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는 말은그리움 뼈가 자라나서그 뼈가 남긴 사리일까요?불러볼 이름조차 없는데내 그리움만 저 홀로 유배 가서 위리안치한 곳, 씻긴 세월에 늙어수평선을 등뼈로 거느리고섬이라는 이름으로 저무는 하루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다가목이 쉰 갈매기는 깃에 부리를 묻고 기다림을 묻고 별 없는 밤을 건너지만그리움이 아니라서 무탈하다는데 파도는
- 이순선
섬이라는 말은그리움 뼈가 자라나서그 뼈가 남긴 사리일까요?불러볼 이름조차 없는데내 그리움만 저 홀로 유배 가서 위리안치한 곳, 씻긴 세월에 늙어수평선을 등뼈로 거느리고섬이라는 이름으로 저무는 하루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다가목이 쉰 갈매기는 깃에 부리를 묻고 기다림을 묻고 별 없는 밤을 건너지만그리움이 아니라서 무탈하다는데 파도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내 마음의 소리천지를 진동하는 우렛소리 영혼 뒤흔드는 일렁임으로 내 안에서 온 세상 흔들고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때로는 거친 바위에 온몸으로 부서지는 소리 폭풍 같은 시토해내 나를 설레게 하는 소리누구도 들을 수 없는 내 마음의 소리바위 뚫고 솟아나는 샘물로&nb
지품리 할머니가농사지은 노란 메주콩에는 근처 숲에서 들리는 비비새 지빠귀의 화음이 스며 있다마당에 비닐 펴고 도리깨로 콩 단을 내리치면노랑 콩 통통 튀어나와 곤두박질하던 율동의 즐거움이 묻어 있다하늘 구름 바람 소쇄한 뒤뜰에서줄무늬 다람쥐 숨바꼭질 보기는커녕 가마솥에 삶기느라 붉은색 서린 콩 수련의 기운
세상사 슬픈 거라며한없이 서러운 거라며붉은 빛 저녁 노을에 서쪽 하늘 날아가는 물새의 젖은 날개가 울고혼자 가라고강건너혼자가라고서천내 외나무다리에 내 몸을 맡기고 선도산 미륵불이 등을 밝힌다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살다보면 남은 것이고통뿐일까충효로 어스럼 속에 덜컹대는 힘에 지친 자동차 소리그래도 하늘에 별도 뜨
어제이른 저녁살갗에 닿는 찬바람이소스라치듯 쓸쓸하게 말아 올라온다품은 생각은 보드랍지 못하고세상이 흔들릴 황소바람이 지나가 버려도알아차림은 산들바람에 지나지 않는다혹여 노대바람* 이 거세게 불어닥쳐도그냥 지나쳐 버리는 바람의 세기일 뿐나름의 끊임없는 생각의 상처일 듯오늘도 뉴스를 보고 들으며어떻게 스며들지 머리를 설레설레뒷걸음치며 지치고 지치다그녀와 바람
옛것이 진맛이 난다더니초등학교 뒷산 먼동골 노을비치니불알친구가 더 보고 싶어진다불현 듯 온고지정이 새로워져너무 보고 싶을 땐볼팬을 잡고 낙서를 마구 해댄다떠오르는 이름과 살은 집긴 줄 서서 노래부르고 다니던 갓길집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안부를보채다가 삭이지 못하고하얀 종이에 까만 그을음으로 시종연줄인 양 길게 따라 긋는다보름달 같은 멋진 친구야그리움을 담아
맑은 숲길커다란 괴한 괴석그뒤몸을숨긴채꽃피는 계절 오면흐르는 계곡 위난초 한 포기일등으로 뽐낸다수줍어 홀로 피어나 해맑은 삶을 자랑하며 진리를 펴내는난초꽃 하나생사(生死)의 순환법칙은 인생의 진리인가 새들도 귀 쫑긋 세워 뭔가 안 듯 중얼거리네 난초꽃 하나만바위 틈새에 호젓이 서서저문 세상으로 다가선다
하늘은 맑고 목련이 곱게 핀 화창한 봄날나는 도서관에서 간단한 사서 일을 보는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출근을 서두르고 있습니다출근길 전철 속은 인파로 언제나 붐빕니다흰색 남방에 배낭을 멘 신사향긋한 샴프향의 긴 머리 숙녀재잘거리는 학생들의 맑은 웃음소리한 떼의 무리가 내리면 또 한 떼의 무리가 타고 저마다의 목적지로 뛰어가는 무수한 발자국 소리&nb
아무래도 엄마가 보고 싶었던 게다멸치젓갈에 싸 먹는 산호자 맛보다는함께한 추억이 떠올랐고문득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게지혼자 가면 눈물 날 것 같아서산비탈에서 울다 올 것만 같아서그래서 같이 가자고 전화를 했던 게지이 골짝 저 꼴짝흩어져 있는 엄마 발자국 찾다 보니산호자 잎이 안 보였던 거지빈손으로 내려와도 아쉽지 않던그해 봄날 연둣빛 산이 왜 그리 곱
장마 지나고찜통 더위아랑곳하지 않는금송 한 그루비온 뒤 폭풍 몰아쳐도윤기가 자르르귀하고 당당하게품위 지킨다서 있는 자태만으로인내, 행복 꿈꾸며내 친구들위 아래 스캔을 한다폭염은이렇게 날리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