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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고목에 꽃이 피다

귀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귀가 잘생긴 거지는 못 보았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귀는 모든 소리를 달팽이관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귀는 인간이 만든 현대의 안테나보다 우수하다.사람의 귀는 잘 생겼거나 못생겼어도 어느 귀를 막론하고 모든 소리를 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준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도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면서 주변 환경의 소

  • 김용석(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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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주머니 사랑

결혼 초 시골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던 시절 첫겨울, 사십오년 전에는 시골의 겨울이란 너무도 추운 날씨로 새벽이면 식사준비로 부엌에 나가면 마치 거리에 서 있는 것처럼 덜덜 떨려오고, 전날 저녁 빨아 놓은 행주가 꽁꽁 얼어 있고 아궁이에 불을 땔 때까지는 견디기 힘든 추위로 무서운 긴장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시부모님께서 겨울만 나면 서울로

  • 이명선(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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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참좋다

참좋다.잠에서 깨어나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을 살며시 보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니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렇게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분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산뜻한 의욕이 샘솟으니 더욱 좋다.아직 변호사 현업에 종사한다고는 하지만 일감이 적당히 줄어 이곳 양평으로 내려와 살면서 재택근무를 주로

  • 추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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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산책길에서

이촌역 부근 돈지방 철로 건널목에서 한강대교 북단 방향으로 가는 아파트 뒤편에는 2차선 차도와 한적하기 짝이 없는 인도가 있다. 남쪽 차로 변에는 높이 세워진 방음벽이 있고 북쪽 인도 너머에는 경의중앙 선을 달리는 철로가 있다.지대가 훨씬 높은 이 길과 40미터쯤 떨어진 철로 사이에는 이름 모를 잡목이 빽빽이 들어섰다. 울창한 숲 때문에 철로는 잘 보이지

  •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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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아침 산책길이다. 타지에서 맞는 아침이라 떠오르는 상념이 사뭇 다르다.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단아하게 굽이진 안흥지 둘레를 사붓사붓 걷는다. 쌍둥이 분수대가 서로 화음을 맞추니 발걸음도 따라 리듬을 맞춘다. 건너 정자가 한 송이 연꽃처럼 고고하게 떠 있다. 그 옆에 휘늘어진 수양버들이 운치를 더한다. 내 마음을 따라 발길은 무심결에 그곳으로 향한다.오작교를

  • 강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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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가시방석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요즘의 사건, 사고들을 보면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데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 우리도 어떤 나라처럼 총기 허용이 되는 나라였으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 더 큰 희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종 흉기들을 휘둘러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위험

  • 김연옥(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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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민낯 찾기

눈이 내리려는지 끄느름하다. 서둘러 공원을 오른다. 누가 신호를 보낸 걸까,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떼 지어 날아 앉는다. 동물애호가가 먹이를 쏟아놓고 간 모양이다.‘배가 하나같이 땡땡하네. 잘 먹여서 그런가.’혼자 응얼거리는데 뒤 오던 아저씨가 엿들었나 보다.“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깃털을 켜켜이 쌓아 두어야겠지요. 봄이 되면 하나둘 빠질 거에요. 동

  • 조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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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할아버지는 극작가였다

이 이야기는 부산에서 6·25 피난생활을 끝내고 서울에 돌아와서 처음 들었다. 여중에 입학한 후, 창덕궁 근처 일가집을 방문했을 때이다. 그 집 할머니께서 어린 나를 할머님이라고 부르며 무척 반기셨다. 나를 앞에 앉혀 놓고는 당신이 알고 있는 우리 집의 내력을, 손녀딸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듯 말해 주셨다. 육이오가 일어나기 3년 전, 함경남도 북 청에서 다섯

  • 고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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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바가지

박넝쿨은 초가의 벽을 타고 올라 지붕을 덮는다. 한여름 지붕은 초원 지대로 변신한다. 6월에서 8월에 꽃을 피우는데 밤에는 꽃잎을 열고 낮에는 닫는 수줍음이 많은 꽃이다. 가을이면 박속도 여물어 달밤이면 허연 박덩이가 알몸을 드러낸다. 잘 익은 박은 가운데를 갈라 속은 파내어 데쳐 박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껍데기는 물에 삶아 말린다. 이때 볕에 말리면 모양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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