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도, 누워서 편안함을 원하는 성격도, 누군가 대신 뭘 해주길 바라는 성격도 아니다. 눈을 뜨면 두 발로 돌아다니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한다.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내 귀로 들어야 믿고, 내 손으로 직접 해서 내 스스로 만족해야 비로소 일 좀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일’자체가 삶이다. 누구나 먹고 살기
- 김유제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도, 누워서 편안함을 원하는 성격도, 누군가 대신 뭘 해주길 바라는 성격도 아니다. 눈을 뜨면 두 발로 돌아다니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한다.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내 귀로 들어야 믿고, 내 손으로 직접 해서 내 스스로 만족해야 비로소 일 좀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일’자체가 삶이다. 누구나 먹고 살기
어느 날 돼지가 젖소를 보고 불평했습니다.“나는 사람들에게 머리부터 발, 그리고 피부 껍질까지 모두 주며, 머리는 고사상에 올라 사람들의 복도 빌어주는데, 왜 사람들은 너를 더 높이 평가하는지 모르겠어.”돼지의 말에 젖소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너는 죽은 후에 머리부터 발까지 모든 것을 내어 준다지만, 나는 살아 있는동안에 사람들이 건강하도록 내
6월, 아스라한 기억의 슬픈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육이오, 동란은 끝났단다. 미군이 임시로 머물고 있던 흙먼지 날리는 차도 옆의 미군 막사 그 부대가 떠나간 후 집 앞의 공터는 안전한 놀이터였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무슨 놀이를 하는지까지 집에서 다 알 수 있었다. 동무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빨리 나가려고 숙제는 일찍 해놓고 밥도 빨리 먹고 밖의 소리에 전전
지난여름. 새로운 직장을 미리 알아보기로 했다. 직장동료에게 커피숍 창업을 물었더니 주변에 보이는 게 커피숍이라며 말렸다. 대학 동기에게 커피숍은 못 하겠다고 하니 커피 원가가 얼마나 되겠냐면서 커피숍을 권했다.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침, 경이 삼척으로 낚시하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경은 고등학교 친구이다. 제대 후 자동차 회사에 취직하면서 광명으로 이사
스며들며 흘러내리던 한 점, 곧 떨어질 듯 아스라이 매달려 있던 투명체가 눈을 사로잡는다. 어쩜 저리 영롱할까. 뚜우욱 하고 떨어질 듯도 하지만 끝내 미동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린 그림은 아닐 터. 동양의 무명 화가를 주목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관심과 생활고에 시달린 화가에게 남은 것은 알량한 캔버스와 열정뿐, 타국은 이방인에게 지독한
그 여자는 할머니란 소리를 들은 지도 꽤나 오래된 노인이라고 해 두자. 계절에 비유하면 가을도 지나 백설이 분분이 쌓이는 한겨울쯤이라고 할까. 그동안 그 여자는 열심히도 살아온 것 같은데… 오늘 새삼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꿈길같이 희미하고 잠깐 순간처럼 짧게 느껴진다. 그 긴 세월이 왜 단축되어 짧고도 희미하게 기억될까. 망각의 그림자가 그의 뒤를 따라와서일
여동생들은 한 주 전에 친정집에 다녀갔기에 명절에 올 사람은 남동생뿐이었다. 이번 설에는 나도 가게 문을 열기로 했기에 남동생과는 전화로만 인사를 했다. 며칠 후 아버지 제사 때나 얼굴 보자고 하니 동생은 하필 그날 일본 출장이 잡히는 바람에 제사에 참석을 못한다고 했다. 모두 모이면 웃을 일이 많아 창밖으로 새 나가는 고성이 걱정될 때도 있지만 그래봐야
어느 햇살 좋은 봄날,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 아득한 청년 시절, 어둡고 두려웠던 과거를 회상한다.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주위가 산만스러웠다. 열대의 정글 지대는 야자수잎들이 축 늘어져 더위에 지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통행하지 않은 좁은 숲길은 열대림이라서 습기가 많다. 그 길을 걸으면서 고향 생각에 잠시 빠져들기도 한다.
중학교 때 일이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명동으로 걸어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머리가 쾅 울리며 발목이 잡혔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소리 나는 곳으로 머리를 돌리니‘대한음악사’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슴을 흔드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멀리서 들려오는 나팔 소리가 긴 회랑을 걸어 어둠에서 환한 곳으로 나오는듯한 묘한 기분이
어느 작가의 「아버지 노릇」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글 속의 아버지는 IMF 위기에서 오는 대량 해고와 조기퇴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며 발버둥치는 삶을 살아왔다. 월급날이면 얄팍한 봉투였지만 가족들의 군것질거리라도 사들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금융전산화’로 월급이 봉투째 통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런 즐거움도 없어졌다. 크고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