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로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한다. 표정은 여전히 시크하 다. 제 엄마가 미는 유모차에 앉아 인사를 하곤 이맛살을 잔 뜩 구기며 딴청을 한다.제 엄마와 내가 눈짓하며 웃으니 제 흉보는 것을 눈치챈 모양, 뭔가 불편하다는 듯 유모차를 흔들며 어서 가잔다. 녀 석은 신생아 때 참 많이도 울었다. 무슨 아기가 잠도 없는지 꼭두새벽부터 깨어 쉬지도 않고 울어댔다.
- 유헬레나
웬일로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한다. 표정은 여전히 시크하 다. 제 엄마가 미는 유모차에 앉아 인사를 하곤 이맛살을 잔 뜩 구기며 딴청을 한다.제 엄마와 내가 눈짓하며 웃으니 제 흉보는 것을 눈치챈 모양, 뭔가 불편하다는 듯 유모차를 흔들며 어서 가잔다. 녀 석은 신생아 때 참 많이도 울었다. 무슨 아기가 잠도 없는지 꼭두새벽부터 깨어 쉬지도 않고 울어댔다.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 되어서 노인들이 많이 산다. 관리소장 말로는 입주민의 평균 나이가 70세라고 한다. 어 린이 놀이터에는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할이버지를 쉽게 볼 수있다.어느 날, 나는 집 근처의 맥도널드에 갔다. 한 할머니가 손 자와 함께 와서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한 공간을 헤치고 어린아이의 큰 소리가 들렸다.“할머니, 억지
영화 <말 없는 소녀> 를 감동 깊게 봤다. 원작가를 찾아보 니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이다. 2021년 부커상 최종후 보에 올랐던 소설「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반가움에 주문했 다. 신형철 교수의 추천이라며 월계관 로고 3개가 방긋하고 있다. 적극적 진심일까에 나도 잠시 방긋,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 달구어진 열의로 첫장을 열었다.묵직한 작품은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가끔 미술작품에서 진하게 문학을 느낄 때가 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내 눈에 하릴없는 문학작품이다. 대상 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경산수화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 진경 산수화의 화폭에는 무한한 이미지가 숨쉬고 있다.남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눈에 띄는 대목들을 창작 노트에 꾸역꾸역 옮겨 적는 습관은 오래 되었다. 그들의 설
진해군항제가 끝나갈 무렵 벚꽃잎들이 하늘하늘 대지에 흩날린다.어느 날 편지함에 군사우편 하나가 날아든다. 해군사관후 보생으로 훈련 중인 외손자의 편지라고 짐작이 간다. 아마 도 할머니가 부쳐준 위문편지에 대한 답장일 터이다.노을빛 하도롱 봉투를 정성스레 열어 본다. 깨알 글씨로 알알이 새기듯이 촘촘하게 공들여 쓴 편지지 두 장이 다소곳 하다. 연분홍과 파랑
춤인지 노래인지 가수 싸이(psy)의 <강남 스타일> 앞에서 지구촌이 들썩인다. 아프리카 어떤 소년도 쿵덕쿵덕 춤추 고, 유럽의 어떤 할머니도 쿵덕쿵덕 부끄러움을 잊었다. 쿵 덕쿵덕 <강남 스타일>이 천하통일을 했다.세련되어야 할 강남 스타일을 뚱뚱한 싸이가 싼티 나게 망 치는데, 그게 좋아죽겠다는 듯 모두 열광한다. 온갖 세상 사 람
“미경아, 미경아. 겁에 질린 건넌방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등학교 4학년, 나의 여름방학 일기 첫 대목이다. 개학 후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세우고 일기를 칭찬하시던 장면은 내 생의 신화 적 순간일지 모른다.그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고 놀란 아주머니가 혼자 있던 나를 확인 하느라 혼비백산하던 날의 일기를 그렇게 시작한 것이다. 도둑을 잡
작년에 상남 성춘복 선생님 미수(米壽)를 맞아서 기념문집『인연 - 상남과 나』출판기념회를 겸한 제1회 상남문학상 시상식과 성춘복시전 집 봉정식이 많은 문인들과 그의 문하생들이 모여 성대하게 열렸다. 선 생님은 약간 수척한 표정으로 인사말과 상패를 수여하고 기념문집과 시전집을 봉정 받았다. 그동안 노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다는 소리를 들 었으나 병문안도 못 간
나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공포물은 좋 아했다. 특별히 뭐가 어떻게 좋다는 것은 없었다. 그냥 막 연한 느낌이었다. 그 음습하고, 괴기스럽고, 절망적인 무 언가에 의해 인간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질 때 내 가 느끼는 것,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 존재가 얼마나 흉물스러운 악귀이건 간에 인간은 결국 죽으면 그뿐이었다.
자꾸 꽃이 핀다. 꽃잎이 한 개씩 기지개 켤 때마다 내가 간질여진다. 웃음이 터진다.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나는 종일 꽃이다. 종일 꽃이 피는 삶이다. 종일 웃음 터지는 생이다.나는 사료를 입에 넣고 오도독 깨물다가 웃음이 터진 다. 입안에서 오도독 가루가 되었던 사료가 하하 흩어진 다. 앞 케이지 울쌍이 콧등을 찌푸리며 훼훼 고개를 내젓 는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