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병원에 갔다가 큰언니 집에 갔던 날 고생 많았지 안 좋은 결과 나올까 봐 이제 마음 놓고 편히 밥 먹어 교도소 같은 병원에 다녀왔다고 흰두부와 볶은김치에 불고기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돌렸다 밥이 참 달다어지럽던 마음도 눈처럼 가라앉았다 내 앞으로 반찬을 자꾸 밀어주는2년 전 내가 암수술하고 퇴원했을 때 대전 집까지 와
- 성강숙
서울 병원에 갔다가 큰언니 집에 갔던 날 고생 많았지 안 좋은 결과 나올까 봐 이제 마음 놓고 편히 밥 먹어 교도소 같은 병원에 다녀왔다고 흰두부와 볶은김치에 불고기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돌렸다 밥이 참 달다어지럽던 마음도 눈처럼 가라앉았다 내 앞으로 반찬을 자꾸 밀어주는2년 전 내가 암수술하고 퇴원했을 때 대전 집까지 와
눈을 감으면보이지 않는 하늘은제 손바닥보다 작은가요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제 가슴은하늘보다 넓은가요 그냥 가슴에 담아두기엔너무나 커버린 의문의 이야기 때마다 토하는 선친의 행적밤마다 하늘엔 별이 뜹니다자꾸만 그러나저 하늘에별이 보이지 않는 밤이 찾아오면 더 넓은 하늘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유리 잔도를 걷는다 야성의 손짓을 거부할 수 없다 비틀거리다 눈을 감고라 폴리아 소나타 D단조 마디를 전다 산이 웃는 소리에 떠올랐다가골짜기를 더 깊게 흐르게 한다 어깨를 폈다 접었다산이 웃는 소리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더 두렵다 바람이 앞서 건넌다 투명한 빛줄기 난간에 걸터
한순간의 고요조차내 뜻대로 붙잡지 못하고 작은 울컥거림에 휘청입니다. 딸꾹,별것 아닌 파문이가슴 깊은숨을 훔쳐 올립니다. 내 안의 오만한 군주는 작은 소요(騷擾) 하나에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딸꾹,목구멍의 좁은 틈을 비집고 나를 비웃듯 새어 나옵니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찬
붓끝 세워 밭을 갈아 땅심이 솟는다. 마당 끝 밀려드는 조수(潮水)의 깊이는 뽕밭 높고 낮은 이랑을 넘어황톳길 열리는 여명(黎明)으로 찾아오고 무지개 영롱하게 등불 되어 걸린 집 명주(明紬)고름 미풍에 수줍어 나부끼듯 달빛도 푸르게 내려앉는다.언제나 푸른 소리, 대숲을 울리고붓을 들어 큰 뜻 펼치어 갈 때커다란
왜가리 한 마리가여울물에 발 담그고 먼산바라기를 하고 있다. 철새로 날아들었다가 텃새가 된외짝 왜가리여러 차례 마주쳤지만 언제나 혼자였다. 무얼 보는 것일까?산과 산이 끝없이 이어지는 경치 그 너머에서 고향을 찾는 걸까?먼 북쪽 나라 바이칼 호수의시리도록 푸른 물을 그리는 것일까? 한참을 보아도 그냥 그대로산 너머 하늘만
자리끼 얼음마저 뜨겁게 끓어오르는 어느 날긴 개울 장막을 찢는 야호 소리 너머로숨죽인 햇빛 송골 그리고문밖의 보일러는 무거운 내 손발에 하루를 걸고 창포원에 꽃피는 시간을감치듯 휘감는 듯 짜깁는다 쪽빛 하늘 맑은 바람 월평들에 들이치면창포원 미로 길이 가물거리고꽃을 찾아 훨훨 나는 나비 벌 난쟁이 군무에산새 울음소리에 귓불이 저려 온다앞서
백제 무왕과 백제인들이 거닐던 궁남지(宮南池)백제 땅에 뿌리 박은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는 백제 역사를 이어주고 백제의 궁녀들처럼 피어 있는 연꽃아련한 백제인들을 떠올린다포룡정 목조다리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몰려드는 물고기들 백제인들의 이야기 들려준다 궁남지 옆 백제 오천 결사대 충혼탑 계백 장군과 오천 결사대의
누군들 이리 추운 날거꾸로 매달려칼바람 맞으며각 세우고 싶을까요 굳게 각 세우고눈물 떨어뜨리는 건자존심입니다 오랫동안 찬바람 속힘들고 외로웠습니다나도 훈풍 만났더라면각 세우지 않고 스르르 녹아 뼈 없는 물이 되어모두를 끌어안고사랑할 수 있었을 터인데 곳곳마다 찬바람 씽씽 부니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당나귀 두 마리가 양 옆에 나타났다 동그란 줄 알았던 얼굴이 갸름하다 어디서 봤더라?내 얼굴 그리운 아버지삼십 년 전 늙으신 아버지거울 속에 오셨다 딸아, 산다는 게 다 그런 거란다 하마터면거울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