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은/ 순간의 시간을 정지시켜/ 하얀 백지에 못 박아 두고/ 멈춰진 시간에 붙들린/ 삶의 조각들에/ 내 기억을 영원히 새겨두는 것 어쩌면 살을 발라내는 발골과 같아/ 한 점 한 점 떼어낸 살점이/ 내 삶이요 기억들이기에/ 한 권의 시집을 엮어낸 모습은/ 알몸의 뼈만 남은 형상이다 모든 것을 비워낸 처절함에/ 한참 동안 죽은 듯
- 최승옥
시를 쓴다는 것은/ 순간의 시간을 정지시켜/ 하얀 백지에 못 박아 두고/ 멈춰진 시간에 붙들린/ 삶의 조각들에/ 내 기억을 영원히 새겨두는 것 어쩌면 살을 발라내는 발골과 같아/ 한 점 한 점 떼어낸 살점이/ 내 삶이요 기억들이기에/ 한 권의 시집을 엮어낸 모습은/ 알몸의 뼈만 남은 형상이다 모든 것을 비워낸 처절함에/ 한참 동안 죽은 듯
대학 졸업 후 삼십여 년이/ 저리 붉은단풍으로 찾아왔다/ 반갑고 당황스러운 맘이/ 오래된 첫사랑을 만난 듯/ 오십의 늙은 모습이 수줍어서/ 쉬이 다가서지 못하고 붉디붉은 잎들이 쌓여서/ 스님과 도반들의 반야심경 외는 소리를 낸다/ 삼백육십오일 조석으로 외던 불경/ 이제 동화사 가는 가로수의 잎이 되어서/ 밟고 가는 사람들의 발마다/ 불심으로 붉게
1무의식 세계의 요소인 무체계, 무절제, 무의미의 의식 속에서 앙드레 브르통1)은 1922년 다다(:Dadaism)와 결별한 후, 그 상황을 초극할 직관의 구체적 체계를 자신의 소설 「나자(Nadja)」2)에서 가공의 실제란 미학이 없는 문학세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이를테면 꿈, 불가사의, 광기, 무의식의 환각 상태를 통한 모든 논리의 실질적 인식 방법을
톡톡, 오도독오도독, 톡톡.농장 안은 닭들의 밥 먹는 소리로 가득하다.“꼬순아, 왜 밥을 안 먹어?”며칠 전부터 친구 꼬순이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걱정되어 내가 물었다.“밥맛이 없어….”“그래도 먹어야지, 그래야 알을 낳을 거 아냐!”나와 꼬순이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인공 부화장으로 옮겨져 산란닭으로 개량되었다. 그 뒤 발육실에서 몇 달을
-보이지 않는 미래-어떤 마을에 언니가 일곱인 딸부자 집에 여덟 번째 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얼굴빛이 샛노래진 부모는 태어난 아이를 보듬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어휴, 무슨 일이야? 왜 우리에겐 사내아이를 점지해 주지 않는단 말이야?”아이의 부모는 고개를 가로로 세게 흔들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아이가 태어난 데 대한 심기 사나운 마음을 숨길
봄 향기가 나나요겨울을 이겨낸매화꽃 향기가 나요.봄봄봄봄봄봄 봄 향기가 좋아요목련도 겨울 외투를 벗고봄인사 하네요봄봄봄봄봄봄.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나타나면못된 벼슬아치 벌벌 떨었다네.자기 배만 채우는 양반들 살살 기었다네. 동에 번쩍서에 번쩍홍길동이 다녀가면심술쟁이 동네 꼬마 마음 졸였다네.욕심쟁이 누렁이도 숨죽였다네.
나는 북극에 사는 어린 곰이에요 배가 고파 빙하와 빙하 사이를부지런히 다녔어요그러다 멀리멀리 떠밀려 오게 되었죠 할머니 댁이 가까이 있는지 몰랐어요그저 커다란 통에 먹이가 있는지킁킁 냄새를 맡았을 뿐이에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거대한 빙하는 너무 멀리 있어요나를 태워 줄 빙하를 잡아줄 수 있나요?예전처럼 차갑고 빛나던 빙하 위를친
햇살 보드라운 날노란 나비 한 마리 날아옵니다 꽃을 찾아 팔랑팔랑 날아옵니다꽃바람 일으키며 날아옵니다 햇살 같은 금빛 날개로 날아옵니다날개에 꽃향기 묻혀 봄을 나릅니다
온갖 새들 모여깃털을 고르면서재잘재잘 지지배배 모든 풀과 나무도파릇파릇 초록으로새롭게 단장하는 따사로움과반가움으로기쁨이 넘치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