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8월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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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있구나, 어느 한쪽에서는
봄바람에 꽃이 지는가 싶더니 또 다른 꽃들이 피고 있네
나무 아래 발을 멈추고 앉아보니
가녀린 봄마중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구나
진달래를 보고 두견은 울지 않을 수 없으리
투명한 분홍빛 꽃잎을 보고 소월의 죽음이 생각나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죽음은 삶과 같이 가는 거라고 말하네
숲속 오솔길을 걸으며 이꽃저꽃
이 나무 저 나무들을 보고 발밑에서 느껴지는
흙의 숨소리를 들으니 이렇게 좋을 줄이야
어쩌면 내가 이렇게 할 말이 많을까
숲속에서의 독백을 초록잎들이 듣고
맞장구치며 화답하네
태어나 여섯 달쯤 된 아이의 잇몸을 뚫고
작고 하이얀 아랫니 두 개가 올라오는 기적 같은 일처럼
아니 그것은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내 안의 모든 세포가 자지러지는 환희였어
43년 전의 환희가 나를 살게 하는 힘일지도 몰라
초승달에서 그믐달이 되는 시간의 반복 속에서
아랫니 두 개는 언제나 뽀얗게 반짝이고 있으니까
이제 다시 환희를 꿈꿔본다
자지러지는 환희가 아니어도 좋아
어스름 달빛처럼 스며드는 고요한 환희를
꿈꾸며 살아보자
나의 영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