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겨울바람이 세게 불던 모습은이제 입춘이 지나고 난 후로하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들판을 뿌옇게 내리고 있다 햇볕이 내린 못둑 풀밭에서쑥, 달래 새싹들 움트는 소리파랗게 파랗게 들려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목마른 새싹들이 봄비 마시는 소리소록소록 파랗게 들려오는 아침에 새싹들이 목마르던 꽃밭에서파릇파릇 봄비 마시는
- 최만조
차디찬 겨울바람이 세게 불던 모습은이제 입춘이 지나고 난 후로하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들판을 뿌옇게 내리고 있다 햇볕이 내린 못둑 풀밭에서쑥, 달래 새싹들 움트는 소리파랗게 파랗게 들려오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오는 소리에목마른 새싹들이 봄비 마시는 소리소록소록 파랗게 들려오는 아침에 새싹들이 목마르던 꽃밭에서파릇파릇 봄비 마시는
살얼음 녹아내린 냇가바위틈 사이로돌 돌 돌흐르는 물소리에 웅크렸던 몸기지개 켜며버들강아지 눈을 뜨고 돌담 밑 양지녘엔햇살이 내려앉아겨우내 꽁꽁 언 땅따뜻하게 안아주니 기다린 듯고개 내민 새싹들이방긋방긋 웃고 섰다.
수능날, 학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시계를 볼 여유조차 없이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밖이 어둑해졌다. 이제는 저 멀리 있는 사람 모습을 분간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됐다. 운전석에 앉아서 눈동자를 와이퍼처럼 왼쪽 사
지난 연말연시에 우리 부부는 베트남에서 36박 37일을 보내고 왔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셈인데, 그 시작은 2024년 초 다시 들른 홍콩에서 비롯되었다. 화려한 옛 명성에 기대어 늙어가는 홍콩은 마치 노년에 접어든 내 삶과 비슷했다. 일본이나 유럽을 다니면 편안하고 익숙했지만, 신이 나지 않던 이유도 비로소 알았다. 활기였다. 사회 전체의
새해 아침 세배 한 번, 둥그런 나이테 하나. 부모, 어른에게 바치는 세배는, 세뱃테를 그린다. 나무줄기에 생기는 나이테처럼 세뱃테는 사람의 가슴에 생기는 동심원이다. 주고받는 세배와 딸려 오는 세뱃돈은 머리부터 가슴에 이르러서는 선을 둥그렇게 그리고 멈춘다. 세뱃테라 이름짓는다. 거기엔 사랑과 애정, 꿈, 세 가지가 담긴다. 그 셋의 크기와 무게는 세월이
반세기의 세월이다. 지금의 기장군 장안읍 장안중학교에서 어렵사리 부산으로 유학하러 갔다. 시골에서 조금의 논마지기와 전답으로 여덟 식구가 아옹다옹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아버지께서는 배움이 딸려 답답함을 많이 가지고 살아오셨다. 딸들이 글을 깨치고 세상 물정을 알기 시작하면서 볼일을 보실 때는 도움으로 데리고 다니셨다.아버지는 사촌들과 화합이 있
깍깍 울어대는 까치의 반가운 울음소리에 눈을 뜨니 몸도 가볍고, 마음도 상쾌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고향 인근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즐거운 날이다. 동생과 요양원에 도착하니 미리 나와 계신 어머니가 반갑게 손을 마주 잡는다.“아유, 우리 큰아들 영호 왔네!”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몹시 반가워하신다.“어머니, 얼굴이 지난번보다 더 환해
남편이 나보다 먼저 퇴직을 하고 선친으로부터 받아 고향의 형님께 맡겨 두었던 얼마 안 되는 농토를 직접 일군 지 3년이 되었다. 봄이면 비룟값, 거름값, 모종값, 종자값이라며 수월찮게 가져갔고, 과실수 묘목값도 해마다 많이 들어갔다. 날마다 무엇을 하는지 나의 출근 시간에 맞추어 남편도 부지런히 시골 밭으로 출근을 했고, 내가 퇴근할 시간에 맞추어 농사일을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나에겐 첫사랑의 기억이 없다. 아가씨가 맘 놓고 연애를 하고, 그리워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새어머니는 모든 일을 나에게 맡겼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옆집 아줌마는 내가 딱해 보였는지 “아가씨도 일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 연애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멋진 남자 친구도 만나고 그래요” 했다.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서
그리운 친구 기복아! 건강한 모습으로 신논현역 교보타워 로비에서 보고 싶었는데 가다니 어딜 갔단 말이냐? 내 몸은 내 몸이면서 내 몸이 아니라 하였는데 너의 육신은 어디에 있단 말이냐?“난 오래오래 살 거야. 점심 먹고 일원동 삼성병원에 가야 해, 예약했거든.”주치의를 한 분 줄여 4명이라고 그렇게 건강 챙긴 너. 아, 어찌 된 일이지?우리가 누구인가.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