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리 대수라고몇 년에 한두 번정도바람처럼 왔다가돌아서던 처갓집에라, 이 사람아천만년 오롯이 살고지고호롱불 밝혀새벽잠 설치시던구석구석 고단한 기억들한스러운 세월을 잊으라는 듯 푸석푸석 헐리는구나!격세지감(隔世之感)붙박이별처럼오글쪼글 쌓아 둔 사연 그리움의 행간이 되고회한이 되어안동호(安東湖) 푸른 물결을유영하고 있다.저, 저물녘의 평창
- 권영호(안동)
뭐 그리 대수라고몇 년에 한두 번정도바람처럼 왔다가돌아서던 처갓집에라, 이 사람아천만년 오롯이 살고지고호롱불 밝혀새벽잠 설치시던구석구석 고단한 기억들한스러운 세월을 잊으라는 듯 푸석푸석 헐리는구나!격세지감(隔世之感)붙박이별처럼오글쪼글 쌓아 둔 사연 그리움의 행간이 되고회한이 되어안동호(安東湖) 푸른 물결을유영하고 있다.저, 저물녘의 평창
발자국 끊긴 깊은 적요다슬며시 가을볕도 사그러든 빈 들 너머저무는 배추밭이 시리다몇 고랑에 선심 쓰듯 남겨진 몸이숨어 울다가, 뽑힐 일 없어지지리 못난 것끼리 땅에 남겨진쓸쓸함을 차마 견디는 일흙 속으로 심어진 너의 편지 읽으며물감 같은 노란 속울음 들키다가산골 얕은 곳까지 내려온 개밥바라기에내 슬픔까지 대소쿠리에 떠나보내는 것이다밭너머길잠시 휘황한 꿈 꾸
저녁의 첫 계단에 이르면 셔츠를 막 널어 놓은 냄새가 나지 잔물결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헤엄쳐 가계단을 내려가다가 땅이 푹 꺼져 있거나내리막이 있거나 마지막 계단에 다다르기 전에길이 보이지 않아울타리를 넘어가거나 통나무를 넘어가거나나무들은 뒤엉켜 있고풀넝쿨 사이로 구불구불 걸어가고 있어그날 저녁나는 길에 떨어졌어늘 다니던 안전한 길이었지나뭇잎으로 뒤
5월이면, 눈부신 초록빛 드레스를 입으시고! 그 빨간 장미꽃으로, 오시는 분이 있습니다!시간이 끄는마차를, 타시고!흰구름그하얀손흔들며, 행복으로 무장한저 파란하늘 거느리시고! 새소리 들리는그녀의 아름다운미소를, 사방으로흩뿌리며!저 멀리서, 신나게달려오시는그분이! 바로 5월, 그 계절의 여왕입니다! 그녀가, 꿈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금년은 희대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순국 115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에 의해 1910년 3월 26일에 순국하였기 때문이다. 해묵은 얘기지만 다시 한번 한 영웅에 대한 재판 기록을 우리는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기록을 통해 일본인의 숨겨진 양심을 보았기 때문이다.악랄한 일본인 중에도 일본 역사의 한편 구석을 파헤쳐 보면 아베의 행보와는 사뭇
1종구는 사그라지고 있었다. 아편독이 쏠고 있어 누렇게 쇠인 얼굴이 푸석했다. 당당했던 풍채는 나의 옛 기억뿐, 아편연을 빨아 대는 종구는 몰골이 유령 같았다. 메마른 입술에 엄지와 검지 끝이 노랗게 절어 있고 동공도 풀려 있었다. 그러나 눈빛은 게슴츠레하면서도 신비로운 기운에 잠겨 있었다.“아편이 좋기는 좋아. 벌써 기분이 알알하다니까.”종구는 느럭느럭
나에게는 아버지가 빨치산에게 변을 당한 슬픈 가족사가 있다. 참변은 1949년 어느 날 우리 집 마당에서 일어났고 한밤중이었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살인극은 처참했고 충격은 강렬했다. 상처가 너무 커서 아직도 내 몸속 어딘가엔 아픔이 남아 있다. 나는 이 사건을 망각 속에 묻어버리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소설로 쓰고 있다
나의 창작산실은 조그만 서재이다. 나는 아침 다섯 시경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온수 한 잔을 마신 다음 몸을 가볍게 푼다. 그러고는 서재에 박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일곱 시에 산책을 나갔다가 여덟 시에 아침을 먹고 열한 시까지 또 쓰거나 읽다가 외출한다. 귀가 시간은 오후 네 시 경이다. 컨디션이 좋으면 몇 자 긁적이다 여섯 시에 저녁을 먹고 또 산
‘엄마는 나의 첫 번째 친구이자, 나의 가장 큰 지지자입니다. 고달프고 힘겨워도 절대 절망하지 않으시며 제아무리 탕아처럼 떠돈 자식이라도 품에 안습니다. 그리고 믿어줍니다.’이처럼 어머니, 엄마는 늘 우리를 따듯하게 맞이해주시고 안아주신다. 또한 ‘고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엄마, 어머니이다. 하지만 이젠 엄마는 고향을 떠나 우리 집에 계신다.조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전동차는 한적했다. L화일에서 교정할 원고를 꺼냈다. 오른팔이 옆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옆자리의 어르신은 직각으로 벌린 다리 사리에 지팡이를 세우고 앉아 있었다. 내 자리의 3분의 1 정도는 이미 점거한 터라 원고를 펼치기에도 불편했다. 비어 있는 경로석을 두고도 일반석에 앉은 것까지는 뭐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