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어느 봄날 서강대학교를 찾았다. 지혜가 여기에 서 근무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막상 지혜를 만나는 순간 상실감이 밀려왔다.흰 가운에 위생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영락없는 영양사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냥 학생식당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커피 한 잔 할 수 있다며 그를 휴게실에 안내하였다.그를 빤히 쳐다보며 실망하느냐고
- 이정희(소설)
2004년 어느 봄날 서강대학교를 찾았다. 지혜가 여기에 서 근무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막상 지혜를 만나는 순간 상실감이 밀려왔다.흰 가운에 위생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영락없는 영양사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냥 학생식당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커피 한 잔 할 수 있다며 그를 휴게실에 안내하였다.그를 빤히 쳐다보며 실망하느냐고
죽음을 아는가?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숨이 끊긴다고 그 사람의 혼이 육신에서 나와 바로 휙 하고 천당 혹은 지옥으로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이승과 이별하는 혼도 다음 생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지. 불교의 윤회를 얘기하는 것이냐고? 노. 불자도 아니고 교인도 못 되지만 적지 않게 살아왔던 인생 짬밥으로 그 정도는 알고 말고. 지구 생성
고향들놀빛바람산 넘어가는홍싯빛 꽃여울.
텃밭에 웃음 짓는 오이 향기 싱그럽고벼 이삭의 구수한 내음새 풍요롭고노을에 반짝거리는 붉게 익은 홍시들앞개울 물 속에는 송사리 떼 춤추고가재가 숨바꼭질 다슬기는 달리기수초엔 소금쟁이가 높이뛰기 하는 곳아련한 추억들이 피어나는 고향땅꿈속에서 그리던 엄마의 품 속으로가련다 되돌아가서 고향에서 살리라
든바다 난바다교합하는 담수호에제 무게 제 색깔로해와 달이 떠오르고물결은곱꺾이*하며희망가를 부른다.샘 솟듯 밀며 끌며휘젓는 기싸움에에너지 충만하여 의기(意氣)가 꿈틀대고새물결새 생명들이새바람을 일으킨다.*노래를 부를 때 꺾이는 부분에서 소리를 낮추었다가 다시 돋우어 부드럽게 넘기는 일.
어두움 박차고서 훨훨 떠나야 하지 한사코 껴입었던 허울 모두 벗어 놓고 가볍게 더욱 가볍게 날아올라야 하지짓무른 눈동자를 거침없이 치켜뜨고 다 닳은 지문들을 서슴없이 내보이면 앞서간 발자국마다 펄럭이는 노래들해 같은 기도 한 줄 깃발에 새겨 들고 내 안의 나를 찾아 힘껏 날아야 하지 가끔은 흐릴지언정 그
내 옅어짐에 번져간 물무늬는네 마음 짙어짐이 번져 갔을 것이고동시에 너도 잃지 않고맨몸에 물드는 거네 바탕에 나의 기록 수없이 얹히고 내 배경에 너의 마음 그리고 새기는동시에 나도 잃지 않고 밀물져서 가는 거
폭폭, 눈 내리는긴 밤이 지났습니다당신 가신 그날도밤새 눈이 왔습니다무수한눈오는날들설산이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별님의눈빛을 본다네요환하게 부서지는홍조 띤 임의 얼굴예쁘고 이름다움에가슴문이 열린다
푸르던 너의 잔해 한 채의 매미 허물 세월에 헐뜯겨서 넋을 잃고 나뒹구네 북녘엔약산 진달래물색없이 피고지고손 잡고 사철 바람 고향 하늘 오가는데 철없는 두루미 떼 평화로이 놀고 있네 다삭은목울대에선헛바람만 울린다*경원선으로 서울-원산을 오가던 열차. 민통선 內 월정리 역에 전시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