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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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주저앉았던 자리
제멋대로 자란 풀들이
마당에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
배롱나무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누구를 기다리다가
어느새 바람같이 사라진다.
녹슬어 부스러진 철문 앞에
걸어놓은 빛바랜 액자 하나
단란한 가족들
함박웃음 가득하다
가랑비 그치고
꽃이 지는 모퉁이 돌면
버려진 헌 신발 한 짝에
고인 햇빛이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