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27
0
어스름 내리는 하굣길
학교에서 집까지는 십오 리
큰길 버스에서 내리면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짐자전거 세워두고
정류장 앞 가게에서 산
흰우유 하나 내 손에 쥐여주고
꼴깍거리는 목넘김 소리마저 흐뭇한
아버지의 눈
눈비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고교 3년 동안
아버지는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키셨다
도심의 밤 10시
나도 흰우유 하나 사들고
자율학습 마치고 하교하는
고3 딸을 기다리고 있다
승용차 세워두고
누군가 날 보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아버지처럼 달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