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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광대나물 이력서

보릿고개 다 옛말 아는 이 몇 없지만 길섶에 이리저리 죽기 살기 태어나 뜯기며 발로 차이며어린 시절 보냈다지입 하나 덜어내자 시집 보낸 딸 아이 첫날밤 붉은 눈물 꽃 그림 그렸다네 그리움 부목 삼아서첫사랑을 잊었다지소금물에 데치고 삶기며 그리 살아 혈관을 씻는다길래 내어준 육신보시 마음이 광대를 닮아돋는 자리 돋는다지한평생을 기도로 그려내는 춤사위 바람에

  • 서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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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백두산에 올라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 올랐다웅장한 자태에 청기품은 기세로다 산하가 풍기는 정서 우리 겨레 넋이다병사봉(兵使峯) 높은 기상 겨레의 위상이요 천지에 화산수(caldera)는 만민의 생명수다 천혜의 높은 배려에 조국강산 드높다천지 호수 동쪽으로 두만강을 이루고 천지 호수 서쪽으로 압록강을 이루어 우리의 생명수로서 영원한 기쁨을 띤다백두산 동서산맥 나라 다른 표

  • 문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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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건널목 저편

그대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이 밤 어둠이 서성이는 창가엔 별빛 하나 없는 검은 하늘 별빛보다 더 아름다운 불빛이 유혹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방벽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민 불빛들 거리를 밝히며 선 무언의 가로등 불빛들이 꽃밭을 이루고 누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늘 그리운 마음을 포게 놓으면 사랑이라고 하더군요. 사랑은 사랑으로만 담아둘 수

  • 최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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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용미리

차가운 바람 속용미리 무덤 앞에서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아버님 이 세상 소풍 끝나던그날의 슬픔을 껴안고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무성한 잡초만 수북이 덮인둥근 무덤 위로 노을이 밀려오면만날 수 없기에 편지를 쓴다저세상 어느 메서마냥 그립다는 말도 못 하고영영 돌아오지 못한다는아버님이 적셔주신 그리움을 읽었다아련히 서로의 마음을 물들이는용미리 슬픈 혼령들 말없

  • 정영숙(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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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비가 오면막걸릿집에 앉아낭만을 마시고도란도란 사랑이 익어 가는밀담을 나누며노릿하게 잘 구워진파전 한 점에버얼겋게 달아오른미소들이행복을 가져다 주건만마주 앉은 부부가걸치는 한 잔 속엔원망과 미움만 가득하여취기가 오를수록서로의 허물만 물어 뜯으며피를 토한다등을 돌려 바라보는각자의 이상은가깝지만 머어언동쪽과 서쪽한 사람은 해가뜨기만을 기다리고한 사람은 해가지기만

  • 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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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 664호 가을 장마당

북쪽 하늘이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시린 바람이 날아와 버석버석 말라가는 시간을 재촉한다 문필봉 아래 바깥마당, 적막을 털어내고 장이 선다 찬바람이 일제히 낙과(落果)를 흥정하고 나뭇잎들은 돌아갈 주소를 쓰는데 다람쥐가 밤송이와 거래하면서 비명을 지른다 장마당 속으로 입점한 단풍잎, 은행 호두 도토리 늙은 호박은 가장 넓은 평수를 차지했다 빛의 각도에 따라

  • 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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