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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에 꽃이 피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용석(서울)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사년 가을호 2024년 9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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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귀가 잘생긴 거지는 못 보았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귀는 모든 소리를 달팽이관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귀는 인간이 만든 현대의 안테나보다 우수하다.
사람의 귀는 잘 생겼거나 못생겼어도 어느 귀를 막론하고 모든 소리를 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준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도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면서 주변 환경의 소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갓난아기 적, 잠 투정 할 때 자장가를 엄마가 부르면 아기는 새록새록 단잠을 자기 시작한다. 아기가 좀 자라서 엎어지고 기어다니기 시작할 때 엄마가 “아기 많이 컸네” “예쁘다” “예쁜 짓 해봐”하면 뻥긋뻥긋 미소를 짓는다.
우리 말에 임금님 귀는 커야 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옛날이나 현재도 왕이나 대통령은 백성의 좋은 소리 쓴소리 모두 다 잘 들어서 백성의 태평성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보통 사람들도 귀가 고장이 나서 정상적으로 들을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이 산다는 것은 보고 들은 것을 말하고 말하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보고 듣는 것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거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노래와 시도 무수히 많다. 뿐만아니라 기쁜 소식 듣고 같이 기뻐하고, 슬픈 소식 듣고는 위로하며 서러워 하는 것이 사람 사는 사회의 순리이며 도리이다.
인간이 이러한 희로애락을 듣지도 못하고 향유할 수 없다면 이처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면 칠흑같이 캄캄한 어두운 밤에 길을 헤매는 것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생활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옆에 있는 사람이 말할는지 모르지만, 본인은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냥 자기만족 하면서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게다가 말까지 못 한다면 산다는 것이 아니라 암흑 속에서 그냥 헤매고 살고 있으니, 평범한 사람다운 생활을 한다고도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인간이 사람의 귀와 같은 인공적인 귀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는 코페르니쿠스적 변화가 일어나 인류사회에 크나큰 업적을 남겨주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난청 환자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인공와우를 사용하기 위한 수술을 하는데 찬성할 뿐만아니라 권하는 친구가 있었다. 인공와우를 이용해서 난청 문제가 해결된다면 열 번이라도 해야 한다는 격려의 말에 환희에 찰뿐더러 기쁨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드디어 나도 젊었을 때처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농아도 이제 의학이 최고도로 발달하여 BTS 음악도 수어 통역을 통하여 이해하고 정상적인 사람과 다름없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리하여 농아들도 비록 들을 수는 없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즐기고 콘서트장을 찾는 농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느 농아는 수어를 통하여 BTS의 철학적 가치에 공감을 갖을 수 있다고 기뻐하기도 한다.(출처: 조선일보 2023. 4. 22.)
나는 인공와우를 머리에 장착하는 수술을 한 후 가족들의 모임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면서 식사도 같이 잘하게 되었다. 인공와우를 하기 전에는 듣지 못하니 대화를 모르면 식사만 열심히 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인공와우를 한 후에는 가족들과 친척들의 목소리가 옛날 듣던 소리와 다시 들리게 되어 가슴이 설레었다. 한없이 반가웠고 감격하였다. 예전의 일들이 저절로 떠오르며 마음이 벅찼다.
나는 노래를 잘 못하지만 가곡을 즐겨 듣곤 했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나 산책을 할 때에도 가곡을 많이 들으며 즐거워했었다. 점점 나도 모르게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어 보청기를 착용해도 나중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어서 많은 실망과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인공와우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망설이다가 인공와우를 귀에 장착하고 지난 시절 들었던 가곡을 약 30년 만에 듣고서는 깜짝 놀라서 어리둥절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부인에게 “내가 지금 살아 있어요? ” 했더니 “당신 지금 무슨 잠꼬대하고 계세요?” 말하였고, 나는 “지금 내가 살아서 30년 전의 가곡을 제대로 듣고 있어요”하면서 가곡을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엉덩이 춤을 자연스럽게 추게 되었다.
이제 귀를 고쳤으니 인생의 끝자락에 살면서 웃어보자! 이제 봄이 와서 희망의 꽃이 피는 계절 같구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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