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색이 짙은 그가햇살을 동냥하러 나간 사이 나는 겨울 텃밭에웃자란 시금치를 뜯어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까만 다슬기 두어 줌 넣고노을로 양념하면 삼삼하고 시원한 국을 끓여 낼 수 있을 텐데간밤에 김치를 맛나게 담근 어머니 맛보라며 김치 한 입 넣어주지도 않아 서운했지만 이승 떠난 이가 주는 걸 먹으면&
- 서영숙
병색이 짙은 그가햇살을 동냥하러 나간 사이 나는 겨울 텃밭에웃자란 시금치를 뜯어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을 한다까만 다슬기 두어 줌 넣고노을로 양념하면 삼삼하고 시원한 국을 끓여 낼 수 있을 텐데간밤에 김치를 맛나게 담근 어머니 맛보라며 김치 한 입 넣어주지도 않아 서운했지만 이승 떠난 이가 주는 걸 먹으면&
프라하 성 조명은 꽃처럼 피어나고 블타바 강은 노을에 젖어그 매력에 빠져드는 프라하 연인들 꿈이 아니라면 사랑이여 오라나는 바람의 연인이 되어도 좋아 제 몸만 태우는 노을 강푸른 물결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저녁놀 축제를 기다리는 연인들 죽어도 좋을 사랑은 낭만에 취해 누구의 연인이 되어도 좋을 프라하
슬픔은 잴 수가 없다 어떤 날은 깊어서잠수로 내려가도알수가없어끝없음에 숨차올라오고또 어떤 날은 첨벙이며 발 담그고 앉아푸른 하늘 바라보며 슬픔을 볕에 말린다 포송포송 마르면 좋으련만 눈물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 만이라도 궁둥이를 두들겨 줘야 할까찬란한 기억들이슬금슬금 걸어와 마주앉았다
겨우내 무답이더니 찬바람 허공을 쏘며 누더기 같은흙더버기 터는 수런거림으로 뾰족이 웅크리고누런 뼈마디 마디로땅을 지피십니다 그려씀바귀 가녀림이 여부없이하얀 뜬 물 토하며봄의 경계를 넘고반그늘 살 부빈 채쭈그리고 앙탈하는 쓴 나물아! 소인묵객(騷人墨客)들 조심하거라 별난 식도락들 일찌감치 쓴 침 삼키며 너를 간택하겠다고 입으로 맛내
신작로 버스정류장 옆이발소의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 연탄 화로 위 엉덩이가 새까만입 비틀어진 양은 주전자에서 뿜어내는 하품 소리 연실에 매달려 뒤뚱대며 하늘로 오르던연꼬리 춤에 해 지는 줄 몰랐던 그날 자정을 넘기며 마시던 막걸릿잔 뒤로 모락모락 모깃불의 토닥거리는 냄새 지금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들려올 것 같은
키다리 옥수숫대 이파리는 늘어지고 벽돌담 줄눈의 열기는 불볕더위를 부른다.차양 아래 외등 볼때기에 간밤 외마디가주근깨처럼 다닥다닥 한나절 태양 빛이 정수리 가득 떨어진다.또다시사망유희를 펼칠 기대감이 알을 품는 꿈속에거대한 먹이사슬의시침 뗀 속내 너머로 빨강 핑크 하얀 접시꽃
지붕 위에는 잡초가 계절을 만나 기고만장하다옆구리가 찢어진 틈으로는파란 하늘이 처받들고뾰족이 고개 내민 처마 밑에는 철없는 제비란 놈이 둥지를 틀었다 지팡이를 잡은 호랑 할배는 구름처럼 떠나가고암놈은 알을 품고 수놈은 녹슨 빨랫줄에 노란 부리를 비벼댄다 천리 여정에 찾은 제일의 곳인 듯 갑자기
가을이 찾아온다키가 더 커진 감나무가 서 있는 통나무집 만남의 약속도 없었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슬며시 옆에 앉는다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것 같다말없이 하나 둘 헤아려 보는 붉어지는 감빛 모두가 가고 나면 오지 않는다기억의 허상이 되어 언제나 설레는 모습으로 들락거린다담너머갈대바람 앞세우며 찾아오는 가을 풍경들&nb
요즘 자격증 하나로는 왠지 불안하다 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니고부터나는 온종일 칭얼대는 그 녀석들 밥 먹이고 뒤치다꺼리하다 보면하루해가 훌쩍 다 지나간다 그러다 밤이 되면아무 일도 없었듯 곤히 잠들어버리는 녀석들개중엔 오줌 마렵다고 깨서 보채는 녀석도 있고 엎치락뒤치락 잠꼬대하듯밤새 돌아다니는 녀석도 있다그냥 모른
부모 손 놓기 전, 딸아이와 함께한 둘만의 휴가길. 송산 IC로 내려 제부도가 목적지다. 나들목을 빠져나와 향하기만 하면 되는데, ‘사강’이라는 이정표가 돌발상황이다. ‘화성·송산·사강’ 기억 상자를 헤집으니, 평생을 교직에 헌신하게 된 출발지 송산중학교, 작품으로 널리 알린 ‘나의 친구 우철동’이 근무한 사강우체국, 목월 선생이 먼저 알아본 문단의 떡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