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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도구통

대대로 물려온 도구통을한눈에 들어오는 뜰에 앉혀 놓고드나들며 쓰다듬으니임 뵈듯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어릴 적 정월대보름이면이웃집의 오곡밥을 복조리에 담아 와도구통에 앉아 먹던 못 잊을 기억들은못난이의 아집 되어 공이처럼 내찧는다너의 존재는어쩌면 나의 한살이인지도 몰라천형(天刑)이 아니고 천혜(天惠)였다고온 몸으로 분쇄되는 아픔도 다반사로 여겨 

  • 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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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5월달 같은 나의 자매

인생을 계절로 친다면이제 5월 같은 한 자매가 있다지난 4월은 꽃샘추위와꽃망울을 틔우기 위한치열한 아픔이 있었다그녀에게서도 4월은 잔인했다이제 5월이 지나면활짝 핀 꽃들도켜켜이 스러지고청량한 초여름푸르른 계절흐드러지도록 피어오르는나뭇잎파리 사이로꽃보다 진한청춘의 파티가 시작되니 초점 잃은 시선여리던 꽃이여꽃갈피 미련 없이 떨구고 또 다른

  • 안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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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우암산 엘레지 ——까꿍 우암산

그리움 사고 팔던 날밑빠진 느슨한 총각상당 산성 아래 주춤거려 부엉새는 소리 내어 울었다 우암산아 우암산아떨어져 누운 나뭇잎에 묻혀 흐르는 눈빛 서린 실바람 명암방죽 옆에 끼고고고한 울분에 갇혀무언의 메시지 날리며안개 속 움직이는 꿈틀거림 땅을 거두어 너른 품이여 역사의 긴 세월우암 능선 욕심 없이&nb

  • 김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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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저 멀리 별빛 하나가

살다가 보면 따로따로 헤어져 살아야 했다한 지붕 밑 또는 같은 동네에서그리운 사람들과 언젠가는 떨어져 살았다어느 날 호젓한 숲속 잔디 벤치높고 푸르고 깊고 먼 먼 하늘을 본다살아온 시간의 길이만큼의 추억을하늘에서부터 땅까지 끌어당겨 자세히 본다아스라이 먼 별빛 몇 개까지 어렵게 당겨 찾아냈다오래 생각하고 쳐다볼수록마치 거울 속 얼굴처럼, 혹은 사진 속 사람

  • 이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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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어두운 시대 참회록으로서의 소설 읽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작별하지 않는다」

1. 무엇을 참회할 것인가일제 식민지교육을 받고 식민지주체로 살았던 어느 정신적 난민은 역설적이게도 교단에서 “뼉따구 있는 사람이 되어라’고 훈시한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웃었다. 학생들은 그의 위선적 훈시에서 웃은 것이 아니라 그의 강한 사투리 ‘뼉따구’라는 말에 웃었던 것이다. 이중의식에 길들어진 제자들은 다행히도 기생충보다 못한 한국사회의 불공정

  • 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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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우리 집

뚝딱뚝딱뚝딱뚝딱 탁탁툭툭.산어귀 아담한 공원에 망치 소리가 요란합니다. 큰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고양이 집을 짓고 있습니다. 다 지은 고양이 집을 나무에 기대어 놓았습니다. 먹이와 물을 챙기고는 그들은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한참 있다가 엄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폴짝폴짝 뛰어 입구에 섰습니다.“엄

  • 이선희(안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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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8호 산마을

주르륵 비오는 날혼자 사는 할아버지 농막 집에파란 기쁨 솟아났어요.비 맞고 기다리던 아기 참외새 집에 이사 가길 기다리던 날이죠까만 덮개 구멍 뚫어쏘오옥 집어 넣은 율이와 유주 “참외야 얼른 커라”초록 비 열 번도 더 지나가고날마다 햇볕 마시며 기지개 요리조리 촤르륵 덩굴손 펼치더니참외형제 조롱조롱 달콤한 냄새 참외밭이 노랗게 물

  •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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