 끊어지기도 하였다

달이 뜨면 집으로 돌아와

반쯤 벗은 아낙과 함께 보리밥을 퍼 먹었다

생리가 시작된 아이를 걱정하기도 하였다

덮개돌이 올려지고 흙을 걷어내자

영원을 기약하는 바위가 공중에 걸렸다

방울을 흔들며 제사를 지내는 동안

북두칠성이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인돌 앞에 서서 손목을 만져본다

선사시대부터 뛰던 동맥이 아직도 펄떡이고 있다

족장은 죽었고 언젠가는 나도 죽을 것이다

구름은 무심하게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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