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예순다섯 날 밤도 낮도 모르고 그 깊고도 깊은 암흑 속의 지하에서 처참한 지옥 같은 세상을 보지 않으려고눈을 감아버려도 악몽처럼 다가오는 헛것들이저 섬뜩한 작태들 시방고희를 넘겨서도 못 보던 요귀들의 농간에 튼실하던 이내 삭신과 정신마저도 혼미해지고&nbs
- 홍창국
삼백예순다섯 날 밤도 낮도 모르고 그 깊고도 깊은 암흑 속의 지하에서 처참한 지옥 같은 세상을 보지 않으려고눈을 감아버려도 악몽처럼 다가오는 헛것들이저 섬뜩한 작태들 시방고희를 넘겨서도 못 보던 요귀들의 농간에 튼실하던 이내 삭신과 정신마저도 혼미해지고&nbs
여주 강변칠우는 역적이라네요자네도 그런 말을 하지 말게그들이 역적이라 한들 누가 믿고 따르나당시 어느 재상의 한 말을 읽어 보면참 헛갈리는 일로 그런지 아닌지대북이네 소북이네청북 탁북 갈가리 찢어진 당파명나라냐 청나라냐아귀다툼으로 어지럽던 광해군 시대역사는 돌고 돈다는데 그럴까 아닐까정의를 주장하다이상의 꿈을 그리다정쟁에 제물이 되어피바람 얘기꽃으로 사라져
너는 본시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흙은 허물어지고부서지고갈라져서먼지로 날릴 것임을 잊지마라날아다니다가 다시 뭉쳐지면재빠르게 가슴을 열어 씨앗을 묻어라꼭 붙들어라흙을 움켜잡은 뿌리가갈라지고 부서지는 것들을 다시 세워가는지줏대임을흔하디흔한 이름 한 자붙일 수 없어내 살빛으로다시 피어난 구절초라는꽃
꽃은 가시철망 안에 가두고서동백꽃 구경 오라 하데수천 그루 꽃눈을 보러 오라 하데귀로 듣고 설레던 마음피투성이 발바닥만 보고 가네한 설음 울음소리만 듣고 가네저 꽃들철망이 뜯겨 몸 풀리면폭포처럼 쏟아져 나와한순간에나를 후려칠 것만 같아눈시울 붉히며 돌아서 왔네
이 강에 와서 보라수수만년 돌개바람을 몰고여린 물길이 몸 부딪치며 다듬은요강바위의 전설을세찬 물길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꿈을 새기며 포효하던물의 전설을이 강에 와서 보라얼마나 많은 날들을 소리내어 울었는가옥정호 기슭에 섬진강댐이 놓이고물길이 갇히면서강물 속에 잠자던 신비가 열리고요강바위는 전설의 문을 열었다어느 문명의 힘으로예쁜 여인의 얼굴을 만들 수 있는가
잔디밭에서잡초를 뽑는데보라는 듯 세워 놓은키다리 장대꼭대기에 수많은 씨앗이장전(裝塡)되었다낙하산부대적지에 침투하듯살랑 부는 바람에도공기보다 가벼이하늘을 더 멀리더 넓게 날아가도록
새로 나온 아내 시집을 읽다슬쩍 눈물 닦던 남자60여 편 시 속에 오직 한 편의 시자신인 듯 눈물이 고였다높고 먼 시인 아내의 시 세계 속에내 지분 이만큼인 게 어딘가갈수록 그녀는 나타샤이듯 외롭고 멀어서면벽한 남자 혼술의 잔만 깊다어느새 반백 년, 옷깃 스쳐 귀하게 만난 부부연세월의 옷 바뀔 때마다아내는 시를 만나고 시만 사랑하고몰래 아내의 시
고요히 물결을 지키던 금강의 쇠다리들썩이는 굉음과 함께 날아가고하늘이 무너지나 땅이 꺼지나 간데없네나는 동냥승처럼 봇짐 지고 떠났네사람들아 이 즐거운 잉어 떼를 보아라먹이를 찾는 것보다 떼 지어 이리 가고저리 가는 모습을 보아라!어찌 총과 칼이 두려워 봇짐 지고 어디로 갈지내 신세는 마산에 이르니어느 빈집 쪽마루에 지고 온‘국사대관’‘시집’소낙비 맞아 해졌
바위는 절벽에도 꽃을 피운다구름 문양으로바위에 붙어 뿌리를 내린 것은오직 세월이었다안개비 내릴 때마다한 뿌리씩 먼지로 접착하기이윽고 날개를 접어절벽으로 뻗어 나가기수천만 번 미끄러지다가검버섯 도장 찍어심지 박은 씨앗들이 사철꽃을 피웠다. 고삿날참말씀돈, 콧구멍 귓구멍에 말아 넣고주둥이도 현금 뭉치 물었으니어찌 두 눈 감고 죽을 수 있겠는가몸통 없는
석공들끼리는 일을 한다는 말보다‘돌을 쫀다’는 표현을 쓴다. 먼 옛날의 비바람에 만들어진 돌은 자연의 역사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말이 없다. 석공들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모습을 꺼내는 일을 한다. 돌에 시를 새길 때는 돌이 갖고 있는 언어를 꺼내는 것이고, 돌에 조각을 새길 때는 돌이 갖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석공은 돌과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