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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오랜만의 쉼표

한국인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간다는 베트남의 다낭, 경기도 다낭 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었다. 건강 때문에 해외여행은 포기하고 산 지 오래다. 어느 날, 남편의 팔순 기념으로 자식들이 다낭 여행을 함께하자고 제의해 왔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란 말에 용기를 냈다. 손주 넷, 막내딸 내외, 우리 부부 도합 여덟 명이다. 큰딸이 갑자기

  • 정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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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붓 무덤(筆塚)

내 친구 홍 시인은 어느 회고담에서 ‘시농(詩農) 5년’ 이 단어를 2번이나 사용한 적이 있다. 시 짓는 농사를 5년간 지속해 왔다는 뜻이리라.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도 이를 빙의해서 ‘필농(筆農)’이란 단어를 써 본다. 지리한 시간. 그래도 나는 나날이 즐겁기만 하다.당나라의 서성(書聖) 구양순(歐陽詢)의 일화. 붓 무덤 이야기는 현대인이 들

  • 문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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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나무도 세금을 내는데

사람이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죽음이요,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죽음은 나이가 들거나 병들어 세상을 떠나는 일로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 겪게 되는 일이다. 세금 또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납세 의무다.세금의 유래는 ‘농민이 수확한 것 중 쓸 수 있는 몫을 떼어 낸 후,

  • 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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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내가 부자인 까닭

그녀와의 통화는 언제나 따뜻하다.정희와 나, 우리는 7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으니 살 만큼 살았다는 여유가 서로에게 작용한 까닭이리라. 그녀와 통화하다 보면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노년기에 누릴 수 있는 확실한 기쁨 중 하나이다. 똑같은 경험을 하고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서로가 다르다. 그게 얼마

  • 홍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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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4인의 목욕탕 대화

1태평양 한가운데 섬에 있는 세계 유명 관광지 최고급 호텔 지하. 지구촌 유명 지도자들의 모임이 극비리에 열리는 장소다. 이 모임이 누가 주도해서 성사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호텔 외부에는 4개국 1급 경호원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지도자들이 모인다는 호텔 지하 샤워실은 한국의 재래식 목욕탕과 찜질방 시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이다. K-팝 열풍

  • 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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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포 카레카레 아나

알몸을 한 여자가 반듯하게 누워 있다.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작고 아담한 체구에 피부가 하얗다. 리나는 때밀이 타월로 여자의 발목부터 밀기 시작한다. 여자는 마사지를 받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리나를 찾아온다. 다른 세신사를 마다하고 그녀를 찾는 이유는 팔에 힘이 좋아서라고 했다.“돌아누우세요.”리나는 여자의 왼쪽 발목을 살짝 치면서 말한다. 단

  • 이다경(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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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출항을 떠난 고분벽화

연변 바아산호텔. 이만수는 한 남자와 함께 호텔 방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만수와 함께 있는 사람은 이마가 넓고 귀가 크고 코가 약간 둥그런 중장년으로 고급스러운 정장에 쓰고 있던 금테 안경을 가끔씩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밀어 올린다.“김 회장님, 이거 혹시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이만수는 초조한 기색을 보이면서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라고

  • 강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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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고래사냥

1. 화이트의,나는 고딕체의 ‘Beach Bar’ 간판 밑에 있었다. 스시바에서 점심으로 간단한 도시락을 먹고 막 건너간 시간이라 볕은 정오를 지나 약간 기운 듯했고 은빛으로 길을 낸 바다는 거대한 태평양 한가운데를 반으로 나누고 있었다.하얀 건물 모아나 호텔이 버텨 서 있고 마당엔 족히 100년이 넘은 듯한 호텔의 상징 반얀트리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 홍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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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그날

고속도로를 한 시간째 달리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길가 방음벽에는 담쟁이 넝쿨이 기어올라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한다. 코앞에 터널을 지나 또 한참 달렸다. 이 길로 쭉 가면 서울 동훈이네 집이다. 우회전해서 옆길로 빠진다.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혹시 중간에 어디 들렀다가 갈려나, 아니면 지금 점심때가 훌쩍 지났으니 숲속 어느 맛집에 들러 점심 먹고

  • 이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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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3 74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관광버스가 출발을 하고는 어디쯤에서 잠시 멈춤을 했다. 그리고 20대 후반 정도의 남자 가이드가 버스에 올랐다. 남자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마이크를 들고 서서 인사를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교민 3세’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교민 3세, 나는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를 생각했고 대략 언제쯤부터 정착하게 되었는가를 계산

  • 서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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