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4월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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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밥상에 앉는다
세월의 더께 퇴색한 꽃으로 피어난다
우리는 마치 예수의 제자들처럼 둘러앉아
3대가밥을먹었다
앉은뱅이밥상에 앉으면
잠시 아버지 손, 못 박힌 예수의 손이 되고
이젠 하늘에 걸린 어머니 행주치마
일찍 시집간 누이의 검은 얼굴에 클로즈업 된다
우리는 마른버짐이 하얗게 핀 얼굴을 하고
이 밥상에 매달렸다.
저 밥상 한 켠에 피어나는 눈물꽃
불잉걸에 굽던 고등어자반의 지글지글 번지는 내음
입 속에 고이는 짭짤한 침
뜸북장*과 돌나물 내음
파아랗게 돋아나는 봄의 밥상.
이 밥상에 앉으면 아주 오래된 기억들이
꽃봉오리 터지듯 방글방글 피어난다
조무래기들이 밥상머리에 달려들어
조물조물 퍼 넣던 이밥의 향수
들깨 내음 구수히 번지던 미역국 위에
걸게 피어오르는 추억 한 숟가락.
어머니는 아내가 차린
마지막 생일 밥상 받으시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하늘길을 가셨다
죽음과 삶이 교차하던 밥상머리에 앉으면
하이얀 눈물꽃 방글방글 피어난다.
*뜸북장: 청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