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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아지랑이

어느날문득방금꿈에서깬듯세상은 안개 속의 섬처럼 보이고거리를 질주하는 발자국 소리가메아리처럼 굴절되는 그 길에서섬광처럼 스쳐가는 그리움이 있으니낯선 거리에 홀로 피는 야생화처럼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를스쳐가는 사람들이 따뜻하게 보이며어디에서 본 듯한 미소가 가득한거리의 햇살이 유난히 정겹던 날에는 내게서 꿈꾸던 그리움이 포물선을 그리며구름 한 점

  •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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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2025.4 674호 바람의 소리

산그늘에 숨어 있던 바람들꽃에 포개지며향훈이 코끝을 덮는다폐부 깊숙이 스며드는청신한 바람 풀피리 음률에몸은 자유로 채워져길 따라 추억을 품고쉬어가는 철새들 사이에갈대들 서걱대는쓸쓸한 영혼의 소리갈 향기 분분히 날리는바람 소리 들었지구름 위를 떠도는 바람의 눈소리 없이 선회하여삶을 흔들지만내안에부는바람마음의 소리로 잠재운다 

  • 기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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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2025.4 674호 한 송이 꽃이 되리라

잿빛 하늘을 머리에 인 가로수 사이로걸어갈 때 난 언제나 스치우고 간지난날을 돌이켜본다내 다시 태어난다면아무도 꺾지 않는 벼랑 위에한 송이 꽃이 되리라만인의가슴에 사랑의안식처 되어주는 한 송이 꽃이 되리아래는하늘을 머리에 인 푸른물이 흐르고석양빛으로 물드는 한 송이 꽃이 되리恨의 서리는 바램으로 바뀌고내 머무르는 곳이 인간의 안식처인 줄 알면서 난

  • 김숙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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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2025.4 674호 새들의 시간

숲속 향기 가득 물고물까치 떼 오는 시간이면모닝커피 한잔 들고창가 탁자 앞에 앉는다찬 공기 가르며 우르르 몰려와장독대 놓아둔 언 사과번갈아가며 콕콕 찍어 먹고 휘리릭 사라지면 나머진 직박구리 차지다손주 먹는 것만 봐도배가 부르듯떠들썩한 새들의 아침식사가 마치면 몽글몽글 차오르는 행복감새들도 배꼽시계가 있는 걸까? 물음표 하나가 내

  • 박재숙(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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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추억은 숨쉰다

가을이라고 짐작은 했지만이렇게온 들판을 곱게 다독이는 줄 몰랐다가끔 자동차 지나는 신작로 양옆앙증맞은 코스모스 정겹다벚꽃 휘날리던 눈부신 날은 갈잎 되어 그리움만 바람에 휘날리며가슴 시리게 한다당신의 옷자락 펄럭이던 곳탐스러운 나락이 풍년 춤을 추지만 주막이 내 집처럼 노름에 빠져 살던 옆집 순이네 논엔 피만 가득토해내는 한숨 소

  • 홍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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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2025.4 674호 쇠비름

이랑보다 네가 눈에 먼저 들었다. 앉은뱅이걸음으로도 못 이를 곳은 없구나 오색의 심지를 더듬이에 지녔기에억척의 시야는 두려움이 없어드난살이여백이어도 불볕을 꼿꼿이 이고 길 위에 또 다른 길을 내고 있구나텃밭의 천덕꾸러기로 밉상이지만고깝다는 생각은 염치의 군더더기일 뿐이다 푸르른 날에 쏟아야 하는 땀의 이유를청춘은 기억하며

  • 임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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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2025.4 674호 장단상교(長短相較)

죽어본 일이 있는가?만물이 하나둘 머리를 내미는춘삼월 꿈꾸고 있었다.꿈은 生과 死의 틈바구니에서멋대로 왔다 가고 할 순간의찰나였지이유야 어떠하든아름다운 여인들 속에 둘러싸여조롱을 받았다눈 뜨고 보니 손발이 꽁꽁 묶여옴짝달싹할 수 없었고.얼마가 지나갔는지환상을 벗어날 수 있는 병실이다밝은 불빛 아래 간호사들 조근거림에 일반 병실로 인계하는 시간여기

  • 박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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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2025.4 674호 바다의 속삭임

허리케인의 진노처럼 용틀임하는 바다 포세이돈*의 난폭성을 건드리지 않았다면삼지창 트라이아나를휘두르지는 않았을 것을신의 분노로잠들지 못하는 바다하루에도 수없이쓸리고 깎이는 은빛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숨고르는 파도 무리들이제밀물에 밀리고 썰물에 부딪혀고단하고 무거워진 번뇌 덩어리 세상의 과업 겹겹이 쌓인 삶의 때를 잔잔한 물결

  • 김경순(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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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025.4 674호 어르신 경복궁 나들이

나는 궁궐해설사오늘 관람객은 사회복지사와 한복 곱게 입은 어르신들경복궁 역사 설명하고 영제교 건너 근정전 거쳐 경회루로이곳은 임금님이 신하들과 함께 즐겁게 연회를 즐기던 곳입니다해설은 뒷전 단체사진 찍기사회복지사 남자 어르신 여자 어르신 다함께다음 순서는 영정사진 찍기칙칙한 영정사진은 싫어 화려한 사진이 좋아 예쁘고 깜찍하게 순서대로 한 장씩마지막

  • 홍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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