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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작법

한국문인협회 로고 배용주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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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창에 새겨진 눈들의 묵시를
나무가 맨손으로 받아 읽는다
해석되지 않는 문맥의 무게를
가지마다 견디며 필사하고
또 다른 문장을 한 글자씩 지워갈 때
나무는 한 단의 문장을
한 무더기씩 떨어뜨린다
때로는 그 무게 못 이겨
한쪽 어깨가 탈골되기도 한다

 

세상에 붙여진 이름을 지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장을 새겼을까

 

나무가 눈의 단어를 받아내고
한동안 침묵에 서려 있던 샛강도
온몸으로 한 획을 그으며 낮아져 갈 때 
허공에 깨알같이 새겨진 눈의 문장을
깨우친 마른 잎들이 푸릇한 자판을 갈긴다

 

눈의 묵시에 눈이 시린 나는
어두운 창가에 홀로 서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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