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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눈폭탄이라더니

온 세상이 자욱한 안개 속이다. 한밤중이면 실루엣으로 천장 가득히 뜨던 창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창문 밖도 하얀색 일색이다. 문득 일기예보가 생각나 천천히 일어나 이중창을 열었다. 훅 하고 뺨을 치는 바람과 함께 자디잔 눈송이가 얼굴에 닿는 촉감이 산뜻하다.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빛나는 눈송이들이 꿈속인 양 서서히 나를 매혹시킨다. 두어 시간 전만 해도

  • 박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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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인생도 간이 맞아야

차범석 선생은 “세상이 흔들어댈 때는 중용을 지켰고 진리는 반대편에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작법이 있다는 건 가짜야. 스스로 나오는 것이지. 전라도 음식은 먼저 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다음에야 설탕을 써요. 통조림 파인애플의 단맛도 설탕이 아니라 소금으로 맛을 냅니다. 인생도 간이 맞아야 해”라고 지적했던 사실이 가슴에 훈훈하게 다가선다.여기서 간이란

  •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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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약이 된 필담(筆談)

목소리가 이상해졌다. 목이 쉰 듯 쇳소리가 나서 영 찜찜하고 불편했다. 우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해도 전혀 차도가 없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왜 진작 오지 않았느냐고 야단을 치며 성대 내시경을 시도하셨다.난생처음 간 이비인후과였고 내시경도 처음 해보는지라 얼마나 긴장했던지 시키는 대로 못하고 자꾸만 침을 삼켜버려 몇 번이나 실패한 뒤

  •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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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소주 두 잔

50년 전 일이다. 결혼을 하고 사대봉사 집 맏며느리가 되면서, 기일에 맞추어 한두 달마다 제수용품을 사러 경동시장 나들이를 했다. 강북에서는 제일 크다는 경동시장터의 끝자락에 국밥집이 있고 식당 문 앞에 간이 식탁이 놓여 있다.양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잠시 쉴 겸 의자에 앉았다. 옆자리에 덜 세련돼 보이는 50대 정도의 중년 여인이 혼자 앉아 늦은 점심

  • 李富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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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고리

어머닌 생전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으셨을까. 곱고 맑은 수채화일까, 물감을 바르고 또 손질하며 완성하는 유화였을까. 묵향으로 심신이 안정되는 산수화였을까. 어느 것이건 자신만의 물감으로 삶을 그려내고 싶으셨을 게다. 분명한 건 검은 색으로 뒤범벅 난장판이 되고 만 아픔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진 않으셨을 테다.난 어머니의 그림을 간직하고 있다. 어둡고 습기

  • 임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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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심연의 부름과 실존의 길——조성순의 시세계

이른 봄 사랑하는 이가 남기고 간 화초에 꽃망울이 맺힐 때, 또는 그가 그리워 멍하니 앉아 있는 순간 어디선가 홀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주변을 맴돌 때, 그 꽃망울이나 나비로부터 웃음 짓는 그의 모습이 떠오르며 가슴 가득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오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그것은 일종의 환상으로 또는 실제로 한 정령의 출현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 최성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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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보람의 강원문협

1.한국문학의 상징성인 강원문학강원도는 한국 소설문학의 효시가 되는 곳이다. 매월당 김시습은 강릉이 본관이다. 그는 한성부에서 출생하였지만 어려서 한때 강원도의 강릉에서 자랐다. 그가 남긴 유명한 저술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라 할 수 있는 「금오신화」이다. 강원도를 빛낸 또 한 분의 문인이 있다. 사회 변화와 개혁의 혁명가로 살다 간 허균은 강원도 강

  • 이연희강원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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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나 참전용사여

1970∼80년대만 해도 서울의 상봉터미널은 한때 강원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버스정류장이었다. 춘천과 서울에 기차가 다니긴 하였지만 두 시간에 한 대꼴로 그것도 2시간이나 걸려야 청량리역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바쁜 사람들은 시간 절약을 위해서도 버스를 이용하였다.그 당시야말로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상업 열기가 대단하여 몫이 좋은 곳을 차지한 상

  • 김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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